search for




 

Space and the Unconscious - Focusing on a Case Admitted to Closed Warda
Psychoanal 2023;34:43-53
Published online July 31, 2023;  https://doi.org/10.18529/psychoanal.2023.34.3.43
© 2023 Korean Association of Psychoanalysis.

Hyun Kwon Lee,1 Min Geol Kim,2 and Hye Ri Yoon3

1Hyun Kwon Lee Psychoanalytic Office, Seoul, Korea
2Min Mind to Mind Clinic, Busan, Korea
3Hye Ri Yoon Psychiatric Clinic, Seoul, Korea
Hyun Kwon Lee, MD
Hyun Kwon Lee Psychoanalytic Office, 27 Guuigangbyeon-ro, Gwangjin-gu, Seoul 05115, Korea
Tel: +82-2-2138-7588, Fax: +82-2-2138-7589, E-mail: treeself@hanmail.net
Received April 23, 2023; Revised May 8, 2023; Accepted May 9, 2023.
cc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Abstract
This thesis presents clinical basis for Freud’s brief thought for outer space - the projection of an extension of a psychical apparatus (A case is a conversion disorder patiet admitted to a closed ward). The environment of the closed ward caused rapid regression. As a result, unconscious contents were projected into the space. Projectiles floating in the closed space were attached to suitable targets-transference-and the space was changed to a transition period. In early projections, the position of ego was weak due to a strong combination of the id and the harsh superego. However, the ego was expanded through a long therapeutic process. These changes were found in the reduction of A’s conversion symptoms, the subjective pressure of the space, and the change in color selection for the space. The insight that the ‘space surrounding an individual’ exists as unconscious memories, fantasies, and psychological structures will present an important perspective in clinical practice of psychoanalysis and various humanities related to space.
Keywords : The unconscious; Space; Psychoanalysis.
서 론

공간은 의식에서 직접 경험되지 않는다. 이는 추상적으로는 개념적인 형식으로, 구체적으로는 물리적 환경인 방, 건축물, 제한된 영역인 장소로 인지된다. 이렇게 구체성이 명확하지 않은 공간의 개념은 그 정의가 일관적이지 않으며, 특정 학문의 관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초기 공간 개념은 일반 철학과 자연과학에서 비롯되었다. 공간 개념은 두 학문을 통해 서로 교섭하며 발전하다가 18, 19세기 이후로 여러 학문들이 동참하면서 더욱 확장, 발전되었다. 특히 철학의 개념은 공간에 대한 역사적 이해에 중요한 축이다. 이를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공간 개념은 유한한 기하 형태인 우주 공간(raum)을 주장한 플라톤부터, 용기나 장소로서의 공간을 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공간(topos), 2차원이나 3차원의 그리드처럼 기하학적 규칙성을 말한 데카르트의 공간(cartesian space), 선험적 형식의 하나로서 설명한 칸트의 공간으로 이어진다(Van de Ven 2019; Schroer 2018). 하지만 이러한 공간의 개념은 주로 주체의 경험과 분리된 관념적 형식으로서의 공간이다. 이에 반해 주체, 곧 인간을 중심축으로 하는 공간은 ‘감각하는 몸의 공간’을 주장한 메를로 퐁티, 주체와 불가분의 관계로서의 공간을 말한 하이데거의 이론으로 인해 전환되었다. 즉 인간과 별도로 존재하는 객관적 공간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공간’(Bollnow 2011)이 된 것이다. 이러한 학문적인 성과는 건축학, 사회학, 물리학, 미학 등과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자극과 근거로서 작용하며 발전하였다. 정리를 하면, 공간 개념은 각 학문의 배경과 역사를 맥락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하는 의미의 망을 이루고 있다.

그럼 정신분석의 경험과 이론에서 공간은 어느 위치에 있을까? 정신분석에서 공간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공간’을 의미한다. 심리적 공간은 각 학파의 무의식에 대한 이론적인 모델과 정신분석 임상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설적 공간으로 혼재되어 표현된다. 전자의 예는 프로이트의 지형학적 모델(topographic model)이나 구조 모델(structural model)이며, 이후 대상관계나 자기 심리학 등의 이론들이 포함되면서 변용된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는 위니캇의 전이 공간(transitional space)과 비온의 담는 것-담기는 것(container-contained) 개념이다(Segal 2004). 이러한 정신분석의 공간은 마음의 모델이나 치료적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추상적인 개념으로 모두 무의식의 역동과 변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위 모델과 설명은 모두 임상을 통한, 임상을 위한 것으로 위 철학 등 인문학처럼 ‘(외부) 공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에 적절한 설명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저자는 위 인문학과 구별되는 정신분석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공간의 의미를 알아보고자 하며, 본 논문은 이 주제에 대한 저자의 첫번째 글이다.

‘외부 공간이란 무엇인가’의 정신분석적 관점에서의 논의는 우선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공간을 어떻게 인지(perception)하는가’에 대하여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논의의 명료함을 위해 공간에 대한 프로이트의 단상을 시작점으로 하고자 한다.

인용문 1>

Space may be the projection of the extension of the psychical apparatus. No other derivation is probable. Instead of Kant’s a priori determinants of our psychical apparatus. Psyche is extended; knows nothing about it (Freud 1938a).

공간은 정신 기관의 확장의 투사일 것이다. 그 어떤 기원도 가능하지 않다. 칸트의 선험보다 정신 기관이 결정물일 것이다. 정신은 확장하지만 그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이단락은 완성된 논문의 일부가 아니라 하나의 아이디어로 그 정확한 의미는 추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 단상은 프로이트가 말년에 구축한 무의식에 대한 연구가 담긴 개념들을 사용하고 있으며, 비슷한 시기에 자신의 이론을 정리한 저작(Freud 1938b)이 있어 위 사고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토대로 프로이트가 직관적으로 말한 ‘투사로서의 (외부) 공간’을 짐작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공간의 인지(perception)는 무의식적 층위가 있다. 즉,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외부공간의 인지는 의식뿐만 아니라무의식적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무의식의 속성을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데, 이는 역동적으로 억압되어 있고, 다층적이며, 다양한 무의식적 환상을 품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둘째, 외부 공간은 인간의 정신 기관처럼 구조화되어 있다. 정신 기관은 개인의 이드-자아-초자아의 심리적 구조를 의미하며(Freud 1938b), 이는 상대적으로 견고하며 조직화된 개인의 기능적인 심리 장치가 공간에 추상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한 인간이 경험하는 공간이 (의식/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성격 구조와 연동된다는 매력적인 주장은 여러 시사점을 제시해준다. 첫째 공간 자체가 (피분석자처럼) 하나의 분석 대상이 될 수 있고, 둘째, 한 개인의 공간 체험은 공통적이지 않고 개별적이며, 셋째, 개인의 공간 경험은 같은 물리적 장소라도 무의식적 변화에 따라 함께 변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단락(인용문 1)은 체계적인 저작이 아닌 단상으로 그 자체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의식 수준에서 인지하는 외부 공간은 그 경계조차 가늠할 수 없으며, 수없이많은 자극의 변수로 인해 ‘확장되어 있는 정신 기관(extension of psychic apparatus)’의 흔적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 주장의 근거를 위해 변수가 최소화된 공간인 폐쇄 병동에 입원한 환자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무의식적 관점에서의 인간-공간 분석을 시작하려고 한다. 저자는 분석의 도구로서 주장의 타당성을 위해 프로이트가 당시 주장했던 정신 기관의 모델(이드-자아-초자아)을 주로 이용할 것이며, 설명의 편의를 위해 대상관계 이론을 적용할 것이다. 또한 이 결과를 토대로 프로이트가 경험했던 로마나 아크로폴리스 공포증에 대해 (투사된) 공간을 중심으로 잠시 살펴볼 것이다. 또한 한 개인의 무의식과 공간의 연동에 대한 시각적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상담의 중간 시기부터 ‘공간을 어떻게 느끼는가’를 질문하고 색의 표를 선택하게 하여 그 변화를 알아보았다(Figure 1).

Fig. 1. Color table.

본 논문은 ‘공간과 무의식’에 대한 논문으로, 프로이트의 공간에 대한 단상(인용문 1)에 임상적인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저자의 첫번째 논문이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의 존재를 다른 분야를 통해 주장한 것처럼 저자는 이 논문을 시작으로 앞으로 예술, 신화, 인류학, 사회학, 철학 등의 학문과 결합하여 공간에 대한 무의식적 관점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주장을 펼칠 것이다.

본 문

1

저자는 공간과 무의식과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 폐쇄 병동에 입원한 전환장애(conversion disorder) 환자의 사례를 들 것이다. 3년 이상 입원을 하였고 코로나 감염 때문에 코호트 기간이 간헐적으로 있었다. 2, 3년간의 통제할 수 없는 과한 음주 문제로 폐쇄병동 입원이 필요했으며, 동의 입원 방식이어서 입원 기간은 환자와 보호자와의 신뢰가 중요했다. 알코올 문제가 심리적인 문제로 인한 것이라 생각되어 알코올 치료 과정에 우선적인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지적인 기능을 포함하여 퇴행의 정도가 심해 특정 기간에는 정신증과 같은 모습이 보였다. 약에 대한 반응은 크지 않았고 과량의 약은 여러 부작용을 동반했으며, 그 부작용이 퇴행을 악화시켜 적정 용량을 사용하였다. 그래서 상담을 치료에 주된 도구로 사용하였다. 하지만 퇴행의 정도가 심해 정신분석이나 정신치료처럼 세팅을 통한 구조화된 무의식적 접근은 불가능하였고, 필요할 때마다 지지나 교육 등 다양한 치료 도구를 함께 이용하였다. 상담 중 대부분의 시간에 자유로운 연상이나 개방형 질문을 할 수 없었다. 언어적 능력이 퇴행정도와 비례하였기 때문에 언어 능력은 빈약하였고 또 억압되었다. 특히 ‘말로 표현하면 증상이 일어날 것 같다’는 불안을 긴 기간 호소하였고, 그 억압된 내용을 언어로 표현하게 도와주는 지루한 기간이 있었다. 주치의는 이런 어려운 상황에 추정 가능한 요소들을 수집하여 환자에게 직관적으로 제시하였으며, 환자는 이에 대해 ‘맞다/틀리다’ 정도의 답을 하였고, 기능이 좋을 때는 이에 반응하여 간단한 연상을 하였다. 환자의 증상 양상이나 치료진과의 광범위한 전이, 꿈, 백일몽 등과 같은 정신분석적 요소들이 매 순간 추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 추정들에 대한 환자의 반응을 보며 추정들과 증상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러한 치료적 접근 이후 환자의 전환 증상은 유사한 자극에 반복되지 않아 부분적으로 호전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전반적인 치료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호전과 악화, 전이와 역전이, 저항과 해석의 지루한 과정의 반복이었다. 긴 기간의 치료 과정인 만큼 여기서 그 과정을 다 다룰 수 없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뒤에 다른 논문에 충분히 밝히기로 하고, 여기서는 본 논문의 주된 관심사인 ‘공간과 무의식의 관계’에 근거가 될 만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간략히 정리하였다.

2

A는 28세 남자로 20대 초반에 군대에서 시작된 예측할 수 없는 발작 증상과 제대 후 수년간 이어진 알코올 사용 장애로 폐쇄 병동에 입원을 한 환자이다. 증상은 의식의 소실, 강직, 넘어지거나 쓰러지는 양상이었다. 이전에 수개월 대학 병원에 입원을 하였고 공황 장애로 진단받아 치료를 이어왔으나 효과가 크지 않았다. 하루에 수회부터 며칠에 한번 발작 증상이 있었으며 신경과적으로 문제는 없었다. 자극 요인은 알 수 없었고 기본적으로 음주와는 큰 관련이 없었다. 입원 전 수년 동안 사회활동 없이 집안에서 지냈으며 입원 시기에 인지기능은 저하되어 정신지체 경계로 보였다. 자신에 대한 표피적인 자랑을 하였으며 언어 능력은 단순하였고 반복된 내용을 말하였다. 군대의 강압적인 분위기로 인해 증상이시작되었으며 이후 제대로 된 군생활을 하지 못했다. 환자는 증상이 있으면 창피했고 주변 사람들에게서 꾀병이라는 비난을 들어 힘들었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초기 평가에서 전환 장애로 예상을 하고 입원을 진행하였다.

환자의 기억력은 입원 당시 기본적으로 빈곤하였고 퇴행과 억압, 저항, 방어 등의 영향으로 일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특히 퇴행이 진행되어가며 부모님과 같은 주요 대상의 기억은 분리(splitting)되어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다르게 이야기되었다. 몇 가지 신뢰할 만한 정보를 간략히 적는다.

A는 3대 독자로 애지중지 자랐으나 감정의 교류를 위한 정서적 환경은 제공받지 못했다. 특히 어릴 때부터 분노의 감정을 인지하거나 표현할 수 없었다고 하였다. 중 1때 아버지 사업 문제로 부모님이 이혼을 하였고, A는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어머니는 이후 고등학교 1학년때 연락이 되었고 20세에 재혼을 하였다. 학업 성적은 내내 좋지 않았고 대학 진학 대신 공장이나 서비스 업종에 취업하기도 했으나 허리가 안 좋아 그만두었고, 이후 군대가기전까지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였다. 이 시기 성적인 자극에 많이 노출되었고 비교적 자유로운 성생활을 하였다. 23세에 군대에 입대한 후 일병 시기부터 위 발작 증상이 시작되었고, 이후 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군생활은 지옥과 같았다고 말을 했는데 갇힌 환경과 자유롭지 못함을 이유로 들었다. 발작 증상이 일어난 시기에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한다. 만기 제대를 하였고 군생활은 심리적으로는 고통스러웠으나 실제 생활은 편했다고 한다. 군 제대 후에 증상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계속 되었고, 입대 전 유흥업소에서의 일도 기능이 되지 않아 유지하지 못했다. 이후 집에서 대인관계 없이 발작 증상이 지속되면서 술로 지냈다.

여기까지는 다른 입원 환자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A는 입원 기간이 진행될수록 퇴행되어 악화의 길로 가게 되었다. 이 퇴행의 주된 이유가 ‘갇힌 공간’이며, 환자는 이공간에서 자신의 무의식적 내용물을 각 층위별로, 다양하게 투사하였다. 마치 물이 빠진 빙산처럼 무의식적 실체가 드러났다. 그 역동의 개략적인 도식은 초자아-자아-이드 구조였으며, 이 구조안에서 무한하게 변용되었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A의 치료적 변화를 갇힌 공간을 중심으로 개략적으로 말하면, 1) 깊어지는 퇴행, 2) 깊어지는 전이, 3) 대상의 전환이다. 이에 따라 요약된 내용을 말하고, 공간과 무의식적 구조에 관련된 특징적인 에피소드 몇 개를 적겠다.

갇힌 공간에서: 깊어지는 퇴행

입원 초기에는 제한된 인지능력이지만 일상 활동, 위생 등은 유지하였다. 발작 증상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났다. 예를 들면, TV를 보다가, 아침 식사 중, 식사를 위해 줄서기 도중, 담배를 피우는 중 등이다. “이전에 있었던 일인데” 라는 말을 하였으나 대부분 구체적인 기억은 하지 못했다. 과거로 들어가는 것을 고통스러워 했다. 이 시기 “무엇이든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한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점점 병원을 ‘군대’로 느끼고 말하였다. 발작 증상이 있으나 숨기는 듯했고, 아마 퇴원을 목적으로 그러는 것 같았다. 증상의 뚜렷한 호전이 없이 무기력한 시간이 흐르던 중 특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입원 후 3, 4개월이 지났다.

Episode 1>

짧은 면담 중이었다. 환자는 어두워 보였으나 자신은 괜찮다고 말하였다. 언어는 빈곤하고 반복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표정은 힘들어 보였고, 더 어두워졌다. 그러던 중 갑자기 짧은 의식 혼란과 몸의 강직, 오른손을 10초 가량 떠는 증상을 보였다. 의식을 차린 후 바로 “전보다 나아졌다. 퇴원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을 하였고, 면담 내내 퇴원에 대한 집착과 병원 생활의 답답함을 호소하였다.

이시간 이후 주치의를 아버지와 비슷하다고 말하였고 자신이 ‘갇혀 있다’는 말을 하였다. 얼굴표정이나 증상 등으로 보아 ‘분노’의 감정에 가까워 이를 대면하였으나 반사적으로 피하였다. 서서히 퇴행되어 가는 듯 했고 투약의 효과는 미미했다. A는 자신의 악화된 상태를 부인하였다. 발작 증상은 간헐적으로 있었고 잠을 자는 시간이 늘었으며, 위생관리도 잘되지 않았다. A는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을 군대로, 주치의를 아버지로 여겼고, ‘통제 당한다’,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을 하였다. 병원의 공기와 몸은 무겁다고 하였다. 이런 힘든 시간 중에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갔었던 즐거운 꿈을 꾸기도 하였다. 이에 주치의는 제한된 공간에서의 심리적 고통이 꿈을 통하여 무의식적인 소원성취를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였다. 주먹으로 벽을 치는 행동을 보였고 이를 저지하기 힘들어 보였다. 분노의 감정을 대면하였으나 강하게 부정하였다. 전의 상담의 내용은 상당 부분 기억하지 못했다. 시간을 지우는 듯했다. 저항은 심해지고 분노는 강해졌다. 무기력한 시간이 흐르던 중 입원 후 6개월 정도 지났는데 ‘가족들과 이별’하는 꿈을 꾸었다. 이 꿈 이후 환자의 상태는 더 악화되었고 퇴행은 깊어졌다. 자아 기능으로 대표되는 기억, 사고, 운동 등의 능력이 저하되었고, 침대에서 누워있는 시간은 많아졌다. 때로는 대변 관리도 잘 안되었고 주변 환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는 퇴행의 악화에 이차적 원인이 되었다. 침대에 누워 자는 시간이 늘어났고 중간중간에 주먹으로 벽을 치는 모습도 늘어났다. 상태의 굴곡은 있어 짧은 상담은 가능했으나전반적으로 점점 악화되었다. A도, 주치의도 무기력한 시기였다.

갇힌 공간에서: 깊어진 전이(transference)

시간이 갈수록 주치의를 권력자로 투사하는 부정적 전이 현상은 A에게 사실로 믿어지는 것 같았다. 병원은 군대와 감옥으로, 주치의는 군대 분대장이나 감옥 관리사로 말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통제하고 처벌하는 모습은 결국 아버지의 이미지로 모아졌다. 이들은 아버지의 대리자이다. 공간 역시 전이와 동조하며 그 시기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듯 하였다. 어릴적 어머니 역시 통제하는 모습에 등장하였다. 공통된 특징은 이 주요 대상에게 처벌 등의 이유로 분노를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후 억압된 다양한 전이 대상과 공간의 동조는 지속되었다. 주된 자극은 ‘갇힌 공간’이었으며 다층의 억압된 분노가 그 벽을 허물고 표출되었다. 이 시기 주된 표출 방식은 언어가 아닌 전환 증상이었다. 즉 ‘몸’과 분노가 밀착되어 함께 움직였다.

위의 모습이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던 중 입원 10개월 지난 후 자던 중 발작 증상과 함께 꿈의 이미지를 상담 중 보고하였다. ‘평범한 길을 걷던 중 깡패 같은 사람들이 때리고 칼로 배를 찌르는’ 잔인한 꿈이었다. 다음 날의 꿈은 칼로 찌르는 이가 주치의로 바뀌었다. 이 꿈과 함께 상담할 때 주치의의 ‘분노’의 단어에 몸을 떠는 모습이 보였으나 의식이 사라지진 않았다. 이후 다소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듯했으나 다시 악화되었다. 이후 이러한 패턴이 계속 반복되었다. 대부분의 시간이 분노에 가득 차 있으나 가끔 ‘주치의가 내 것’이라는 유아적 친근함을 보였다. 깊어지는 분노를 의미하는 발작 증상 및 이에 관련한 꿈에 대한 대표적 에피소드는 다음과 같다.

Episode 2>

회진 중에 A는 자고 있었다. 기척을 하니 A는 비몽사몽 중에 팔, 다리를 심하게 움직였다. 꿈을 꾸었다고 한다. 내용은 ‘어떤 의사가 A를 침대에 꽁꽁 묶었다’고 하였다. 이에 대한 연상은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지옥같이 느껴지는 병원이었다. 나는 A에게 꿈 속의 의사가 내가 아니냐고 물었고 A는 몸을 떨면서 무겁게 맞다고 하였다. 이후 주치의는 ‘지옥 속의 악마’로 종종 표현되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수일 뒤 <사람들과 놀다가 벼랑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연상은 병원에서나 군대에서 어울릴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내용이었다. 소외시킨 타인에 대한 분노로 몸을 약간 떨었다. 며칠 뒤에 <물 속에서 허우적대다 죽는 꿈>을 꾸었고, 이에 대하여 자신의 지금 상황이 자유롭지 못한 어릴 때와 비슷한 것 같다고 힘들게 말하였다. 주치의에 대한 깊은 전이, 그리고 이에 따른 분노가 지속되던 중 주변의 나이든 환자에 대한 막연한 분노를 말하였다. A는 이들을 아버지와 비슷하다고 하였다. 전이의 깊이와 퇴행의 정도는 비례하여 심할 때는 대소변 관리가 잘되지 않았다. 때때로 분노 표현의 또 다른 방식으로 이해되었다. 아버지나 치료진의 관심에 다소 나아진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지만 분노가지배하는 A에게 치료적 효과는 미미했고, 고착된 퇴행과전이의 상태에서 수개월 무기력한 생활을 하였다. 주치의 역시 반복된 좌절로 인해 무기력의 시간들을 보냈지만 치료적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였다.

지루한 시간 속에 (저항을 견디고) 포기하지 않는 치료진에 대해 가끔 ‘좋은 모습’을 이야기하였고 주치의는 분노로 인한 표상과 이를 통합시키려 시도하였다. 이런 시간을 지내던 중 A는 군대에서 폭행을 당했던 이야기를 (주치의의 도움으로) 조금 더 자세히 말하였다. 분노와 수치심이 들었고, ‘이 기억을 말하면 증상이 일어날 것 같다’고 하였다. 또한 여전히 분노에 지배되지만 이전에는 막연하고 뒤섞여 있던 분노가구체적인 에피소드로 변화하고 있음을 감지하였다. 또한주치의는 발작의 모습을 토대로 A의 소화하지 못한 고통스런 기억을 말하도록 유도하였으며, 그 내용이 맞으면 관련된 기억이나 상상을 말하였다. 주치의의 언어와 A의 억압된 내용이 얇게 조율(attunment)이 되는 느낌이었다.

Episode 3>

무기력한 생활 중에 A는 흡연실에서 ‘오른팔이 굳는’ 증상이 나타났다. A는 상담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워 하여 다음 날 진행하였다. A는 군대 이등병 시절에 있었던 구체적인 사건을 연상하였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을 잘 못하는 A에게 자행되었던 선임병의 폭언, 폭행의 기억이다. 주먹이나 야구 배트로 때리거나 헬멧 위에 머리를 박는 기합을 주었다고 한다. 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지만 참을 수밖에 없어 암울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억압된 잔인한 상상은 (오른 팔을 이용해) 칼을 집어 다 찌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주치의는 흡연실이 마치 군대와 같지 않았나, 그리고 오른 팔이 굳은 이유가 분노를 통제할 수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해석하였고 A는 그런 것 같다고 하였다.

이러한 적절한 해석은 A에게 주치의에 대하여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하였지만 압도하는 분노는 이 경험을 곧 지워버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A에게 분노의 해결만큼 수용이되는 대상관계가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지나고나서 생각하면 대상과의 긍정적 경험이 쌓일수록 A는 깊이 눌러 두어 억압된 에피소드를 말하는 듯 하였다. A의 분노는 강해졌고, 전이는 깊어 졌으나 이에 따라 증상은 무의식 층위 곳곳에 있는 억압된 에피소드와 연결되었다. 특징적으로 기억의 위의 층위부터 서서히 내려오는 듯 하였다.

Episode 4>

이 시기 병원은 A에게 자유로움을 막는 공간이었다. 주치의는 최근 젤리를 과하게 많이 먹는 것을 발견하고 수일 전 이에 대해 부드러운 젤리와 어머니와의 연관성을 물었는데 A는 무엇인가 들킨 듯 불안해하였다. 졸며 “어머니와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라 말하였다. 이틀 후 A는 홀에서 온몸을 떨며 강직되는 증상이 있었다. 이에 대한 상담 중 A는 20대 초반 유흥업소에서의 일을 강압적으로 막았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말하였다. 아버지는 인간 취급도 하지 않고 심한 욕을 하며 무시했다고 하며, A는 아버지를 주먹과 발로 피가 나게 죽이고 싶을 정도로 때리고 싶었다는 잔인한 상상을 말하였다. 주치의는 자유로움을 막는 병원이 마치 20대에 있었던 아버지와의 기억과 비슷했으며, 온몸의 강직은 잔인한 상상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굳은 것이 아닌가 해석을 하였고 A는 동의를 하였다.

이후 A는 타환자의 가슴을 만지는 행동에 집착하여 갈등이많았고, 거부하는 환자에게 심한 분노를 표현하였다. A는부모님 이혼 전까지 어머니와 붙어 지냈고 이에 대한 방해자로서 아버지를 기억하였다. “내가 돈을 잘 벌고 몸 관리를 잘하면 어머니는 나의 것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주치의는 분노가 가득한 갇힌 공간에서 ‘어머니 대상’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수일 뒤 A는 이와 연관된 증상 및 억압된 기억을 연이어 말하였다.

Episode 5>

어제 저녁 ‘달려가다 몸이 강직 되는’ 증상이 있었다. A는 다음 날 상담 중에 군대 일병 시절에 여자친구와 관련된 상처를 말하였다. 일병 시절 공황 장애로 진단받고 지내던 때에 여자 친구와 헤어졌고 그때 여자 친구가 보고 싶어 탈영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지금도 (웹으로 연결된) 여자 친구가 보고 싶어 나가고 싶었다고 하였다. 주치의는 군대에서 탈영을 하면 영창에 가듯 여기서도 나가면 처벌을 받을까 불안해 ‘달려가다 강직 되는’ 증상이 일어난 것 같다고 해석하였고, A는 이에 동의 하였다.

Episode 6>

어젯밤 TV를 보면서 ‘몸을 떨며 강직 되는’ 증상이 있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의식은 잠시 혼미했다고 하며 A는 이를 기억하지 못하였다. 증상에 대한 연상은 하지 못했고, 주치의의 여러 짐작도 증상과 연결시키지 못했다. 그러던 중 보았던 TV 내용을 물어보았는데 A는 급격히 졸면서 말하기 힘들어하였다. 힘들게 얻어낸 TV 프로그램은 재연 드라마이며, A가 기억하는 TV 내용은 ‘여자가 남편 몰래 바람을 피우는’ 상황이었다. A는 이 상황에 대해20대에 어머니가 재혼하는 기억을 말하였고, ‘나를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가는’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말하였다. ‘어머니는 내 것이다’는 말을 강하게 했다.

위 일련의 사건 이후, 어머니 대상에 대한 리비도와 이와 반응하는 처벌적 초자아와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일들이 수개월 동안 있었다. A는 발작 증상이 있어도 의 TV 프로그램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고, 주치의는 전환 증상 양상과 드라마 내용, 상담시에 보이는 다양한 표정이나 모습 등을 토대로 A의 다양한 무의식적 기억과 상상을 추적하였다. 그리고 그 환상의 내용이 일치했을 때 이후 유사한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이 시기 주치의는 전환 증상의 호전을 위해 공간에 투사된 것들을 기초로 A의 억압된 무의식적 내용을 이끌어 내어 언어와 결합시키는 반복적인 작업을 하였다. 이에 대한 또 다른 대표적인 예화는 다음과 같다.

Episode 7>

어젯밤에 TV를 보면서 전신 강직, 몸의 떨림, 눈이 위로 올라가는 증상이 있었다. 다음 날 상담에 A는 졸린 듯 말을 하기 힘들어 했다. TV 내용은 유부녀의 불륜을 주로 다루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연상은 군대 가기 전 사귀었던 여성이었다. 그리고 이 여성은 유부녀였다. 이 말을 하던 중 A는 다소 몸을 떨었으며, 주치의는 짐작으로 “내가 처벌하는 것 같냐”고 물어보았고 A는 맞다고 하였다. 상담실에 들어올 때부터 주먹으로 온몸을 맞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였고, 이 상상은 실제 20대 유흥업소에서 일을 할 때 아버지에게 맞았던 기억과 겹쳐졌다. 갇힌 공간은 이에 대한 또 다른 처벌로 아버지가 자유를 제한한 기억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위 전환 증상은 성적인 행위 및 금지, 처벌이 동시에 일어난 것이라 해석하였다. 그리고 해석 뒤 A는 성적인 상상과 처벌이 중학교와 초등학교 때에도 있었던 것 같다는 막연한 기억을 말하였다.

처벌하는 아버지는 주치의로 여겨졌고, 주치의는 아버지의 대리자가 되었다. 이러한 초자아의 금지와 처벌은 이후 상담에서 ‘거세하는 아버지/주치의’로 구체화되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수개월이 지난 후 A는 아버지와 동성애적인 상상을 연이어 말하였다. 이 역시 주치의로 전이되었고, 이 동성애적인 상상은 아버지 페니스를 소유함으로써 전능함(omnipotence)을 획득하고, 동시에 어머니를 소유하는 무의식적인 만족을 제공하고 있다고 이해하였다.

Episode 8>

최근 증상은 투약 때 ‘서서 떨며 강직 되는’ 증상이었다. 이후 상담에서 이전과는 다르게 어머니/여성에 대한 내용은 아니라고 하였다. 주치의는 약을 준 간호사가 남자임을 알고 동성에 대한 성적인 상상이 아닌가 물었고, A는 동의하였다. 주치의와도 성적인 상상을 하였다고 말하는 순간 A는 바로 전환 증상이 일어날 듯 위축이 되었다. 주치의는 이를 성적인 상상에 대한 초자아 처벌로 짐작하고 그날 면담을 중지하였다. 이후 수일간 이어진 면담에서 수치심, 처벌에 대한 공포 및 분노 등의 감정을 말하다가 어느 날 병동 홀에서 ‘눈동자가 올라가고 몸이 강직 되는’ 증상이 일어났다. A는 이어진 상담에서 말을 하면 ‘앞으로 쓰러질 것 같다’ 는 느낌을 말하였다. 이에 대하여 아버지와 성관계를 하는 상상을 힘들게 말하였다. 그리고 수일 동안 이어지는 상담에서 성행위를 통해 아버지의 페니스를 가지는 상상을 하였고, 그럼으로써 아버지의 전능함과 어머니를 소유하는 욕망을 성취할 수 있다는 상상을 했다고 말하였다. 또한 갇혀 있는 것이 위 상상에 대한 처벌이라고 말하였다. 이후 상담에서 주치의와의 성적인 상상을 말하며 ‘주치의의 얼굴이 아버지 얼굴로 바뀐다’고 말하였다.

위와 유사한 층위의 무의식적 기억과 환상들에 대하여 다루던 중 ‘통제 행위나 상황’이 성적인 충동을 일으키는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다. 이는 매맞는 아이와 같은 피학적 상상으로 이어졌다. 이 시기부터 주치의는 A가 느끼는 공간의 느낌을 색으로 표현할 수 있게 물어보았고, A는 다양한 색을 보고 선택하였다(Figure 1).

Episode 9>

며칠 전에 다른 환자가 바둑을 두는 모습을 보고 분노하는 모습이 있었다. 이어지는 상담에서 바둑의 답답한 틀이 병원과 같다는 말을 하였다. 통제 당하는 상황을 의미했다. 동성애적 충동이 지속되던 중 A는 담배를 피울 때 ‘떠오르는 영상’으로 인해 힘들다고 호소하였다. 이는 이어지는 상담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 통제가 동성애적 충동이 들었던 억압된 환상으로 연결되면서 아버지의 통제 상황에서 들었던 성적인 흥분을 말하였다. 이 시기 상담 중에 A는 종종 발기가 되어 있었다. 다시 수일 뒤 A는 ‘머리와 왼쪽 손이 옆으로 돌아가며 잠시 의식이 소실되는’ 증상이 있었다. A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에게 나무 막대기로 맞을 때 흥분되었던 억압된 기억을 말하였다. 막대기로 맞을 때 처음에는 피했지만 맞을 때 흥분이 되어 동성애적 상상을 하였다고 말했으며, 이는 앞의 전환 증상과 일치했다. A는 여기 아버지가 없는데 아버지가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이 시기 A가 느끼는 공간에 대한 느낌은 상담 전에는 red와 black이었다가 상담 후에는 yellow와 neutral 6.5로 변하였다(Figure 1).

치료적 과정이 자발적인 연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한계가 많다. 마치 벌집에 박혀 있는 이물질들을 하나씩 긁어내듯 주치의는 A의 억압된 내용물들을 이끌어 내었다. 종종 호전이보이지만 이내 깊은 퇴행의 모습으로 며칠 누워 있었고,또 간헐적으로 전환 증상이나 충동적인 행동을 통해 자신의 무의식적 내러티브를 말하였다. 갇힌 공간은 자극 또는 처벌의 결과로써 작용하였고, 공간 안에 위 에피소드와 유사한 내용들이 투사가 되었다. 지루한 변주가 반복되었다. 특징적인 것은 이드와 결합된 초자아적 투사물들이 공간에 부유하다가 주치의에게 최종적으로 전이되었다. A에게 주치의는 결국 처벌하는 초자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자연적으로 이차적인 분노가 유발되었다. 또한 분노로 인해 A의 내면에는 좋은 대상의 흔적이 바로 사라지는 듯했다. 이는 악순환처럼 반복되었다. 자아가 안정적으로 거주할 공간은 A의 내면에, 또 갇힌 공간에 없는 듯했다.

갇힌 공간에서: 대상의 전환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지루한 작업들은 여전히 분노가 압도적이지만 서서히 ‘나를 돕는’ 의사의 모습이 A의 내면에서 쌓이고 있었다. 동시에 강력한 전이도 다소의 굴곡이 있지만 약화되어 처벌적인 아버지가 아닌 ‘선생님’의 비중이 생겨났다. 이러한 모습은 보호하고 도와주는 아버지의 모습 역시 조금씩 기억하게 하였다. A의 내면에서 좋은 대상의 부분이수용되면서 공격성이나 리비도는 중화되는 듯하였고, 전환 증상의 빈도나 강도는 약화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전환 증상이 줄면서 분노가 행위로 표출되는 사건들이 늘었다는 점이다. 자기중심성의 좌절을 견디지 못해 타환자와 다투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에 대해 주치의는 언어가 담론에서 본능적 충동의 매개 역할을 하기 전의 중간 현상으로 이해하였다. 기복은 있지만 A는 자신의 분노를 인지하고 말로 표현하려고 노력하였고 ‘말을 하면 증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는 교육을 이해하는 듯했다. A 내면의 자아가 숨을 쉬는 듯 하였다. 이러한 역동적인 변화는 A가 인지하는 색으로 표현되었다(Figure 1). 위 내용에 대한 대표적인 에피소드는 다음과 같다.

Episode 10>

어제 담배 문제로 다른 환자와 주먹으로 때리며 다투었다. A가 담배를 달라고 했는데 거절을 했다고 하며, 그 상황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전환 증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상담에서 최근 주된 이슈인 자기 중심성을 좌절시키는,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말하였다.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은 모두 ‘아버지’와 같다고 하였다. 군대 상관, 나이드신 분들이나 선생님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A는 상담 후 다소 진정된 모습이었고, “마음이 편해지고, 몸도 가벼워졌다”고 하였다. 공간을 인지하는 상담 전 후의 색은 neutral 3에서 neutral 5로 변하였다(Figure 1).

A는 이전 깊은 층위의 분석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억압되었던 고통스런 내용을 꺼내고 바로 문을 닫은 느낌이었다. 물론 아래 층위의 내용이 연결된 사건들이 분주히 일어났지만 상담 때에 전과 같이 더 깊이 진행되지 않았다. 감당하기 어려워 뱉어 냈던 투사물을 수용할 그릇-container-이내면에 (대상과의 경험을 통해) 생긴 듯했다. 그릇의 벽이아직 취약하여 외부/내부 자극에 균열이 종종 일어나지만, 그 내용물은 전처럼 강하지 않았다. 이에 상응하여 A가 느끼는 갇힌 공간은 전반적으로 무거움이 줄었다.

Episode 11>

어제 저녁 잠시 몸이 강직이 되는 증상이 있었다. 이번 주 중에 아버지와 외출이 계획되어 있어 기분이 좋아 보였다. 공간의 느낌은 neutral 5였다(Figure 1). A는 이어지는 상담에서 중학교 시절 부모님이 아버지 사업 실패로 인해 이혼했던 기억을 하였다. 특징적인 것은 ‘어머니가 날 버렸다’고 하면서 심한 분노를 말하였고 곧 ‘내가 혼자라는 공포’를 말하였다. 분노를 표현하면 아버지나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을 것 같다고 하였다. 오늘 오전 먼 거리에 있는 할머니에게 갑자기 전화하여 택시비를 내줄 테니 오라고 채근한 행동이 설명되었다. 따라서 어제 잠시 몸이 강직되는 증상은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이를 느끼면 안되는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몸의 표현으로 이해되었다. A는 주치의에게 말로 이를 표현하면서 이전에 하지 않았던 ‘선생님은 날 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하였다. 상담 후에도 공간의 느낌은 neural 5였다(Figure 1).

과거 대상관계는 주치의와의 경험을 통해 서서히 새로운 대상관계로 전환되었으며, 이러한 변화는 A의 자아기능과 동조되었다. 그리고 이 변화는 A가 느끼는 주관적 공간의 차이를 만들었으며, 그가 지적하는 색으로 구체화되었다.

3

A에게 초기 ‘갇힌 공간’은 역동적으로 ‘자유의 제한’과 ‘처벌’을 의미하며, 전반적인 퇴행의 자극이었다. 퇴행을 할수록 전이는 깊어졌으며, 이는 전이 정신증(transference psychosis) 수준으로 여겨졌다. A가 인지하는 공간은 퇴행과 전이의 정도에 따라 그 모습이 드러났다. 즉, 퇴행의 기능은 억압의 힘에 눌려왔던 무의식적 내용물을 드러나게 해준다. 이 지점에서 <인용문 1>에서 프로이트가 말했던 공간에 대한 무의식적 실체를 짐작할 수 있다. 사례에서 보듯, 초기에 강력한 공격적 충동은 가혹한 초자아를 소환하였고, 이들 모두는 공간에 투사되었으며 자아는 내면과 공간에서 희미해졌다. 이러한 내면의 투사물(projectiles)은 공간에 부유하는 듯 했으며, 공간 안의 특정 대상에 부착되어-전이- A에게 (의식/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초자아의 모습은 군대의 교관, 선임병이나 직장의 상사, 또는 악마 등으로 표상되었고, 이는 처벌하는 아버지 대상의 다양한 대리자였다. 이러한 모습과 분리되어 동성애적 대상으로서의 아버지나, 보호하거나 돕는 아버지의 표상이 뒤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대상의 분리된 형태는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전이와 전환 증상은 베일 속에 가려진 억압된 기억이나 무의식적 환상에 들어가는 문(gate)이었다. 이러한 역동은 층위와 구조(이드-자아-초자아)의 틀 안에 수렴된다. 즉, A에게 ‘갇힌 공간’은 이드와 초자아가 압도적인 ‘projection of the extension of the psychic apparatus’였던 것이다. 자아는 치료적 과정을 통해 새롭게 주조되었다. 주치의가 실시한 치료 행위는 A가 뱉어 낸 투사물에 대상의 언어를 결합하는 것이다. 긴 시간이 걸린 주된 이유는 이미 주치의는 갇힌 공간에서 부정적인 전이 저항의 상태였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분노에 의해 씻겨 나간 치료 시간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새로운 대상과의 경험은 미세하게 A의 내면에 쌓이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자아는 살아났고 공간은 숨을 쉴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자아가 다룰 수 있는 갈등의 폭이 증가하면서 전환 증상은 감소하였고, 전반적 인지 능력은 다소 회복되었다. A가 느끼는 주관적인 공간의 느낌은 그가 지적하는 색으로 구체화될 수 있었다(Figure 1). 에서와 같이 리비도는 red 계통으로 표현되었고 공격성은 black이나 회색 계열(neutral)로 표시되었다. 대체로 A가 느끼는 초자아적 공간의 압력에 따라 black에서 neutral의 숫자로 선택하였다. 예상할 수 있듯이 자아기능의 호전에 따라 neutral의 숫자는 커져갔다(옅은 회색으로 변해갔다). 즉, 정신기관의 변화에 따라 주관적인 공간의 느낌도 변화하였다.

A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공간은 개인의 다양한 무의식적 환상을 내포한다. 달리 설명하면, 공간에 투사된 무의식적 환상은 A의 투사물 중 당시 자극에 반응한 ‘내러티브를 품은 이미지’인 것이다. 한 개인의 억압된 환상이 주요 대상과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졌고 또 주요 대상과의 경험을 통해 심리 구조의 뼈대가 구축되었다면, 공간은 심리 구조의 플랫폼 내에서 움직이는 ‘내러티브를 품은 이미지’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면 갇히지 않은 공간은 어떠할까? 이에 대한 비교적 단순하고 직관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다. 주치의는 입원 기간 중 A에게 수개월 정도 개방병동의 자유를 주었지만 A는 스스로 정한 공간의 경계 바깥에 나가지 못했고, 위 퇴행과 증상은 여전했다. 이는 퇴행된 상태에서 공간의 경계는 물리적인 것이 아닌 심리적인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에서도 그는 자신에게 정해진 선을 넘는 순간 처벌의 두려움을 상징하는 ‘달려가다 넘어지는 증상’을 보였다. 당시 비록 폐쇄 병동이지만 A는 스스로의 추상적인 경계가 있었고 그 경계 밖은 주치의/아버지나 어머니가 허락하지 않은 두려움의 공간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추상적인 경계의 선이 공간을 결정한다면 사회학에서 사용되는 ‘공간 표상’ (Schroer 2018)의 개념을 정신분석적 이론에서 차용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가설적인 개념이지만,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한 개인의 (심리적인) 외부 공간은 대상 관계가 존재하는, 그리고 대상이 허락하는 표상적인 경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4

위 내용을 기반으로 정신분석이 말하는 공간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한 개인에게 외부 공간은 심리 구조 및 억압된 기억과 무의식적 환상, 그리고 대상관계의 존재를 내포하며 대상의 허락 경계를 가진 표상적 개념이다. 이러한 ‘심리적 공간’의 개념은 A와 같이 특별한 상황에서만 보여지는 것이 아닌 듯하다. 물론 공간의 자극과 퇴행의 정도가 심한 A처럼 무의식적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공간과 무의식이비교적 약하게 반응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본 논문에서는 지면의 문제로 이를 지지하는 또 다른 간단한 사례 및 프로이트가 경험한 광장 공포증의 예를 들겠다.

경계성 인격 장애와 이로 인한 알코올 사용 장애로 4, 5년간 입퇴원을 반복한 30대 중반 여자 환자 B의 사례를 잠시 살펴보자. 다른 알코올 환자와는 다르게 B 역시 심리적 원인이음주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경우이다. 3, 4년간 주치의의 정신치료와 금주에 대한 교육은 거의 효과가 없었고, 여느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처럼 외부에 나갈 기회가 있으면 음주 문제가 반복되었다. 초기에 버려지는 것에 대한 공포, 퇴행 시에 약화된 자아 기능, 투사적 동일시, 분리(splitting), 부정(denial) 방어 체계 등의 모습을 보였다. 폭음의 반복적인 패턴은 버려지는 것에 대한 분노가 쌓인 후였다. B 역시 A처럼 힘든 치료적 기간을 보냈지만, 긴 기간 주치의와 쌓여진 관계 형성을 통해 좋은 대상으로서의 모습이 내재화되었으며, 이를 통해 분리되었던 대상이 통합되는 듯했다. 주치의가 이 시점에서 지금 느끼는 병원이 어떤 변화가 있는가 물어보았을 때 B는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하였다. “예전에 여기는 가족이 나를 버렸던 공간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병원에 있는 것 자체가 공포와 외로움, 분노였죠. 선생님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어요. 선생님에게 했던 금주의 약속은 모두 거짓말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여기가 참 편안해 졌어요. 선생님도 감사하고요” B는 이 이야기 이후 금주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B의 경우 병원에 대한 공간 표상은 의식/무의식적으로 ‘버려진 공간’이었고, 이에 따라 깊은 층위의 분노가 지배하는 공간이었다. 이에 따라 주치의의 노력은 상당 기간 지워졌다. 물론 A처럼 긴 시간 주치의와의 치료적 경험을 통해 과거 대상이 새로운 대상으로 전환되었고 이후 병원은 편안한 공간으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의 변화는 병원에서만 보여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정신분석 클리닉에서 분석가가 공간을 하나의 고려의 대상으로 둔다면, 분석 사무실 역시 위와 유사한 수많은 역동들이 투사될 것이고, 또 피분석자의 심리 구조의 변화에 따라 공간의 인지(perception)가 달라지게 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공유하는 범위 내에서 심리적인 공간을 적용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적인 임상 사례는 프로이트가 겪은 두 공간에 대한 광장 공포증일 것이다(Freud 2010; Freud 1936). 이를 간단히 알아보자. 프로이트에게 로마는 신경증적 공간이었다. 이곳은 프로이트에게 이상화 된 공간이자 당시 핍박 받는 유대인으로써 한니발처럼 정복하고 싶은 갈등의 공간이었다. 그가 자신의 내면에서 투사한 공간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그 장소에 접근하기 어려웠고, 그의 내면을 분석한 후에 편하게 자주 갈 수 있게 되었다(Freud 2010; Peter 2013). 아테네 역시 프로이트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장소였다. 그의 분석은 아테네에 발을 딛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오이디푸스 승리와 초자아의 처벌이 동시에 작동하는 공간이었다(Freud 1936). 공교롭게도 위 시기 프로이트는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의식/무의식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시기로, 당시의 공간은 아버지 대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Peter 2013).

결 론

프로이트는 공간의 개념에 자신이 구축했던 구조 모델을 적용하여 공간에 대한 무의식적 이해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남겼다. 그는 외부 공간이 한 개인의 확장된 심리 기관(이드-자아-초자아)이 투사된 것이라 말하였다(인용문 1). 본 논문은 프로이트의 이 완성되지 않은 단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임상 사례를 제시하였다. 사례에서 A는 폐쇄병동에 입원을 하였고, 갇힌 환경은 심한 퇴행을 유발하여 깊은 층위의 무의식적 실체가 드러나게 해주었다. A에게 갇힌 공간은 금지와 처벌, 그리고 뒤에 리비도를 자극하였다. 내면에 수용될 수 없는 무의식의 내용물은 공간에 투사되었고, 이 투사물들은 공간에 부유하다가 대상에 부착하였다. 이는 전이 현상이며 이와 동조하여 공간도 당시 그 전이의 원천이 되는 시절로 회귀하였다. 본능적 충동과 결합한 가혹한 초자아는 주치의와 병원의 기능을 부정하게 하였지만, 긴 시간의 치료적 과정은 좋은 대상의 흔적을 남겼다. 이를 내재화함으로써 자아 기능이 살아났으며 공간의 압력은 감소했고, 공간에 대하여 A가 선택하는 색은 밝아졌다(Figure 1). 이러한 과정은 심리 구조(이드-자아-초자아)와 외부 공간이 서로 연동됨을 알려준다. 또한 이 사례에서 억압된 기억 및 무의식적 환상이외부공간에 내포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달리 말하면한 개인을 둘러싼 공간, 즉 공간 표상에 기억이나 환상, 또는 심리 구조가 (무의식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처럼 외부 공간에 무의식적 속성을 부여한 프로이트의 단상과 이를 논증한 위 사례는 공간 개념의 이해에 정신분석적 경험과 이론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한 개인의 무의식이 억압에 의해 의식화하기 어려운 것처럼(무의식적) 공간 역시 의식의 수준에서 인지하기 어렵다. 2) 무의식처럼 공간도 억압된 여러 층위를 가지며, 다양한 기억 및 환상을 내포할 수 있다. 3) 프로이트의 단상처럼 무의식이 구조화된 것처럼 공간도 (무의식적으로) 구조화(이드-자아-초자아)되어 있다 4) 위 내용들을 토대로 공간 역시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위 네 가지 시사점은 많은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짧게 알아본다. 우선 임상적으로 위 내용들과 가장 가까이있는 질환은 공황장애이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대부분 특정 장소/공간과 관련이 있는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다. 이 질환의 심리적인 원인은 주요 대상의 상실(loss)이나 분리(separation), 애착의 문제가 주된 이유로 제시되고 있고, 사례 A나B처럼 깊은 층위의 분노가 대상과의 관계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Gabbard 2005). 저자의 경험도 위 사실과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데, 이를 간략하게 말하면 다음과 같다. 한 개인을 둘러싼 (무의식적) 외부 공간에 대상이 사라지는, 또는 예상되는 불안의 속성이 공황 증상인 듯하다. 또한 특정 공황 환자에게 공간을 치료적 변수로 두었을 때 환자의 무의식적인 이해에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에 대하여 추가적인 자세한 사례가 필요할 것이다. 두번째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집단 심리학인데, 이미 프로이트는 당시의 자료를 토대로 이를 분석하였다(Freud 1913; Freud 1921). 집단 심리학에 관한 이 두 논문의 공통점을 간략히 말하자면, 집단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집단 초자아 분석으로 이해가 된다. 프로이트의 단상(인용문 1)은 위 내용을 확장시킨다. 즉, (인용문 1)대로 개인을 둘러싼 추상적 공간에 심리 기관(이드-자아-초자아)이 존재한다면, 집단은 이 심리 기관을 (무의식적으로) 일정 부분 공유하는 이들이 아닐까 한다. 이 역시 집단/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초자아와 자아의 영역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 연구는 문화 인류학과 사회학, 철학의 분야에 정신분석의 경험이 제공할 수 있는 유용한 지점일 것이다. 건축이나 예술 역시 공간에 대한 무의식적 관점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건축은 삶의 공간을 물리적으로 구체화하는 분야로 정신분석이 제공하는 심리적 공간에 대한 성찰과 의미있는 교류를 보여주고 있다(Danze 등 2012). 외부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안정감과 편안함, 지속성 등의 제공은 정신분석에서 대상(object)의 속성과 겹치는 건축의 기능이다. 무의식적 관점에서 현대의 건축은 본 논문이 말한 ‘한 개인을 둘러싼 구조화된 공간’을 기능과 미학, 그리고 심리적으로 재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건축만의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회화는 저자가 이미 몇몇의 논문에서 근대회화를 이해하는 요소의 하나로 평면에 ‘개별적인 공간’의 시각화를 주장하였다(Lee와 Yoon 2019; Lee와 Yoon 2021a; Lee와 Yoon 2021b; Lee와 Yoon 2021c). 특히 본 논문에서 A가 느끼는 공간을 색을 통해 선택하게 한 결과들은 저자의 위 주장을 뒷받침한다. 예술가는 내면과 동조하는 공간의 느낌을 회화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작가를 분석함으로써 무의식적 내용을 내포한 ‘개별적 공간’ 표현이 서양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밝힐 것이다.

본 논문은 여러 제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주장을 일반화하기에 사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공간과 관련이 깊은 사례가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저자는 공간에 대하여 프로이트가 주장한 구조모델과 대상관계 이론을 기반으로 분석하였는데, 무의식에 대한 다른 여러 연구 역시 공간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공간을 자기(self)로 인지하는 직관적인 경험은 자기 심리학(self psychology)적 관점이 이에 대하여 많은 통찰을 제공해 줄 것이라 예상된다. 셋째, 본 논문의 사례에서 A는 외부 공간에 투사한 심리 기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특히 초자아), 여전히 정신분석에서 제공한 다양한 초자아 대리자로서의 모습은 부족하다. 역시 이에 대하여는 많은 사례 연구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본 논문은 공간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이해에 정신분석의 경험이 의미있는 관점을 제시하였다. 특히 저자는 프로이트의 단상(인용문 1)을 토대로 내면 세계의 공간에 머물고 있는 무의식적 관점을 외부 공간으로 확장하려 시도하였다. 서문에서 잠시 언급한 공간 개념에 대한 철학적 흐름은 다른 인문학과 사회과학, 그리고 미학, 예술에 기초가 된다. 공간 개념에 대한 철학적 기점이 되는 플라톤은 기원전 367년 자신의 우주론에 대한 저서 <티마이오스>에서 공간에 대한 흥미로운 주장을 한다(tim 52b). 우주를 형성하는 공간은 마음 속에 그리고 외부에 동시에 있다. 단지 그것이 (억압되어) 의식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뿐이다. 정신분석의 경험은 여기서 만난다.

… 그것은 공간이라는 카테고리다. 생성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모든 것 위에 짐지워져 있는 몰락(의 운명)을 따르지 않는 공간이라는 카테고리다. 공간이라는 이 카테고리는 그

자체가 감각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정신에 의해서도 겨우 이리저리 유추함으로써만 파악될 수 있을 뿐 확실하게 규정되지도 않는다. 우리가 꿈을 꿀 때면 눈으로 보는 공간은 그것이 하나의 장소이며 공간을 차지하는 그런 것임이 너무 당연하지만, 땅 위에 있지도 않고 또 우주 속에 달리 존재하고 있지도 않는 것으로 도대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Schroer 2018).

Acknowledgments

None

foot-note

a 본 사례를 학술적 목적으로 사용함에 대한 동의서를 규정에 맞게 받았습니다.

Conflicts of Interest

The authors have no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to disclose.

Author Contributions

Conceptualization: Hyun Kwon Lee, Hye Ri Yoon. Investigation: Hyun Kwon Lee. Methodology: Hyun Kwon Lee. Project administration: Hyun Kwon Lee. Supervision: Min Geol Kim. Writing—original draft: Hyun Kwon Lee. Writing—review & editing: all authors.

References
  1. Bollnow OF. Mensch and raum. Lee KS, translator. Seoul: Eco-Linves Publishing;2011. p.351-366.
  2. Danze E, Sonnenberg S. Space & psyche. Austin, TX: Caaloging-in Publication;2012. p.17-269.
  3. Freud S. The standard edition of the complete psychological works of Sigmund Freud, volume XIII: totem and taboo. London: Hogarth Press;1913. p.1-162.
  4. Freud S. The standard edition of the complete psychological works of Sigmund Freud, volume XVIII: group psychology and the analysis of the ego. London: Hogarth Press;1921. p.65-144.
  5. Freud S. The standard edition of the complete psychological works of Sigmund Freud, volume XXII: a disturbance of memory on the acropolis. London: Hogarth Press;1936. p.237-248.
  6. Freud S. The standard edition of the complete psychological works of Sigmund Freud, volume XXIII: findings, ideas, problems. London: Hogarth Press;1938a. p.300.
  7. Freud S. The standard edition of the complete psychological works of Sigmund Freud, volume XXIII: an outline of psycho-analysis. London: Hogarth Press;1938b. p.139-518.
  8. Freud S. Standard edition vol. 4: the interpretation of dreams. Kim IS, translator. Seoul: Openbooks Co.;2010. p.241-246.
  9. Gabbard GO. Psychodynamic psychiatry in clinical practice. 4th ed. Arlington, VA: American Psychiatric Publishing, Inc.;2005. p.235-259.
  10. Peter G. Freud: a life for our time 1 (1856~1915). Jung YM, translator. Seoul: Gyoyangin;2013. p.266-273.
  11. Lee HK, Yoon HR. Study for Cezanne in the perspective of the unconscious 1. Psychoanal 2019;30:50-61.
    CrossRef
  12. Lee HK, Yoon HR. Study for artist Henri Rousseau in the perspective of the unconscious: centering on his jungle series. Psychoanal 2021a; 32:21-35.
    CrossRef
  13. Lee HK, Yoon HR. Study for artist Henri Rousseau in the perspective of the unconscious: centering on his landscapes, figures, still-life paintings. Psychoanal 2021b;32:52-63.
    CrossRef
  14. Lee HK, Yoon HR. Study for Odilon Redon in the perspective of the unconscious: centering on before his black series. Psychoanal 2021c; 32:89-106.
    CrossRef
  15. Schroer M. Räume, Orte, Grenzen. Jung IM, Bea JH, translator. Seoul: Eco-Linves Publishing;2018. p.17-52.
  16. Segal H. Dream, phantasy and art. New York: Bruner-Routledge;2004. p.49-63.
  17. Van de Ven C. Space in architecture: the evolution of a new idea in the theory and history of modern movements. Ko SR, translator. Seoul: CIR Publishing;2019. p.20-68.


July 2023, 34 (3)
  • Science Cent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