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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Delusions With Psychoanalysis
Psychoanal 2023;34:25-38
Published online April 30, 2023;  https://doi.org/10.18529/psychoanal.2023.34.2.25
© 2023 Korean Association of Psychoanalysis.

Chulkwon Kim

Department of Psychiatry, College of Medicine, Dong-A University, Busan, Korea
Chulkwon Kim, MD, PhD
Department of Psychiatry, College of Medicine, Dong-A University, 26 Daesingongwon-ro, Seo-gu, Busan 49201, Korea
Tel: +82-51-240-2908, Fax: +82-51-253-3542, E-mail: chul400@naver.com
Received March 22, 2023; Revised April 9, 2023; Accepted April 10, 2023.
cc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paper was to describe how psychiatric delusion could be understood from Freud’s psychoanalytic point of view. In this paper, psychoanalytic meaning of delusion was explored for a film featuring a man who showed various psychiatric delusions different from a psychiatric patient. The film was <Él> made by director Luis Bunuel in 1952. It was introduced as in Korea. In the film, Francisco, the main male character, showed various delusional aspects such as erotic delusion, paranoia, delusion of persecution, delusion of relationship, delusion of grandeur, and delusion of litigation. Most of all, the plot revolved around the delusion of jealousy that showed doubts about the fidelity of Gloria, his wife. In addition, he had fetishism and obsessive compulsions, which was evident in his sexual desire he felt when he saw Gloria’s feet. In the film, various symptoms of Francisco showed seem to be scattered without any particular association with jealousy delusion. However, we could see that all of them were so systematically connected when we examined those various symptoms thoroughly from the perspective of combining passion and doubt. In this paper, Freud’s views on each delusion, obsessive compulsive symptoms and fetishism, and some cases he reported were described and a conceptual introduction to passion psychosis was made.
Keywords : Delusion; Luis Bunuel; ; Fetishism; Schreber
서 론

현대 정신의학은 자연 과학의 한 분야로서 그 자리를 굳히고 있다. 비록 대부분의 정신과적 질병의 원인이 아직도 규명되지 않고 있지만, 진단은 The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ifth Edition (DSM-5) 기준(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a)에 맞추어 임상가 간의 진단 일치율을 극대화하였고, 치료는 약물치료를 중심으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과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년 새로운 치료약물이 개발되고 있으며 그 효과 또한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정신의학이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하고 입증할 수 있는 행동과학과 증거기반 과학을 토대로 하고 있기에,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들은 연구 방법이 명확하게 제시되고 통계 처리를 통해 결과를 추출하는 양적 논문이 대부분이다. 오늘날 정신의학은 뇌과학 연구의 발전과 함께 나아가고 있다. 환자가 보이는 모든 증상을 뇌의 이상으로 설명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는 부분적이지만 성공을 거두고 있다.

생물 정신의학의 발전과는 달리 정신분석 분야는 그만큼 낙관적이지는 않다. 현재에도 정신분석 학회를 중심으로 정신과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신분석 치료와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신분석 분야에 전념하는 정신과 의사의 수와 매년 발행되는 학술 저널 및 논문의 수는 생물 정신의학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다. 정신분석이 정신과 환자의 심리를 이해하는 면에서는 거의 유일할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안에 빠른 치료 효과를 원하는 정신과 환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면에 있어서는 약물치료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비-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는 정신분석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는 그것을 포기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임상 정신의학에서 정신분석이 설 자리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으며, 정신분석은 정신의학이 아닌 인문학 분야에서 더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어쩌면 오늘날의 정신과 의사는 뇌(brain) 없는 정신분석과 마음(mind) 없는 신경과학 사이에서 방황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정신과학회는 생물심리사회(Bio-Psycho-Social) 통합모형으로 환자를 진료하기 권하지만, 그 세 가지 모형이 지향하는 바가 각각 다르고 공통된 개념도 찾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식의 통합 치료는 이상적인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망상은 환각과 더불어 정신병으로 진단하는 핵심 증상이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정신의학의 진단체계인 DSM-5에서도 한 환자를 정신병으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망상이 존재해야 한다. 환각이나 망상과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면담할 때 정신과 의사는 정신의학교과서로 인정되는 책에 적힌 대로 병력을 청취한다. 현 병력을 알아본 후에 과거력과 가족력을 탐색하고 마지막으로 정신상태 검사를 시행한 후에, 환자가 보이는 다양한 증상들과 발병 양상을 토대로 DSM-5 진단기준에 맞추어 진단을 내린다. 이때 DSM-5 진단체계의 문제점이 드러나는데, 그것은 망상의 성격이나 개수와 관계없이 오로지 ‘망상 있음’으로만 기록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신병 증상을 보이는 한 환자가 질투망상, 관계망상, 피해망상, 과대망상, 신체망상, 사고삽입, 피조종망상 등 여러 가지 망상을 보여도, DSM-5 진단체계에서는 왜 그런 망상을 보이는지, 핵심 망상은 무엇인지, 망상 간의 연결고리는 어떠한 지를 탐색하지 않는다. 대신 망상 여부를 확인하고는 다양한 망상 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그냥 망상이라는 하나의 증상 카테고리에 모두 넣어버린다. 이런 식의 접근방식은 효율성 면에서는 뛰어날지 몰라도 환자 심리를 이해하는 데는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한다.

망상은 환자 심리로 들어가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기에 정신분석적으로 그 의미를 탐색하는 것은 환자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환자가 다양한 망상을 보일 때, 치료자는 각 망상의 정신분석적 의미와 망상 간의 연결고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망상의 존재 여부만 확인하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살아온 환자의 전체 삶보다는 단지 망상이라는 증상만 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상가가 그런 시각을 가진다면, 환자의 내적 심리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자 개인적으로 정신의학에서 망상은 밤하늘 은하수의 별자리 역할을 하며, 정신분석은 그 별자리의 의미와 연결고리를 환자에게 이야기해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정신분석은 이러하다.

환자들은 자유연상을 통해 엄청난 말을 쏟아낸다. 환자의 말은 마치 밤하늘에 떠 있는 은하수와 같다. 분석가는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수많은 별에서 별자리를 찾아낸다. 그것이 분석의 1차 작업이다.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별들에서, 아무렇게나 내뱉는 환자의 말들에서 분석가는 반복을 찾아내고 억압된 기억을 지도 삼아 환자에게 맞는 별자리를 찾아낸다. 물론 그것이 무의식은 아니지만,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실마리는 된다. 신경증 환자에게서는 이 별자리를 찾는 작업이 가장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신경증 환자들은 끊임없이 저항하고 방어하고 왜곡하고 변형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신증 환자들은 그런 저항과 왜곡과 변형이 없기 때문에, 곧바로 자신의 별자리(망상이나 환각)를 있는 그대로 말해주기에 별자리 찾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런 다음에 분석가는 각 환자의 별자리에 대한 것을 환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그 환자에게 되돌려준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거세불안과 같은 어려운 정신분석 개념으로 설명하기보다는, 환자에게서 찾은 별자리에 관한 내용을 쉬운 이야기로 만들어 청각적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그 이야기가 분석가 자신의 주관적인 이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주관과 객관 사이(between)에 있기 위해 분석가는 이론을 공부하고 자기분석을 받는 것이다. 분석가는 주관과 객관 사이를 줄타기하는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 분석가는 해석자가 아니라 이야기꾼이다. 환자의 말에서 보편적인 법칙과 구조로서의 별자리를 찾아내고 그 별자리를 분석가 자신의 말로 바꾸어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분석가는 말하기(대사)와 보여주기(묘사)를 통해 무의식의 별자리를 이야기하는 소설가이다. 말하기와 보여주기, 그것이 바로 분석가가 해야 할 역할이다. 정신분석은 진실의 소설을쓰는 작업이다. 정신분석은 해석의 정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말을 소재로 진실의 글을 쓰는 작업이다.

정신과 환자가 다양한 망상을 보일 때 망상을 탐색해 나가는 좋은 사례는, 저자가 읽은 책 중에서는 송지영이 번역한 ‘정신분열병의 시작-망상의 게슈탈트 분석의 시도’(Conrad 1966)에 실린 사례들 중에서 1942년에 발표된 ‘증례 69 라이나(가명)’이다. 이 증례는 야스퍼스와 하이델베르크 학파의 정신병리학을 계승하여 기록된 것으로, 그 증례를 읽어보면 왜 그 환자가 특정 망상을 보이는지, 그리고 A망상과 B망상과 C망상이 어떤 식으로 발생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망상의 종류가 어떠하든지 간에 약물치료는 똑같기에 굳이 망상 간의 차이와 연결고리를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명의 정신병 환자가똑같은 피해망상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망상의 의미는 환자마다 다르다.

본 글의 목적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으로 망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기술하기 위함이다. 망상을 보이는 정신과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정신증 환자에 대한 장기간의 정신분석이 쉽지 않고, 게다가 환자에 대한 비밀보장과 엄청난 면담의 양을 제한된 분량의 논문으로 적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저자가 생각한 것이 다양한 정신과적 망상을 보이는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를 실제 환자로 대체하는 것이다. 프로이트 역시 편집증 환자 ‘슈레버’를 분석할 때 환자를 직접 면담하기보다는 그 환자가 출판한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Schreber 1903)을 읽고 그것에 대해 분석한 후에 책으로 출판하였다(Freud 1911). 본 글에서 망상의 사례로 삼은 영화는 루이스 부뉴엘 감독이 1952년에 만든 작품으로, 원제는 스페인어로 <´El>(영어로는 He, 그, 혹은 그 남자)이다. 국내에서는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인 <This Strange Passion>을 <이상한 정열>로 번역하여 상영하였지만, 영화의 내용을 고려하면 한글 번역은 <이상한 열정>이 더 적합해 보인다.

그러나 환자의 실제 임상 사례나 ‘슈레버’와 같이 검증된 자서전이 아닌 짧은 영화를 통해 영화 속의 주인공이 보이는 망상을 정신분석적으로 해석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가장 큰 한계는 영화에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 성장 과정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영화는 상영시간이 제한되기에 한 인간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나열하기보다는 압축과 선택을 통해 서사를 보여준다. 이런 이유로 영화에서는 정신분석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어린 시절 성장 과정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있더라도 파편적이고 불충분하다. <이상한 열정>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프란시스코의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화만을 통해 주인공이 보이는 망상의 무의식적 근원까지 추론하기는 불가능하다. 프로이트의 ‘슈레버’ 사례에서는 본인의 자서전을 통해 성장 과정과 병의 발병과 연관된 환경적 요인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기에, 프로이트는 ‘슈레버’가 보이는 모든 망상의 근원이 아버지에 대한 동성애적 욕망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었다. 본 글에서 프로이트의 ‘슈레버’ 사례를 언급한 이유는, 정신증 환자가 보이는 망상의 근원에는 반드시 무의식적 욕망이 있고 그 다양한 망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지 ‘슈레버’와 영화 속 주인공인 프란시스코의 망상의 무의식적 근원이 같다는 점을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에서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망상의 무의식적 근원을 추론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슈레버’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망상들이 표면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알 수 있다. 본 글을 쓴 목적도 영화 속 주인공이 보이는 다양한 망상을 서로 연결지어 이해하듯이, 실제 임상에서도 환자가 보이는 다양한 망상을 분리하지 않고 서로 연결지어 본다면 환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이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이 보이는 각 망상에 대해 프로이트가 언급한 이론적인 설명을 제시한 이유 역시 망상에 대한 정신분석적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이상한 열정

영화 <이상한 열정>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남자 주인공인 프란시스코(Francisco)가 성당의 세족식에서 갑자기 여자 주인공인 글로리아(Gloria)의 발에 반해 그녀에게 열정적으로 구애한다. 당시 글로리아는 라울(Raul)이라는 약혼자가 있었지만, 프란시스코의 열정에 반해 그와 결혼한다. 결혼 후 신혼여행을 떠나는 기차 안에서 프란시스코는 글로리아를 의심하는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다가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심해져 그녀를 죽이려고까지 한다. 결국 그녀는 프란시스코 곁을 떠나 이전 약혼자였던 라울과 합쳐지고, 다양한 망상 증세를 보이던 프란시스코는 수도원에서 지내면서 안정을 되찾는다. 이런 줄거리에 따라 영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프란시스코가 글로리아에 반해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고, 두 번째는 글로리아가 우연히 길에서 만난 전 약혼자였던 라울에게 결혼 후에 자신이 겪었던 프란시스코의 병적 증상을 회상하는 장면이며, 마지막은 프란시스코가 급성 정신병 상태를 보여 수도원에 들어가기까지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 프란시스코는 부인의 정절을 의심하는 질투망상을 중심으로 다양한 망상을 보인다. 프란시스코는 글로리아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색정망상(erotomania)을 보여 열렬히 구애하여 결혼에 성공한다. 신혼여행을 떠나면서 프란시스코는 다양한 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신혼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리카르도(Ricardo)라는 이름의 남자를 경계하면서 그가 자기 부부를 관찰하고 따라다니고 엿보고(관찰망상, delusion of observation), 자신을 비웃고(관계망상, delusion of reference), 아내인 글로리아를 좋아해서 수작을 건다고 의심하고(질투망상, delusion of jealousy), 그가자신을 모욕한다며(피해망상, delusion of persecution)싸움까지 벌인다. 프란시스코는 신혼여행지에서 한 성당의 높은 종탑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발밑의 사람들을 들끓는 벌레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신이라면 모두 죽여버릴 거라고 말한다(과대사고,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프란시스코는 신혼여행을 간 과나후아토라는 도시에서 큰집과 넓은 지역이 자기 할아버지의 소유였는데 부당하게 약탈당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법적으로 승소 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를 시켜 계속 소송을 건다(소송망상[delusion of litigation], 고소망상[delusion of accusation]). 프란시스코는 자신의 침실 벽에 걸려있는 그림이 조금이라도 삐딱하게 걸려있으면 견디지 못하고, 신혼여행지의 호텔에서는 글로리아가 벗어놓은 신발을 신발장에 가지런하게 넣는 행동을 보인다(강박증상). 게다가 영화의 제일 첫 장면에서 프란시스코는 글로리아의 발에 끌리고 결혼한 후에도 그녀의 발을 보면 성욕을 느끼는 물품성애증(fetishism)도 보인다. 영화에서는 프란시스코가보이는 다양한 증상들이 질투망상과는 특별한 연관성이없이 산만하게 나열되어 있지만, 그 다양한 증상들을 열정(passion)과 의심(doubt)이 결합되어 발생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 모든 증상이 아주 조직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질투 망상

영화에서 프란시스코는 글로리아에 대해 단순한 질투가 아니라 그녀의 정조를 의심하는 질투망상을 보인다. 이 질투망상은 영화 전체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 망상으로 작용한다. 질투(jealousy)의 그리스 라틴어 어원은 열정(fervor, ardor)으로, 질투의 사전적 의미는 ‘실제 혹은 상상적 경쟁자의 위협에 의해 자신의 소중한 관계가 상실 혹은 상실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들 때 보이는 정서적 반응’을 말한다(Cipriani 등 2012a). 질투는 언제나 삼자 관계에서 발생한다. 프랑스 정신분석가 라캉은 『에크리』에서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의 한 장면을 제시하면서 이것이 질투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Lacan 1966). “나는 내가 잘 알고 있는 아주 어린 꼬마가 질투에 사로잡히는 것을 내 눈으로 보았다. 그 아이는 아직 말도 하지 못했지만, 아주 창백해져서 독기 어린 시선으로 젖을 먹고 있는 남동생을 응시했다”(Augustinus 2010). 아직 말도 할 줄 모른다는 것으로 봐서 형은 한 살 갓 넘었을 것 같고 어머니의 젖을 빨고 있는 동생은 갓난아기로 보인다. 그렇다면 형은 왜 동생을 살기등등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인가? 동생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은 어떤 상태인가? 아마 동생의 자리에 자기가 있었으면 하고 바랄 것이다. 아이는 어머니를 둘러싸고 동생인 갓난아기에게 경쟁자로서 질투와 증오심을 느끼는 것이다.

질투에 대한 프로이트의 견해

프로이트는 비정상적으로 강한 질투를 분석해보면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째가 경쟁적 또는 정상적 질투이고 둘째가 투사된 질투이며, 셋째가 망상적 질투라고 말한다(Freud 1922).

정상적 질투는 사랑하는 대상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슬픔으로 인한 고통, 자기애적 상처, 성공한 라이벌에 대해 느끼는 적대 감정, 실패한 책임을 자신의 자아로 돌리는 자기비판 등이 혼재되어 있다. 이 질투가 정상적이라고 하더라도, 오이디푸스 구조나 형제간의 경쟁처럼 무의식에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자아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질투는 양성적으로도 경험될 수 있다. 어떤 남자는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에 대해 괴로움을 느끼고 자기의 경쟁자인 남자에 대해 증오를 느낄 뿐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 대해서도 슬픔을 느끼고 여자를 자기의 경쟁자로 증오하기도 한다.

투사된 질투는 남자와 여자의 경우 모두 현실 생활에서 그들 자신이 실제로 불성실했기 때문이거나 또는 그러고 싶은 충동이 억압을 받은 결과로 생겨난다. 즉 주체 자신의 부정(不貞)이나 부정 충동에 근원을 두고 있는데 그것이 억압되었다가 이차적으로 투사에 의해 사랑하는 대상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방이 자신보다 더 나을 게 없다는 식으로 자신을 합리화할 수 있게 된다. 사회적 관습은 현명하게도 결혼한 여자의 유혹하려는 욕구와 결혼한 남자의 정복하려는 갈망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불성실한 방향으로의 사소한 탈선에 대해서는 남편이나 아내 어느 쪽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으며 그런 탈선은 대체로 새로운 대상에 의해 일깨워진 욕망이 원래의 대상에게 어떤 식으로든 다시 충실해지는데서 만족을 찾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시기심이 강한 사람은 이 관용의 관습을 깨닫지 못하고 내친걸음이면 절대로 멈추거나 되돌아올리 없다고 믿는다. 또 교태가 실제의 불륜을 막는 안전벽이라는 것도 알지 못한다. 투사에서 생겨나는 질투에는 사실상 거의 대체로 망상적인 특성이 있지만 이러한 질투는 환자 자신의 무의식적 불륜 환상을 들추어내는 분석 작업으로 치료될 수 있다.

망상적 유형의 질투는 불륜을 향한 억압된 충동에 그 원인이있지만 이 경우에 대상은 환자와 동일한 성이다. 망상적질투는 저절로 소멸된 동성애의 잔유물이기에 전형적인 편집증에 속한다. 이 질투는 지나치게 강한 동성애적 충동에 대항하려는 시도로서 남자의 경우는 다음의 공식으로 설명될 수 있다.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를 사랑하는 것은 그녀다’ 이러한 망상적 질투는 앞에서 설명한 세 층위를 모두 포함한다. 프로이트는 질투망상을 보이는 한 증례를 제시하면서 동성애적 리비도에 의해 질투망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Freud 1922).

심한 질투 편집증을 보이는 젊은 남자로 질투의 대상은 아주 충실한 아내였다. 질투망상이 간헐적으로 며칠 동안 발생하였는데 이상하게도 아내와 만족스러운 부부관계를 한 다음 날에 정기적으로 질투망상을 보였다. 프로이트는 이 증례에서 아내와의 섹스에 의해 이성애적 리비도가 만족된 후에는 그 섹스에 의해 동성애적 요소가 자극받아 질투망상을 일으켰다고 추론하였다. 갑작스러운 질투 발작은 언제나 그가 아내로부터 관찰하는 사소한 것들에서 비롯되었다. 어느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드러나는 아내의 완전히 무의식적인 교태가 그의 눈에는 보였다. 아내가 무심코 옆자리에 앉은 남자와 옷깃을 스치거나, 남자에게 너무 가까이 몸을 숙이거나, 또는 남편과 단둘이 있을 때보다 더 즐겁게 미소를 짓는 것 등이었다. 그는 아내의 무의식이 드러낸 조짐들을 아주 유심히 관찰하여 해석했고 자신이 항상 올바른 판단을 한다고 확신했기에 자기의 질투심을 정당화할 수 있었다.

프로이트가 언급하고 있듯이 질투망상을 보이는 사람은 언제나 배우자에게서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아주 사소한 단서들을 찾아내어 그것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의 중요성을 확장한다. 질투 편집증과 피해 편집증 환자들은 자신들의 심리 내부에서 인식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을 외부로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질투 편집증을 보이는 남편은 자신의 부정(不貞) 대신 아내의 부정을 감지하고, 그녀가 부정하다는 것을 의식화한 다음에는 그것을 엄청나게 확대함으로써 자기의 무의식적 부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영화 속 프란시스코의 질투망상

영화에서 프란시스코는 글로리아가 보이는 아주 자연스럽고 사소한 말과 행동을 이유삼아 질투망상을 보인다. 질투망상은 두 사람의 부부관계가 법적으로 확립되었을 때 시작된다. 배우자가 자기 소유라는 생각이 들 때 질투망상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결혼 전 연애 시기에는 질투는 보이지만, 질투망상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 질투망상을 보이면 당연히 상대방은 떠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연애 시기의 질투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조장되기도 한다. 영화에서 프란시스코가 처음으로 질투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결혼 후 신혼여행을 떠나면서부터이다. 신혼여행지로 가는 기차의 침대 객실에서 프란시스코는 글로리아에게 키스한 후에 그녀의 얼굴을 본다. 그녀는 그의 키스를 받아들인 후에 눈을 감고 있다.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프란시스코는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고 그녀는 당신을 생각한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프란시스코는 거짓말하고 있다며 라울을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말한다. 글로리아가 놀라며 “미쳤어요? 왜 그런 상상을 하죠?”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당연하지. 그를 사랑했었고 약혼했었고 결혼까지 하려고 했잖아.” 왜 프란시스코는 이런 상상을 할까? 그가 그녀에게 키스할 때 그는 라울이 식당에서 글로리아를 만났던 장면을 떠올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때 그들은 만나자마자 키스하고 자리에 앉아 두 손을 잡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프란시스코는 식당 밖에서 그 장면을 보았다. 그래서 프란시스코는 그녀에게 “분명 키스도 했을 거고… 여러 차례 서로 껴안았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질투망상은 두 사람이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을 때 시작되기에 <이상한 열정>에서도 신혼여행지로 떠나는 기차에서 프란시스코는 글로리아에 대해 질투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에 대한 또 다른 정신분석적 해석은 프로이트의 ‘실패 신경증’의 기전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성공하는 순간에 실패하는 사람들’ 경우다. 자신의 심리적 문제 때문에-대부분은 자아의 자기 처벌이나 죄책감 때문에- 그녀와 결혼하는 욕망이 충족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그녀와 결혼하려는 자신의 현실적인 욕망이 충족되는 것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실패를 선택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성공을 눈앞에 두고도 스스로 실패를 선택하는 특별한 유형의 환자들을 제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런 환자들은 무의식적 이유로 자신의 욕망이 충족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이런 환자들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좌절 때문에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현실적으로 자신의 욕망이 충족되는 것을 견디지 못해서 스스로 실패를 선택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Freud 1916). 나아가 프로이트는 『쾌락 원칙을 넘어서』(1920)에서 실패 신경증 환자들을 반복 강박, 혹은 운명 강박(운명 신경증)과 결부시킨다. 프로이트는 친구 간의 우정이 언제나 배신으로 끝나는 사람, 어떤 사람이 아주 높은 지위에 오르도록 헌신하였다가 그 사람이 권좌에 오르면 그 권좌를 흔들어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버리는 사람, 여자와의 정사가 항상 동일한 단계를 거쳐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는 사람 등을 반복의 예로 들고 있다. 프로이트는 운명 강박(운명 신경증)의 증례도 제시하면서 “그 경험은 불쾌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것이다. 그것은 불변의 시나리오에 따라 전개되고,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그것은 스스로 어찌해 볼 수 없는 외부적 운명에 의해 좌우되는 것처럼 보이고 주체는 자신을 희생자라고 느낀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세 번 결혼해서 세 번 다 결혼 직후에 남편이 병에 걸려 그들이 죽을 때까지 그들을 보살피는 여자의 경우를 대표적인 증례로 제시하고 있다(Freud 1920).

질투망상의 핵심적인 특징은 경쟁자의 증식과 상상적 번식이다. 영화에서도 그 점은 잘 드러난다. 프란시스코 입장에서는 글로리아에게 접근하는 모든 남자가 경쟁자가 되고 그들의 사소한 말과 행동이 질투망상을 확산시키는 연료가 된다. 영화에서는 라울, 리카르도, 젊은 변호사 순으로 경쟁자가 확산된다. 질투망상의 대상은 언제나 아내와 연관된 사람들이다. 프로이트의 ‘슈레버’ 사례에 의하면 환자가 보이는 질투망상은 자신의 동성애적 욕망을 부정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나는 그 남자(아버지)를 사랑한다’에서 주어인 ‘나’ 가부정되어 ‘그녀’로 바뀌고, 그래서 ‘그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녀이다. 그녀가 그를 사랑한다’로 바뀐다고 설명한다(Freud 1911a). 신혼여행지인 과나후아토에서 리카르도라는 남자를 만났을 때도, 그와 글로리아 사이에 오간 말과 태도가 프란시스코를 자극했다. 글로리아는 그 남자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오는 비행기에서 만났고 몇 번 본 정도에 불과하다. 낯선 곳에서 우연히 마주쳤기에 글로리아는 반갑게 그와 인사를 하고 악수한다. 그러자 리카르도가 프란시스코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축하합니다. 결혼 소식은 신문에서 읽었습니다. 부럽습니다, 선생님. 글로리아는 흔치 않은 여자죠.” 그 말이 프란시스코를 자극했다. ‘부럽다니, 당신이 나와 경쟁 상대인가? 그리고 흔치 않은 여자라니, 당신이 내 아내에 대해 무엇을 알기에 그런 말을 하지?’ 프란시스코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말을 들은 프란시스코는 글로리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기가 마치 동 쥐앙이라도 되는 줄 알더군. 다시 만나게 되면 그렇게 다정하게 대하지 마. 다른 무슨 짓을 꾸밀지도 모르니까.” 남자 변호사에 대한 질투도 마찬가지다. 변호사를 초청한 것도, 저녁 만찬 때 완벽한 안주인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변호사가 혼자 있다며 그에게 마실 것을 갖다주고 계속 그를 즐겁게 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모두 프란시스코다. 글로리아는 그의 부탁대로 했을 뿐이다.

(글로리아가 술잔 두 개를 들고 변호사에게 다가간다. 변호사는 창밖을 보고 있다)

글로리아: (변호사에게) 왜 그렇게 혼자 계세요?

변호사: 당신이 저를 버렸으니까요

글로리아: 잠시뿐인걸요. 지금 돌아왔잖아요. 좋은 친구로... (잔을 건넨다) 무엇을 위해 건배할까요?

변호사: 당신 생일?

글로리아: 그건 울고 싶은 이유죠. 한 살 더 먹게 되는데!

변호사: 당신 나이라면 전혀 그렇지 않죠. 당신의 행복을 위하여 건배!

변호사는 분명히 글로리아를 유혹하고 있다. 게다가 유부녀인 그녀에게 춤을 추자고 권한다. 두 사람이 사람들 틈에 섞여 춤추는 것을 프란시스코가 본다. 벨라스코 신부와 글로리아의 어머니도 앉아서 두 사람이 춤추는 모습을 본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글로리아가 헤픈 여자라는 인상을 사람들에게 심어준다. 그래서 벨라스코 신부는 글로리아 어머니에게 “사람을 판단하는 건 간단하죠. 저 변호사가 춤추는 걸 보세요. 결혼한 여자라는 걸 아는데도 말입니다. 프란시스코와 비교해 보세요. 그는 완벽한 신사죠.”라고 말한다. 프란시스코는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한다. 특히 프란시스코를 분노하게 만든 것은 두 사람이 정원으로 함께 나간 것이다. 프란시스코에게 자기 집의 정원은 어떤 곳인가? 정원은 그가 라울로부터 글로리아를 뺏어온 곳이다. 정원에서 함께 걸으면서 프란시스코는 글로리아와 대화를 나누었고 그가 그녀에게 키스하면서 두 사람은 결혼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정원에 그것도 밤에 두 사람이 나갔고 변호사가 글로리아에게 윗옷을 어깨에 걸쳐주고 함께 걸었다는 것은 프란시스코에게는 질투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그래서 프란시스코가 하인인 파블로에게 묻는다.

프란시스코: (파블로에게) 파블로, 마님은 어디 있나?

파블로: 정원에 변호사님과 계십니다

프란시스코: 확실한가?

파블로: 그렇습니다. 주인님.

질투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배우자와 대화를 나눌 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대화방식이 있다. 모든 질투망상 환자들이 이방식을 따른다. 그들은 배우자가 부정(不貞)을 저질렀다는 것을 전제로 대화를 시작한다. 그래서 첫째, 당신은 부정을 저질렀다. 둘째, 나는 진실을 알고 싶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오직 진실뿐이다. 셋째, 당신이 진실을 말한다면, 맹세컨대 나는 모든 것을 용서하고 다시는 그것을 가슴에 담아두지 않겠다. 넷째, 그러나 당신이 계속 진실을 말하기를 거부한다면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스스로 그 진실을 파헤치겠다. 여기서 진실은 배우자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고백이다. 질투망상을 보이는 환자는 둘째와 셋째 단계를 집요하게 반복하기에 배우자가 지쳐 거짓으로라도 자신이부정을 저질렀다고 말을 하면 그때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환자는 배우자가 자신의 부정을 인정했기에 자신의 의심과 판단이 정당하다며 자신의 의심을 더욱더 확신하게 된다. 프란시스코 역시 질투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사용하는 대화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임상에서 의처증이나 의부증 같은 질투망상 때문에 정신과를 찾아온 환자는 정신과 의사에게 이런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만약 선생님이 제 말을 인정해준다면, 저는 치료를 받겠습니다.” 이건 논리적으로 명백한 모순이다. 환자는 자신이 배우자의 정절을 의심하는 것은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기에 결코 병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의사가 그런 환자의 말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환자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는 환자가 아니기 때문에 치료받을 이유가 없게 된다.

프란시스코: 글로리아, 난 진실을 원해! 의심 때문에 나는 견디기 힘들 거야. 난 알아야겠어! 맹세컨대 모든 걸 잊어 줄게. 당신에 대한 나쁜 것은 그 어느 것도 가슴에 담아두지 않을게. 그러니 말해줘. 고해하듯이 모두 털어놔 줘. 나는 당신 남편이잖아.

글로리아: 그만 좀 해요, 제발… 부끄러운 짓은 한 번도 없었어요.

프란시스코: 얘기하지 않을 작정이군! 그러면 내 의심이 더 커진다는 거 몰라?

(글로리아가 돌아눕는다. 프란시스코가 일어난다.)

프란시스코: 좋아, 과거를 계속 숨겨봐. 언젠가는 밝혀낼 테니.

질투망상을 보이는 환자는 진실(truth)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눈에 보이는 사실(fact)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이라는 말에는 ‘나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다’는 욕망이 내포되어 있다. 프란시스코도 진실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그것은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어머니: 글로리아, 잠시 얘기 좀 하자. 프란시스코가 너희 결혼 생활에 대해서 모두 얘기했다. 모두 솔직히 털어놓더구나.

글로리아: 그래서요?

어머니: 네가 좀 더 이해심을 가져야 해!

글로리아: 그이가 뭐라고 했는데요?

장모: 진실... 자기 잘못도 시인했다. 하지만 네게도 잘못이 있어… 그 점도 잘 이해하고 있더구나.

글로리아: 무례한 짓들은요? 심술은? 그리고 이것은? (팔뚝을 보여준다)

어머니: 프란시스코는 질투심이 많은 사람이야. 가끔 네가 잘못되었다고 여기지… 너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는 평정을 잃지 않으려 하고 있어.

글로리아: 엄마도 속였군요.

어머니: 남자가 진실을 말할 때는 거짓말 못하는 법이다. 엄마의 충고 새겨듣거라. 그에게 잘 대해줘. 그러면 모든 게 잘 될 거다.

프란시스코: (두 사람이 식탁에서 싸우는 것을 보고 하인인 파블로가 가려고 하자) 파블로, 가지 말게! 진실이란 모두를 위한 거야.

벨라스코 신부: 그게 끝인가요?

글로리아: 충분치 않나요?

벨라스코 신부: 당신이 하신 말씀은 생각만 해도 부끄러운 것이죠.

글로리아: 부끄럽지만 사실이에요.

벨라스코 신부: 진실은 젊은 상상력으로 채색되곤 하죠... 그에 대해선 잘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숨기는 법이 없죠. 그는 믿음의 사람이자 다른 이에게 본보기와 같은 사람입니다. 그의 고해성사 신부로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글로리아: 의사를 만나보세요. 지금 당신 아프잖아요... 좋아질 거예요. 그러면 우리도…

프란시스코: 당신 말 대로 다 할게. 떠나지만 말아줘. 지난날 있었던 일은 잊어줘! 당신이 진실했다는 거 알아.

질투망상을 보이는 환자는 자신의 의심을 정당화할 수 있는 증거를 끊임없이 찾는다. 환자가 망상에 매달리는 집요함은, 그가 참을 수 없는 어떤 관념을 자아 밖으로 추방하려고 행사하는 힘과 동일하다. 그러한 환자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듯 망상을 사랑한다(Freud 1895a). 프란시스코 역시 그러하다. 라울이 차로 글로리아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것을 본 프란시스코는 드디어 이렇게 말한다. “라울, 잘하는군. 완벽해졌어. 이제 내가 본 걸 부정하진 못하겠지. 드디어 자백하는군! 내가 옳았어. 이 창녀 같으니!” 프란시스코는 급성 정신병으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 후 수도원에서 요양하면서도 글로리아의 정절을 의심하는 자신의 생각이 정당하다는 증거를 찾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런 증거를 찾는 집요함을 보여준다. 라울과 글로리아가 꼬마 아이와 함께 프란시스코가 있는 수도원으로 온다. 글로리아와 라울은 결혼한 상태다. 그들은 콜롬비아로 떠나기 전에 잠시 찾아왔다고 말한다. 신부는 프란시스코가 겸손함 그 자체이며 자신에 대해 아무런 불평도 없이 잘 지내고 있다며 만나볼 것을 권한다. 그러나 글로리아와 라울은 만나는 게 상처만 될 거라고 거부한다. 신부가 꼬마 아이에게 이름이 뭐냐고 묻자 그 아이는 프란시스코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신부가 라울에게 “당신 아들인가요”라고 묻자 라울은 대답 대신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신부님. 우리가 도움될 수 있다면 언제라도.”라고 말하고는 떠난다. 그들이 떠나고 프란시스코가 신부에게 창가에서 방문객들을 보았으며 아이도 보았다고 말하면서 아이가 그들의 자식인지 묻는다. 신부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프란시스코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 그들이 주장한 대로 제가정신적인 혼란 상태는 아니었군요. 제 주장이 맞다는 것을 시간이 증명해 주었군요. 하지만 지금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참된 평화는 이곳에 있습니다.” 신부가 대답한 대로 그 꼬마 아이가 라울과 글로리아의 아들이라면, 글로리아는 자신과 결혼한 상태에서 라울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증거가 되고, 그렇기에 내가 글로리아를 의심한 것은 병적인 것이아니라 사실이다. 내가 미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실제로 바람을 피운 것이다. 프란시스코는 이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관계망상과 피해(박해)망상

프란시스코는 관계망상과 피해(박해)망상을 보인다. 관계망상이란 별로 중요치 않은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 혹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자신에게는 특별한 의미나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사건, 사물, 혹은 다른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자신에게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관계망상은 다른 망상과 함께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과 함께 잘 나타난다. 피해(박해)망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이 부당하게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믿는 것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며 세부 내용에 따라 다양한 망상으로 구성된다. 자신이 부당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속임을 당하고, 고통을 받는다고 잘못 믿는 것이다. 관찰망상은 피해망상의 한 형태로 누군가가자신을 지켜본다고 믿는 것이고, 추적망상은 누군가가 자신을 미행한다고 믿는 것이며, 소송망상은 병적으로 소송이나 고소를 하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슈레버’ 사례에 의하면 환자가 보이는 피해망상은 ‘나는 그를 사랑한다’라는 동성애적 명제에서 동사인 ‘사랑한다’가 부정되어 ‘미워한다’로 바뀌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반대로 미워하는 부정된 형태는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를 미워한다’이다. 이러한 명제는 환자의 의식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기에 무의식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내가 그를 미워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나는 그를 미워한다’라는 명제는 투사에 의해 ‘그가 나를 미워한다’로 바뀌게 된다. 그가 나를 미워하니까 내가 그를 미워하는 것이 된다. 실제로 피해망상을 보이는 환자를 관찰해보면, 박해자가 한때는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Freud 1911b).

신혼여행에서 글로리아의 친구인 리카르도에 대해 프란시스코는 관계망상과 피해망상을 보인다. 리카르도의 모든 말과 행동이 자기 부부와 연관되어 있다고 해석한다. 식당에서 프란시스코와 눈이 마주쳐 리카르도가 눈인사를 하자 프란시스코는 글로리아에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뻔뻔한 놈이군. 지금 당신에게 수작을 걸고 있어”라고 말한다. 그가 웨이터 앞에서 웃음을 터뜨리자 프란시스코는 “더는 못 참겠어. 저놈이 나를 비웃다니. 가자고!”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호텔 방문 밖에서 소리가 나자 프란시스코는 열쇠 구멍으로 밖을 보고 우연히 리카르도의 모습이 보이자 프란시스코는 글로리아에게 “이리 와 봐! 우릴 엿보고 있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방에 들어가 “내 아내를 존중하도록 가르쳐 주겠어!”라며 싸움을 건다. 피해망상이 있는 사람들은 질투망상이 있는 환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사소한 행동도 무심하게 넘기지 않고 그것을 자기와 연관을 지어 해석하기에 관계망상으로 발전된다. 정신증 환자가 관계망상을 보이는 의미는 주위의 낯선 사람들에게서 사랑과 같은 우호적인 행동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낯선 사람들은 그런 행동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웃고, 지팡이를 휘두르고, 심지어는 지나가면서 길바닥에 침을 뱉기까지 한다. 만약 그들이 우호적인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누구도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그런 짓을 하는 이유는 지나가는 사람이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과 ‘적’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유사하기에 편집증 환자는 낯선 사람들이자신에게 보이는 무관심을 사랑받으려는 자신의 요구와대비시켜 자기를 미워하는 것으로 해석한다(Freud 1922).

프란시스코는 소송망상 혹은 고소망상도 보인다. 변호사들이재판에서 승산이 전혀 없다고 하는데도, 소송을 하는 것은미친 짓이라고 하는데도, 그는 집요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소송하고 또 그 소송에서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소송망상을 가진 환자들은 자신이 잘못 했다거나 자기 재산을 나눠 줘야 한다는 생각을 참지 못한다. 환자는 판결이 합법적으로 유효하지 않다거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가소송을 통해 자기 재산을 되찾으려고 하는 것은 옳은 일을하는 것뿐이며 그것이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송망상은 색정망상과 반대로, 대개 남성적인 형태의 열정 정신증인 것처럼 여겨진다. 소송망상을 가진 사람이 고발이나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자신을 쫓아냈다고 생각되는 사람의 비합법성이지 자신이 입은 손실 때문은 아니다. 그는 타자의 옳지 못한 속임수를 폭로하면서 정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것이지 권리침해의 배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송망상을 가진 사람이 관심을 두는 것은 정의의 회복이다.

글로리아가 프란시스코의 의심 증상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을 나가버리자 그는 아내를 찾기 위해 차를 타고 라울의 사무실로 찾아간다. 그리고 옆방 여자와 대화를 나누는데 어디서 웃는 소리가 들린다. 프란시스코가 “나를 비웃은 거야?”라고 묻자 여자는 “전 웃지 않았는데요”라고 대답한다. 여기서부터는 관계망상과 함께 일시적으로 환청도 나타난다. 프란시스코가 글로리아와 라울을 찾기 위해 성당으로 들어서자, 어떤 할아버지가 자기 옆을 지나가면서 기침을 한다. 관계망상이 있는 환자들은 주변의 사소한 신호, 예를 들면 기침이나 눈짓이나 제스처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해석한다. 그리고 옆의 할머니가 자기를 보고 비웃는 모습도 보인다.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다. 성당 안 모든 사람이 웃는다.

프란시스코: 세상에! 모두가 알고 있어!

(신부를 돕는 복사도 웃는다. 신부도 웃는다.)

프란시스코: (격분한다) 벨라스코 신부! 당신조차도.

(프란시스코가 제단으로 뛰어올라가 신부의 목을 조르고 쓰러뜨린다. 사람들이 프란시스코를 제지한다.)

벨라스코 신부: 해치지 말게! 내 친구야. 그가 미쳐버리다니!

프로이트는 관찰 망상과 피해망상을 보이는 한 아가씨 증례를 소개하면서, 그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자아와 양립할 수 없는 표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그 내용을 외부 세계로 투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미 성숙한 처녀(서른 살가량)가 남동생과 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들은 숙련공의 계층에 속한다. 그녀의 남동생은 혼자 힘으로 제조업자가 되었다. 그들은 아는 사람에게 방을 하나 빌려주었는데 그는 여행을 많이 하고, 약간 비밀스럽고, 아주 재주 있고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그들과 1년 동안 같이 살았고 그래서 그들의 가장 좋은 동료이자 동무가 되었다. 그 후에 그는 그들을 떠났다가 6개월 뒤에 다시 돌아온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교적 짧게 머물렀고 그는 그것을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두 자매는 그가 없는 것을 애석해하면서 그에 대해 좋은 말만 한다. 그러다가여동생이 언니에게, 그가 언젠가 자기를 유혹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녀가 방 청소를 할 때 그는 아직 누워 있었다. 그는 그녀를 자기 침대 곁으로 오게 하더니 그녀가 아무런 의심 없이 가까이 가니까 그녀의 손을 자기의 페니스에 갖다 댔다. 그 이방인은 후속 장면 없이 얼마 뒤 그 집을 떠난다. 그 뒤 몇 년 동안 그러한 경험을 한 여동생은 병이 들었다. 그녀는 괴로워했고 부인할 수 없는 관찰 망상과 피해망상의 증상이 나타났다. (……) 나는 어떤 일이 그녀에게 일어났는지 알아내려고 질문 공세를 폈지만, 그녀는 아주 단호하게 부인했다. 그녀는 누군가가 그것을 자기에게 상기시키는 것을 원치 않았고 결과적으로 그것을 의도적으로 억압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피하고 싶어 했고 그것을 억압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아마 그녀가 보았던 것과 그것의 기억이 그녀를 진실로 동요하게했던 것 같다. 그녀가 피하려고 했던 것은 <쌍년>이라는 비난이었다. 그 뒤에 그러한 비난이 밖에서 들려왔고 그래서 모든 것의 자리가 바뀌었는데도 실제 내용은 그대로였다. 다시 말해 자기에 대한 내부의 비난이 밖으로 전위된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그녀가 자기 자신에게 했을 말을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내려진 심판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지만, 밖으로부터 오는 것은 거부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심판과 비난은 그녀의 자아로부터 멀리 떨어져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편집증의 목표는 자아와 양립할 수 없는 표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그 내용을 외부 세계로 투사하는 것이다(Freud 1895b).

프로이트는 또 다른 증례도 제시하고 있는데 승진 명단에서 누락된 한 공무원은 자기에 대한 음모를 박해자들이 선동했고 누군가가 자기 방에서 자기를 염탐하고 있다고 믿는다. 프로이트는 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자기의 파산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망상의 목표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다(Freud 1895c).

색정(호색)망상

색정망상의 특징은 갑자기 사랑의 열병에 빠지면서 한 사람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색정망상에 대한 개념은 역사적으로 4가지 변천 과정을 보인다(Berrios와 Kennedy 2002). 첫째는, 고대부터 18세기 초반까지 색정망상은 짝사랑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여겨졌다. 두 번째는, 19세기에 색정망상은 님포매니아와 같이 지나친 성욕과다증 질환으로 여겨졌다. 세 번째는 20세기에 들어와 정신질환의 한 형태로 간주되었고, 네 번째는 현재의 개념으로 세 번째 개념이 정교화되어 어떤 사람에 의해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망상적 믿음을 갖는 것으로 정의된다.

영화에서도 프란시스코는 글로리아의 발에 빠진 후에 순식간에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성당을 가고 그녀의 뒤를 쫓아가서 약혼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한 후에는 그녀를 가로채기 위해 그녀와 약혼자와 그녀 어머니 모두를 집의 저녁 만찬에 초대한다. 이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겉으로 보면 글로리아에 대한 프란시스코의 사랑은 너무나 강렬하고 그가 늘 꿈꾸는 사랑의 형태인 운명적인 사랑으로 보인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편집증 환자 슈레버의 분석을 인용하면, 색정망상은 ‘나는 그를 사랑한다’라는 동성애적 명제에서 목적어인 ‘그’가 부정되어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로 바뀌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녀가 나를 사랑하니까 나도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다. 이것을 영화에 그대로 적용하면 프란시스코의 ‘나는 글로리아를 사랑한다’라는 명제 뒤에는 ‘나는 글로리아를 사랑한다. 왜냐하면 글로리아가 나를 사랑하니까’라는 명제가 숨어있는 것이다(Freud 1911b). 그렇게 해석하여야만 글로리아를 향한 프란시스코의 그 자신만만하고 열정적인 사랑의 동기를 이해할 수 있다. 글로리아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프란시스코는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프란시스코는 사람들에게 글로리아와의 만남은 운명이며, 그녀는 자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으며,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그녀의 꿈을 이루어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과대망상

편집증 환자 슈레버에 대한 프로이트의 분석을 인용하면 과대망상은 ‘나는 그를 사랑한다’라는 동성애적 명제에서 목적어와 동사 모두 부정되는 것으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라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이런 경우 인간의 리비도는 어디로든 향해야 하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나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라는 명제로 귀결된다.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는 ‘나는 나만을 사랑한다’라는 명제와 심리적으로 동등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식의 부정은 과대망상(megalomania)을 가져온다(Freud 1911c). 프로이트는 과대망상이란 자아를 성적으로 과대평가하는 것이고, 대부분의 편집증에서 과대망상이 나타나며, 이러한 과대망상은 개인이 엄청난 사랑에 빠져있을 때는 그만큼 격렬하게 억압된다고 말한다. 즉 연애하는 동안에는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다가 결혼한 후에는 그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상한 정열>에서도 프란시스코는 글로리아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 상태에서는 과대망상이 아주 억압된 형태, 즉 타인에 대한 우월의식과 자기애로 나타난다. 신혼여행을 가서 글로리아가 사진을 찍어줄 때 프란시스코는 언제나카메라를 든 그녀보다 높은 위치에 서서 자세를 잡는다.카메라가 피사체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는 느낌을 주는 로우 앵글은 피사체인 프란시스코의 힘과 지배력을 강조하게 된다. 또 프란시스코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신혼여행 때 글로리아가 함께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가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항상 여기서 보는 걸 좋아했어. 난 높은 곳이 좋아. 사물이 순수하고 깨끗하게 보이거든.” 성당의 종탑에 올라가서도 비슷한 말을 한다. “각자 취향이 있겠지만 난 여기가 좋아. 높고... 근심에서도 자유롭고, 더러운 세상에서도.” 그리고 프란시스코가 글로리아의 손을 잡고 종탑 밖으로 나와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한다. “저 아래를 봐… 저 사람들… 벌레처럼 들끓지… 순식간에 짓누를 수 있을 것 같잖아. 저들의 존재가 나를 진절머리 나게 해. 내가 신이었다면 모두 죽여버렸을 거야.” 그는 자신을 아주 중요하고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벌레같은 하찮은 존재로 간주한다. 그가 생각하는 세상은 더럽고 혼탁한 세상인 반면 자신은 그런 것에 물들지 않은 정의와 순수를 지향하는 맑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런 자기애적 사고는 그의 사랑에 대한 자기만의 독자적인 견해를 말할 때도 드러난다. 그는 자기 집에서 사람들을 초청한 만찬에서 사랑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프란시스코: 저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이 더 깊어지는 그런 틀에 박힌 사랑을 믿지 않습니다. 사랑이란 두 사람이 만났을 때 그 자체의 힘에 의해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고, 그 어떤 것도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지요.

남자 손님: 그게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죠. 그건 독이 묻은 화살 같은 거죠! 저는 그런 사랑을 추천하지는 않겠습니다.

프란시스코; 그런 화살을 만드는 데는, 그런 사랑을 준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 사랑은 어려서부터 훈련되는 겁니다. 남자는 수많은 여자를 지나치죠. 그러다 문득 한 사람을 만납니다. 운명의 여인인 거죠! 그녀는 꿈을 이루고 자신의 갈망을 성취하게 됩니다. 그것이야말로 남자가 평생동안 소원하는 것이죠.

벨라스코 신부: 그런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녀가 자네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쩌겠나?

프란시스코: 그녀는 당연히 사랑해야만 합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라울: 그렇게 낭만적인 분은 아니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부님?

여기서도 프란시스코의 자기애적 성향을 알 수 있다. 사랑에 대한 정의는 자신이 내려야 하고 상대방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고 상대방은 반드시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사랑은 너무나 완벽해서 그것을 받는 여자는 꿈과 갈망을 성취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정의하는 자기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서 흔히 보인다. 정신의학의 DSM-5 진단기준에 따르면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특성은 첫째가 자신의 중요성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된 지각을 갖고 있고, 둘째가 성공, 권력, 탁월함, 아름다움 혹은 이상적 사랑에 대한 끝없는 공상에 집착하는데 프란시스코는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다(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b)

강박증상

프란시스코는 강박 증상을 보인다. 소송을 담당한 변호사를 해고한 후에 프란시스코는 자신의 침실 벽에 걸려있는 그림이 삐딱하다며 하인인 파블로에게 “저 그림을 똑바로 하게!”라고 지시한다. 마찬가지로 신혼여행을 가서는 호텔에서 글로리아가 벗어놓은 신발을 신발장에 가지런하게 넣는 행동을 보인다. 이런 행동은 대칭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대칭적이어야 하고 또 일정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 예를 들면 길을 갈 때 보도블록의 선을 밟지 않는다거나, 차를 주차할 때 앞과 뒤와 옆면의 간격이 일정해야 한다든가, 책장의 책이 균일한 높이로 꽂혀있어야 하거나 옷장의 옷이 질서정연하게 정리 정돈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고 불안을 느끼게 된다. 또 프란시스코는 변호사를 해고한 후에 자신이 직접 고소장을 작성하려고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머릿속이 엄청나게 복잡해서 정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강박증의 특징은 생각이 너무 많은 것으로 어떤 일을 수행하려고 할 때 너무 많은 생각들이 떠올라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지를 못한다. 게다가 완벽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결국 주어진 일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고 계속 지연시키거나 수행에 실패한다. 강박증의 또 다른 핵심 증상은 ‘병적 의심’이다. 병적 의심은 가장 흔한 강박 증상으로 주로 확인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손에 세균이 묻었다는 의심이 들어 반복적으로 손 씻기, 자물쇠나 수도꼭지나 문을 잠근 후에도 의심이 들어 반복적으로 확인하기, 시험 답안지를 잘 못 쓴 것 같다는 의심이 들어 재확인하기 등이다.

<이상한 정열>에서는 이러한 병적 의심이 글로리아의 부정不貞을 의심하는 질투망상의 형태로 나타난다. 프란시스코가 보이는 의심은 병적 의심의 단계를 넘어 망상 수준으로 진행한 상태이다. 강박증에서 보이는 병적 의심과 망상적 의심의 구별은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어리석고 불합리하다는 것을 안다면 강박증으로, 그렇지 않고 확신을 가지고 계속 의심하면 망상으로 보아야 한다. 프란시스코는 후자에 속한다. 그렇지만 망상과 강박증은 아주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프로이트는 플리스에게 보낸 편지 원고 H. 편집증(파라노이아)에서 이렇게 말한다. “정신의학에서 망상은 강박관념 바로 옆에 있다. 왜냐하면 그 두 가지 모두 순전히 지적 혼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편집증은 지적 정신병으로서 강박증 바로 옆에 있다. 만약 강박관념이 어떤 정동 장애에서 기인하고 그 관념의 힘이 어떤 갈등에 빚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똑같은 관점이 망상에도 유효할 것이다. 즉 망상은 정동 장애의 결과이고 그것의 힘은 심리 과정에서 기인해야 한다”(Freud 1895d).

그러나 프란시스코가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이런 드러나는 행동이 아니라 그의 감정이다. 그는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는 신혼여행을 가는 기차 안에서 진실을 털어놓으라고 아내인 글로리아를 윽박지르다가도 곧 그녀의 어깨를 안고는 용서해 달라고 말한다. 그는 그녀의 정절을 의심하여 고통을 주고 그다음에는 다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것을 반복한다. 아내가 벨라스코 신부를 만나 자신의 의처 증상을 이야기했다는 말을 듣자, 그녀의 배에 공포탄을 쏘고 그녀가 쓰러지자 그는 간호하면서 용서를 구한다. 글로리아도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안다. 글로리아는 그의 곁을 떠나라는 라울에게 이렇게 말한다. “떠나고는 싶지만, 그가 너무 가여워요. 이상한 방식이긴 하지만 나를 사랑하고 있어요.” “떠날 생각을 수도 없이 했어요. 하지만 뭔가가 있어요. 그냥 그럴 수가 없더라고요!” 프란시스코도 아내에 대한 의심과 사랑으로 괴로워한다. 그래서 하인인 파블로에게까지 가서 울음을 터뜨리면서 말한다. “내 아내가… 나를 배신했네… 확실한 거야… 난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는데… 다른 누구보다도 말이야… 난 끝장이야. 그래서 자네에게 온 거네.” 글로리아에게 소송장을 도와달라고 하면서 프란시스코는 이렇게 애원한다. “견디기 힘들지? 나 때문에 아주 불행해진 것을 알아. 부인할 수 없을 거야… 외롭고 병든 기분이야. 나를 불쌍히 여겨줘… 오직 당신뿐인데… 당신은 나를 싫어해!” “나를 떠나지 말아줘. 아직 행복의 여지가 있을지도 몰라” “당신 말 대로 다 할게. 떠나지만 말아줘. 지난날 있었던 일은 잊어줘! 당신이 진실했다는 거 알아.” 왜 프란시스코는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킬까?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확신한다면 증오해야 하는데 그는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계속 괴로워한다. 글로리아도 그런 그의 마음을 알고 있다.

프로이트는 대표적인 강박증자인 『쥐 인간』 증례에서 사랑과 증오 그리고 의심에 대해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Freud 1909).

또 다른 갈등, 즉 사랑(love)과 증오(hatred) 사이에 갈등을 일으킨다는 것은 훨씬 더 이상하게 여겨진다. 사랑을 막 시작할 때는 자주 증오를 느끼게 되며, 사랑이 충족되지 못하면 그 사랑이 어느 정도는 쉽게 증오로 바뀔 수 있다. 시인들은 시를 통해 사랑이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두 가지 상반되는 감정, 즉 사랑과 증오가 서로 경쟁하면서도 얼마 동안은 함께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랑과 증오의 감정이 동일한 사람에 대해 그것도 가장 강렬한 강도로 만성적으로 공존한다는 것은 정말로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열정적인 사랑(passionate love)은 당연히 증오의 감정을 진작부터 극복하거나 집어삼킬 거라고 여긴다. 사실 두 가지 상반되는 감정이 그렇게 오랫동안 남아 있다는 것은 아주 이상한 병적 상태에서나 가능한 일이며,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작용이 협력해야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랑은 증오를 없애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단지 증오를 무의식으로 보낼 뿐이다. 증오가 무의식으로 이동함에 따라 증오는 의식작용 때문에 파괴될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지며, 무의식에서 계속 지속되면서 때로는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의식적인 사랑(conscious love)은 일반적으로 반작용으로 인해 그 강도가 더 세어지는데 그 이유는 증오를 억압하는 일을 계속 지속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사랑을 할 때 그렇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위한 필요조건은,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유년기 아주 어린 어느 시기에, 두 가지 상반되는 감정이 서로 나누어지고 그 두 가지 중 하나의 감정, 보통은 증오가 억압되어야만 한다. 만약 많은 강박 신경증 환자를 분석한다면 내가 지금 제시하는 이 환자에서처럼 사랑과 증오 사이의 관계가 가장 흔히 나타나고 가장 현저하게 드러나기에 강박 신경증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는 점을 결코 부정할 수가 없을 것이다.

강박증에서는 사랑과 증오의 극단적인 대립과 병적 의심, 이두 가지가 핵심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모두 그 밑바닥에는 열정이 있다. 강박증자의 의심은 상대에 대한 사랑의 열정이 강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 강한 사랑 속에 증오가 스며들면 의심은 더욱 증폭된다. 강박증자에게 증오는 자신이 그 여자를 사랑한다는 증거가 된다. 그 사랑의 증거가 질투로 연결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눈길을 주면 질투가 일어나고 그 질투는 자신이 그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의 증거가 된다. 이런 식으로 질투망상도 강박관념이 발전되고 그 강도가 높아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열정이 밑바닥에 깔려있는 강박증적 사랑이 더 강해지고 그 강도가 더 높아지면 질투망상으로 발전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품성애증

영화는 가톨릭 성당에서의 ‘발 씻어주기 의식’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성당에서 프란시스코는 글로리아의 발을 보고 갑자기 그녀에 대한 사랑에 빠진다. 그녀의 얼굴이 아닌 발을 보고 사랑에 빠진 다음에 그녀의 얼굴을 본다. 그녀의 발을 매개로 그녀에게 반한 것이다. 아내와 변호사의 관계를 의심하여 부부 사이가 악화되었을 때조차도, 프란시스코는 저녁 식사 때 식탁 밑의 글로리아 발을 보고 성적 충동에 사로잡혀 갑자기 그녀에게 키스하고 애무하려고 한다. 이것은 프란시스코가 물품성애증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물품성애증은 도착증을 대표하는 모델이다. 왜냐하면 도착증에서 거세를 거부하는 방식이 ‘부인’(denial)이고 그 부인의 기제가 가장 잘 나타나는 것이 물품성애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도착증들은 물품성애증의 변형이라고 말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정도다. 프로이트는 이렇게 말한다. “병적 상태에 근접한 성 욕동의 다른 어떤 변화도 물품성애증처럼 우리의 관심을 많이 끌 수는 없다. 물품성애증으로 인해 생겨나는 현상은 그만큼 특이하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물품성애증」(1927)이라는 논문을 별도로 발표한다. 그 논문에서 프로이트는 물품(fetiche)을 숭배물이 아닌 대용물(또는 대체물)로 보고 있다. “물품성애증자가 자신의 성애물품을 숭배한다는 말은 완전히 사실이 아니다. 많은 경우, 그는 그것을 거세의 상징물과 동일한 것으로 다룬다(Freud 1927). 프로이트는 성애물품(fetiche)은 한 마디로 어머니의 부재하는 남근의 대체물이라고 단언한다. “남근은 정상적으로 포기되어야 하지만, 성애물품은 바로 거기서 그것의 사라짐에 대항해서 그것을 보장하는 것이다. 좀 더 분명하게 말하면, 성애물품은 남자아이가 존재한다고 믿었던 여자(어머니)의 남근의 대체물이다. 남자아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이유 때문에 그것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Freud 1927).

프로이트에 따르면, 도착증으로서의 물품성애증자는 성애물품(옷, 발, 신발, 음모 등)을 과대평가하고 그것을 유일한 성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정상적인 성행위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배타적으로 남근의 대체물인 성애물품에 고착된다. 물품 성애증자가 어떤 특정 대상 하나에만 고착되는 것은 아니고 등가관계를 통해 다른 대상으로 이동할 수 있다. 여기서 고착이란 특정 물품에 고착된다는 뜻이 아니라 어머니의 남근의 대체물에 성적 욕망을 느끼는 방식에 고착된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물품성애증은 성애물품이 정상적인 성행위에 도움을 주는 수단 내지 거쳐 가는 과정 중의 하나인 경우를 말한다. 물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성욕동의 긴장을 높여주고 쾌락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성행위 때 여자에게 특정 옷이나 속옷 또는 목걸이 등을 착용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쾌락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정상적인 물품성애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정상적인 상태에서 성애물품은 단순히 성행위라는 목표에 필요한 조건이거나 중간 단계에 지나지 않는 데 반해, 도착증자에게 성애물품은 성행위의 최종적이고 절대적이고 유일한 목표이다. 물품성애증은 어머니에게 남근이 없다는 것을 부인하기 때문에 생긴다. 어머니에게 남근이 없다는 것은 현실적인 차원에서 사실이지만, 물품 성애증자는 관념의 차원에서 그것을 부인한다. 물품성애증자에 물품은 어머니의 남근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된다. 성애물품의 기능은 그 물품 자체의 자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대체하고 있는 대상과의 상징적 관계에서 나온다. 물품이 물품성애증자에게 성욕의 유일하고 특정한 대상이 되는 것은 그것이 부재하는 어머니의 남근의 대체물이기 때문이다. 물품은 어머니의 부재하는 남근과 상징적 관계에 있다. 발이나 신발을 성애물품으로 선택하는 경우는 여성의 무릎 아래쪽에서 성기를 훔쳐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고, 속옷을 선택하는 사람은 옷을 벗는 마지막 순간이 기억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애물품이 모피나 우단인 경우는 그 사람의 기억이 여성의 음모에 멈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물품 성애증자는 여성의 성기를 목격하기 직전의 기억에 멈춰 있다.

이물품성애증은 도착증으로 영화에서 편집증 환자로 나타나는 프란시스코가 보이는 다양한 망상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글로리아의 발이라는 성애물품은 프란시스코가 색정(호색)망상에 빠지는 직접적인 계기가된다. 색정망상의 특징은 갑자기 사랑의 열병에 빠지면서한 사람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것인데, 프란시스코는 글로리아의 발에 빠진 후에 순식간에 열정적인 사랑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열정 정신증(Passionate Psychosis)

프랑스 정신과 의사인 클레랑보(Clerambault, 1872-1934)가 처음으로 제안한 용어이다. 그는 1921년에 『정신의학적인저서들』에서 이 병을 기술하였지만, 영미권에는 알려지지 않다가 그의 사망 후 제자들에 의해 1942년에 「les psychoses passionelles」(열정 정신증)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되어 영미권에 널리 알려진다. 열정 정신증은 질투망상, 고소망상, 색정망상으로 구성되며 그 핵심 감정은 열정이다. <이상한 정열>에서 프란시스코는 열정 정신증의 세 가지 망상 모두를 보인다. 현재 영미권의 정신의학에서는 ‘열정 정신증’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세 가지 망상 중에서 색정망상만을 ‘클레랑보 증후군’과 동일어로 사용한다. ‘클레랑보 증후군’은 유령연인 증후군(phantom lover syndrome), 망상적 사랑(delusional loving), 에로틱 멜랑콜리(melancholie erotique), 미친 사랑(amor insanus) 늙은 하녀의 광기(old maid’s insanity), 에로틱 편집증(paranoia erotica)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어진다. 스토킹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색정망상을 가지고 있으며 만약 망상의 대상자가 환자의 망상을 받아주지 않으면 살인을 포함한 난폭한 행동을 한다. 영미권의 정신의학에서는 이 색정망상을 망상장애의 한 유형으로 본다(Cipriani와 Logi 2012b).

결 론

현대 정신의학에서 정신분석은 짧은 시간 안에 빠른 치료 효과를 원하는 환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면에서는 약물치료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비-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런 이유로 정신과 임상 현장에서 정신분석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다양한 망상을 보이는 정신증 환자를 치료할 때, 설혹 약물치료를 중심으로 환자를 치료하더라도 환자의 내적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환자가 보이는 각 망상의 의미. 핵심 망상, 여러 망상들 간의 연결고리를 파악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망상은 환자 심리로 들어가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기에 정신분석적으로 그 의미와 연결고리를 탐색하면 환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논문에서는 영화 <이상한 열정>의 남자 주인공인 프란시스코가 보이는 다양한 망상을 대상으로 그것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 기대어 살펴보았다. 동시에 프로이트의 ‘슈레버’ 사례를 언급하였는데, 그 이유는 그 사례가 정신분석적으로 망상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텍스트가 되기 때문이다. ‘슈레버’ 사례를 완벽하게 이해하여 임상에 적용한다면, 망상을 보이는 정신증 환자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현재에도 정신증 환자의 망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Acknowledgments

None

Conflicts of Interest

The author has no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to discl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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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24, 3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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