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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for Novelist Han Kang’s Story “The Vegetarian” in the Perspective of the Unconscious
Psychoanal 2020;31:81-90
Published online October 31, 2020;  https://doi.org/10.18529/psychoanal.2020.31.4.81
© 2020 Korean Association of Psychoanalysis.

Hyun Kwon Lee1 and Hye Ri Yoon2

1Hyun Kwon Lee Psychoanalytic Office, Seoul, Korea
2Hye Ri Yoon Psychiatric Clinic, Seoul, Korea
Hyun Kwon Lee, MD
Hyun Kwon Lee Psychoanalytic Office, 27 Guuigangbyeon-ro, Gwangjin-gu, Seoul 05115, Korea
Tel: +82-2-2138-7588, Fax: +82-2-2138-7589, E-mail: treeself@hanmail.net
Received June 28, 2020; Revised August 4, 2020; Accepted August 15, 2020.
cc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Abstract
Han Kang’s novel “The Vegetarian” is consist of three medium-length story. The first of these novels, “The Vegetarian” has a narrative structure in which the husband, father, mother who represent the patriarchal social structure, gives impetus to the inner balance of Young-Hye, and the unconscious of Young-Hye, that responds to it, produces various symptoms such as vegetarian. The author analyzed that the symptoms and changes of Yeong-Hye are the result of the compromise formation by responding to the unconscious elements of Yeong-Hye, such as aggression, libido, defense, and superego. In addition, the author argued that the location of this novel in the entire novel of Han Kang is to expose the aggression/violence existing in human and social unconscious to the space of discourse, which is similar to confrontation in the process of psychoanalysis. Through this paper, the author will confirm and assert that the unconscious from clinical experience is in an important position in the understanding of contemporary literary aesthetics.
Keywords : Novelist Han Kang · Novel “The Vegetarian” · The unconscious · Contemporary literary aesthetics.
서 론

소설가 한강의 연작 <채식주의자>는 완결된 세 중편 소설인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이 연결되어 완성된 장편 소설이다. 각 소설은 주인공 영혜를 중심으로 다른 화자를 가지며, 영혜는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육식을 거부하는 채식주의자에서 자신이 나무가 된다는 망상으로 모든 음식을 거부, 결국 죽음이라는 파국을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은 작가가 말했듯이 그의 초기 단편 소설인 <내 여자의 열매>를 모체로 하여 확장된 변주이다. 내용은 아내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이 되고, 남편은 그녀를 화분에 심고 기른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이 소설을 정신분석의 경험과 이론을 토대로 분석을 하였다(Lee와 Yoon 2020). Lee와 Yoon (2020)은 ‘나무가 된 아내’는 아내의 무의식적 리비도의 만족, 공격성, 방어, 초자아 등과 남편으로부터의 반복된 좌절이반응하여 만든 타협 형성의 결과물이라고 분석하였다. 또한 Lee와 Yoon (2020)은 남편과 아내의 내러티브에서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남녀 모두 파국적인 결과를 맞이한다는 작가의 설정을 알아보았다. 압축되어 진행되는 위 이야기는 연작 <채식주의자>에서 파국적인 결과에 대한 원인과 과정을 각각의 소설 속에서 하나씩 풀어내고 있다. 저자 역시 작가의 의도대로 그 증상들의 자세한 원인 및 변화 과정을 소설의 내용을 토대로 분석하려고 하며, 본 논문은 세 연작 중 첫 번째인 <채식주의자>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

이 소설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의 분석이 있다. 여기서 내용에 관련하여 저자의 관점으로 대략적으로 구분하자면, 1) 페미니즘적인 관점, 2) 메를로-퐁티, 들뢰즈, 푸코 철학 등 철학적이거나 사회적인 관점, 3) 무의식적인 관점이다. 여러 가지 관점들은 어느 정도 소설을 설명하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며, 관점들은 서로 연결된다. 또한 그러한 관점이 제공하는 시각은 문학 작품을 풍부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현대 철학자 메를로-퐁티의 ‘몸’ 철학을 기반으로 라캉, 들뢰즈 등의 철학 등을 잣대로 하여 한강 소설 전반을 이해하려 한 시도는 흥미롭다(Han 2012). 하지만 대부분의 논문들이 그렇듯 한강 소설에서 주로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여러 심리적인 증상 및 상처, 꿈, 백일몽 등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하다. 무의식적인 색채가 강한 한강 소설은 주로 라캉이 제시하는 분석 틀인 인간의 욕망 및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 구조를 기반으로 분석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 역시 저자의 관점으로는 관념적 적용이며, 실제 임상을 기반으로 하는 이해에 있어서는 부족하다. 따라서 최근 한강의 소설을 분석한 저자의 논문(Lee와 Yoon 2020)을 시작으로 본고 및 앞으로 계획 중인 논문들은 실제 무의식적 임상의 경험을 토대로 한 한강 소설 분석의 첫 번째 시도일 것이다.

저자는 <내 여자의 열매>를 분석하면서(Lee와 Yoon 2020), 한강의 작업이 정신분석의 과정에서 경험되는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을 향한다고 전제했으며, <채식주의자> 연작은 그 흐름에서 사회의 폭력성/공격성에 반응하는 인간의 정점을 그린 소설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 폭력적 사회구조를 상징하는 ‘남편’에 무기력하게 당하는 ‘아내’의 평온한 모습이 아니라 무의식에서는 치열하게 저항하고 방어하는 모습이라분석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채식주의자> 연작에서 다양한 사회적 폭력에 반응하는 주인공 영혜의 내적인 모습 및 그 과정이 더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작가 인터뷰에서도 확인된다(Han 등 2016).

<인용문 1>

……영혜가 어떤 순결한 존재로서 폭력의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이 가지고 있는 긴 스펙트럼을 자기 안에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면서 그 어둡고 두려운 부분들과 끊임없이 엎치락뒤치락 싸우는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영혜는 싸우고 있는 사람인 거죠. 내적인 투쟁 속에 있는 사람. 순진하거나 무력하거나 수동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 소설을 바라보았던 이 모든 다양하고 모순적인 관점들을 지금 곰곰이 들여다보면, 제 생각으로는 <채식주의자>가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소설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그렇게 읽어주는 분이 그리 많지는 않았어요……하지만 제가 이 소설을 쓰며 가장 고민했던 것은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인간이 결백한 존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무서운 질문인데요……

<인용문 1>에서 작가가 말했듯 <채식주의자>는 인간과 사회의 폭력성과 이에 반응한 인간이 어떻게 결백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 중요한 흐름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그의 소설의 지향점이 폭력성/공격성과 사랑/리비도가 공존하는 소설인 <흰>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정신분석의 목적과 유사하며, 소설을 통해 이를 이루어내려 함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채식주의자> 연작은 이러한 시도의 흐름에서 폭력성/공격성이 전 소설을 지배하지만, 언제나 구원과 생명의 가능성을 평행하게 장치하고 있다. 이러한 이해들은 소설 내의 대상과 구조로 적용되어 <채식주의자> 연작에 대한 다음과 같은 가설을 가능하게 한다.

폭력성/공격성은 대상이나 사회구조에 (무의식적으로) 내포되어 있고, 그 대상과 구조의 인간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내재화된다.

무의식이 다층적으로(multidetermined) 되어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위 가설을 통해 연작 <채식주의자>를 공격성/폭력성을 축으로 무의식적인 관점에서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생명/리비도 역시 다층적으로 대상 관계나사회 구조에 내포되어 있어 공격성과 상응하는 축으로써그 흐름을 함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Table 1과 같다.

Summary of the unconscious flow of novel “The Vegetarian”

“The Vegetarian” “Mongolian Mark” “Flaming Trees”
Violent object, structure Patriarchal object or structure Artist Psychiatric hospital
Structure of civilization Structure of civilization
Object of Salvation/Life/Libido Mother object (Breast) Mythical rite The vitality of a tree


이렇게 전체 내용의 흐름이 무의식의 변화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소설 자체 역시 정신분석의 임상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대부분의 한강 소설은 정신 의학과에서 보이는 여러 증상을 가진 주인공이 대부분이다.

2. 주인공들은 대부분 백일몽이나 꿈을 보고하며 플롯의진행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3. 증상, 꿈, 백일몽에 연관된 자신의 이야기를 독백을 하듯 말한다. 이는 카우치에서 피분석자가 말하는 자유 연상의 방법을 떠오르게 한다.

4. 화자는 주인공을 관찰하여 그의 객관적인 상태를 묘사하거나 그의 과거력을 설명한다. 이는 일반적인 정신과 상담에서 치료자가 환자의 모습을 관찰하거나 보호자나 환자를 통해 과거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유사하다.

저자는 본 논문을 무의식적 관점에서 분석하기 위해 Lee와 Yoon(2020)에서 사용했던 방법의 틀을 그대로 적용할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세 가지 분석의 틀인 ‘내용(contents), 텍스트(text), 플롯(plot)’을 말하였다. 이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내용은 작가의 무의식적인 상처, 갈등, 결핍 등이 작품에서 중요한 원인이라는 가정하에 환자의 증상을 분석하듯 문학이나 예술을 분석하는 것이며, 이는 프로이트 이후 병적학(pathography)으로 발전하였다(Spitz 1985). 텍스트는 예술의 형식과 비슷하게 작가가 사용하는 언어의 내면적인 층위나묘사력을 말하며, 작가의 언어적 묘사력에 의지한다. 즉이는 문장 자체에서 느껴지는 내적 에너지와 긴장, 강박, 저항, 욕구로 이해될 수 있다(Brooks 1992). 이는 회화에서 보이는 화가들의 양식(form/style)과 비슷하게 이해될 수 있다. 플롯은 내러티브의 구조이자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형성하는 역동과 논리로 이해되며(Brooks 1992), 저자의 의견으로는 근대 소설 이후 무의식의 힘이 구조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하다.

위 방법을 지지하는 무의식의 이론은 프로이트의 구조이론(structural theory)과 대상관계 이론이다. 본고는 브레너(Charles Brenner)의 이론을 영혜의 심리적 증상을 이해하는 데 기본적인 축으로 하여 설명할 것이다(Brenner 1982).

저자는 한강의 대표작인 연작 <채식주의자> 중 <채식주의자> 부분을 무의식적인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저자의 이전 논문(Lee와 Yoon 2020)과 같이 유사한 증상을 가진 환자를 대면했을 때를 상상하였으며, <채식주의자> 소설뿐만 아니라그의 전 소설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참고하여 증상이나행동의 무의식적인 요인들을 알아내고 분석하였다. 프로이트가 얀센의 소설 <그라디바>를 분석할 때 하나의 정신분석 케이스라고 평한 것처럼(Freud 1907), 이 소설 역시 정밀하게 기술된 케이스로 생각된다. 저자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실제 임상에서 무의식적인 경험이 한강의 소설 분석에 유용함을 밝히고, 이를 기반으로 동시대 문학이나 예술에 대한 새로운 미학 가능성을 알아보았다.

본 론

연작 <채식주의자> 중에 첫 번째 부분인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가 외부적인 자극과 내면의 변화로 채식주의자가되는 과정이다. 화자는 대부분 남편이며, 중간에 영혜의꿈이나 백일몽, 자기 독백이 포함되어 있다. 본문을 개략하면 먼저 남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아내인 영혜의 관찰 및 묘사를 간단하게 적고, 영혜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자신의 상태나 내면을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두 층의 화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그 아래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무의식 요소의 충돌과 타협을 분석하였다. 우선 화자로서의 남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1.

남편은 일상에 볼 수 있는 직장인이자 가장이다. 자신의 부족한 능력을 알고 대기업을 포기하고, 아내 역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했다. 매력이 없지만 특별한 단점도 없는 평범한 아내에 남편은 만족하였다. 매일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적지만 가계에 보탬이 되는 아르바이트도 하였다. 저녁 늦게 들어와도 잔소리를 하지 않고 주말에 어디 가자고 보채지 않는다. 이런 생활에 남편은 감사하게 여겼다. 아내의 특이한 점은 브래지어를 좋아하지 않아 결혼 후 아예 브래지어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남편이 외부의 시선에 신경이 쓰여 뭐라 하면 아내는 답답해서, 가슴이 조여서 견딜 수가 없다는 변명을 하였다.

1)a 5년간의 순조로운 결혼에 균열이 간 것은 아내가 ‘꿈을 꾸었다’며 일상의 틀을 깬 일로 인해서다. 아내는 아침 식사도 준비하지 않고 남편을 깨우지도 않은 채, 아침에 냉장고의 육류를 모두 버렸다. 남편은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한 아내에게 “미쳤군. 완전히 맛이 갔어”라고 화를 내며 출근을 한다. 남편은 아내의 변화에 대해 최근 일로 몇 달간 퇴근이 늦어 그런 줄 알고 오늘은 일찍 들어가려고 한다.

남편은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을 한 아내의 행동에 ‘한끼 정도’는 참을 수 있다며 적응을 한다. 겨울이 지나 봄이 왔지만 아내는 점점 마르고 잠도 거의 자지 않는 것 같다. 고기 냄새가 난다며 섹스도 거부한다. 아내는 그 이유에 대해 꿈을 꿔서 그렇다고 하지만 꿈 내용은 듣고 싶지도 않다. 남편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이상한 일들에 대해 ‘내성’이 전혀 없다며 부정하고 싶어한다.

2) 과장인 남편은 사장단 부부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고 영혜에게 어떤 역할을 신신당부를 하고 데리고 간다. 하지만 아내는 그곳과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과 운동화, 그리고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어울리지 않고 고기를 거부하며 분위기를 망친다. 아내는 남편을 외조하지 못하고 오히려 소외가 되었고, 남편의 일에 방해가 된 듯하다. 남편은 화가 나서 장모와 처형에게 전화를 하여 몇 달 동안 아내가 고기를 먹지 않고, 집에서도 고기 음식을 먹지 못했다며 고자질하듯 말을 하였다. 장모와 처형은 경악과 동시에 사죄를 하였고, 아내의 행동을 바꿔보겠다는 다짐을 받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가부장적인 장인이 불 같은 호령을 해도 아내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신경을 쓰지 않는다.

3) 아내가 잠을 못 자고 고기를 먹지 않아 야위어가고 있지만 남편이 보기엔 아직 겉보기에 정상적인 부부이다. 직장의 일은 잘되어가고 있고 집안일을 무리 없이 하는 아내를 누이, 혹은 파출부로 여기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금욕은 참기 어려워 섹스를 시도해 세 번에 한 번은 성공했다. 섹스를 성공 후 아내는 아무 일 없었던 듯 바로 누워 눈을 감고 있다. 그때마다 남편은 기이하고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아내를 힘들게 할 가족 모임을 사흘 앞둔 저녁, 아내는 문을 열어놓고 상체를 벗은 채 감자 칼로 감자를 까고 있다. 서른 개도 넘는 감자들이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다. 아내는 상체를 벗은 이유가 ‘더워서’라고 하고, 많은 감자에 대해 ‘허기가져서 쪄 먹는다’고 한다. 날씨는 덥지 않고 아내의 어깨에소름이 돋아있다.

4) 처형 집 집들이에 처가 가족들이 모두 모였다. 손위 동서는 예술가로 경제적으로 도움을 못 주지만, 처형이 화장품 가게를 잘 운영하며 돈을 벌어 아파트로 이사를 하였다.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오천만 원이 올랐고 내년에 지하철도 완공된다. 남편은 처형의 처세술, 살이 붙은 몸매, 뛰어난 음식 솜씨를 부러워한다.

마침내 장인이 육식을 거부하는 아내에게 호통을 친다. 처형, 장모, 처남, 처남 댁 등 동서를 제외하고 가족 모두 아내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채식을 포기시키고 육식을 권유한다. 이러한 방법이 통하지 않자 장인은 아내를 결박하게 하고, 뺨을 때리며 억지로 탕수육을 입으로 쑤셔 넣는다. 아내는 곧 뱉어내며 과도로 손목을 긋는 자해를 한다. 방관자 입장이었던 동서는 상황을 정리하고 아내를 재빨리 업고 병원으로 향한다.

5) 병원에서 남편은 아내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지금은 처가의 관심을 받지만 퇴원 후 이 무서운 여자와 함께 지내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장모는 약제를 많이 넣어 고기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흑염소를 가져왔다. 남편은 질릴 정도의 끈질긴 모성애를 느낀다. 장모는 한약이라 속이며 아내에게 먹인다. 아내는 한입 마셨지만 장모가 잠시 나간 후 화장실에서 게워냈고, 장모가 가져온 흑염소 가방을 버렸다. 그리고 이를 알게 된 장모는 화를 내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게 얼마짜린 줄 아냐? 이걸 버려? 니 에미 애비 피땀이 어린 돈이다. 네가 그러고도 내 딸이냐…… 네가 고기를 안 먹으면, 세상 사람들이 널 죄다 잡아먹는 거다……”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아내는 병원 분수대 옆 벤치에 환자복 상의를 벗고 앙상한 쇄골과 여읜 젖가슴, 연한 유두를 드러내고 앉아있다. 상처 난 왼쪽 손목의 붕대는 풀어졌고, 아내는 봉합 부위를 핥고 있다. 햇살이 아내의 벗은 몸과 얼굴을 감쌌다. 오른손은 무엇인가 움켜쥐었다. 주변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속에 경비 및 간호사가 사태를 수습한다. 아내는 더워서 벗었다고 말한다. 움켜쥔 오른손을 펼치니 깃털이 떨어져나간 작은 동박새가 벤치로 떨어진다. 포식자에게 뜯긴 듯한 이빨 자국, 붉은 혈흔이 번져있다. 이 장면을 끝으로 <채식주의자>는 막을 내린다.

2.

‘남편’은 겉보기에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이다. 그는 사회가 요구하는 직장의 일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을 하였고, 직장이나 부인의 선택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잘 알아 그 이상의 욕망의 선을 넘지 않는다. 또한 ‘채식주의자’를 선언한 아내에 대해 초반에 다소 혼란스러워 했지만 이내 (이 사회의 남편처럼) 적응하려고 노력하였다. 남편의 시각에서는 사장단 회식, 처형 집들이, 병원 사건 등에서 나타난 아내의 모습은 이상해 보인다. 아내의 반복적인 꿈이나 불면증, 말라가는 몸에 대하여 걱정과 관심이 적은 것은 돈과 사회적인 위치 추구가 주된 가치인 이 사회 직장인들에게 크게 비난할 수 있는 일은 아닌 듯하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채식주의자 아내가 남편에게까지 갑자기 육식 요리를 하지 않는 것, 사장단 부부 모임 때의 일탈된 모습, 잠자리 거부, 자해, 병원에서의 기이한 모습 등은 아내인 영혜가 문제가 있고, 남편에게는 동정의 시선을 보낼지 모른다. 실제 처가의 가족들이 남편에게 미안함을 말하였다.

하지만 남편에게 아내는 ‘영혜’, 즉 이름을 가진 개별적 존재로서의 모습이 아니다. 아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매일 준비된 정돈된 오전 식사, 늦은 퇴근을 이해하는 관용, 다소의 경제력, 성욕의 해결, 종종 선뵈는 맛있는 육식 요리 등이다. 즉 아내는 자신의 ‘필요’를 채우는 도구로서 존재한다. 위 내용을 종합하면, 그는 공감은 부족하고 자기 중심적이지만, 사회 구조에 적절하게 적응한 이 집단을 대표하는 현실적인 ‘남편’이다. 무의식적인 관점에서 남편은 이 가부장적 사회 구조를 의식/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한 대표자인 것이다.

이렇게 남편의 내러티브는 이 사회 구조를 대변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남편의 내러티브가 감지하지 못한 아내, 즉 영혜의 고통스런 내러티브가 있다. 저자는 이제 영혜의 독백 및 꿈, 백일몽 등을 통해 남편이 보지 못한 영혜의 내면을 분석하고자 한다.

1) 첫 번째 남편의 내러티브는 5년간 평온했던 가정의 평화가 꿈 이야기를 하며 육류를 버리고 채식을 하게 되는 사건으로 깨지게 된다. 하지만 아내의 내러티브는 남편의 그것과는 달리 텍스트에서 느껴지듯 잔인하고 고통스럽다. 육식을 거부하는 계기가 되는 영혜의 첫 번째 꿈이다(Han 2007).

<인용문 2>

“어두운 숲이었어. 아무도 없었어. 뾰죽한 입이 돋은 나물들을 헤치느라 얼굴에, 팔에 상처가 났어. 분명 일행과 함께였던 것 같은데 혼자 길을 잃었나 봐. 무서웠어. 추웠어. 얼어붙은 계곡을 하나 건너서, 헛간 같은 밝은 건물을 발견했어. 거적때기를 걷고 들어간 순간 봤어. 수백 개의, 커다랗고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기다란 대막대들에 매달려 있는 걸. 어떤 덩어리에선 아직 마르지 않은 붉은 피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어. 끝없이 고깃덩어리들을 헤치고 나아갔지만 반대쪽 출구는 나타나지 않았어. 입고 있던 흰옷은 온통 피에 젖었어.

어떻게 빠져 나왔는지 몰라. 계곡을 거슬러 달리고 또 달렸어. 갑자기 숲이 환해지고, 봄날의 나무들이 초록빛으로 우거졌어. 어린아이들이 우글거리고, 맛있는 냄새가 났어. 수많은 가족들이 소풍 중이었어. 그 광경은, 말할 수 없이 찬란했어. 시냇물이 소리 내서 흐르고, 그 곁으로 돗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들, 김밥을 먹는 사람들, 한편에선 고기를 굽고, 노랫소리, 즐거운 웃음소리가 쟁쟁했어.

하지만 나는 무서웠어. 아직 내 옷에 피가 묻어있었어. 아무도 날 보지 못한 사이 나무 뒤에 숨었어. 그 헛간에서, 나는 떨어진 고깃덩어리를 주워먹었거든. 내 잇몸과 입천장에 물컹한 날고기를 문질러 붉은 피를 발랐거든. 헛간 바닥, 피 웅덩이에 비친 내 눈이 번쩍였어.

그렇게 생생할 수가 없어.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 내 얼굴이, 눈빛이.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아니야, 거꾸로, 수없이 봤던 얼굴 같은데, 내 얼굴이 아니었어. 설명할 수가 없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생생하고 이상한, 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

이러한 실감이 나는 발현몽은 꿈 분석에서 과거 실제 있었던 일들이 재료가 되는 경우가 많다(Freud 1900). 따라서 이꿈은 영혜의 어릴 때 경험들이 의식의 변형을 거친 후 전날 어떤 자극에 의해 재활성화된 것으로 이해된다. 작가는 임상에서 꿈 분석의 순서를 알고 있는 듯 다음에 영혜의 내러티브로 전날에 있었던-남편은 까맣게 모르는-에피소드를 말한다(Han 2007).

<인용문 3>

그 꿈을 꾸기 전날 아침 난 얼어붙은 고기를 썰고 있었지. 당신이 화를 내며 재촉했어.

제기랄, 그렇게 꾸물대고 있을 거야?

알지, 당신이 서두를 때면 나는 정신을 못 차리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허둥대고. 그래서 오히려 일들이 뒤엉키지. 빨리, 더 빨리. 칼을 쥔 손이 바빠서 목덜미가 뜨거워졌어. 갑자기 도마가 앞으로 밀렸어. 손가락을 벤 것, 식칼의 이가 나간 건 그 찰나야.

검지 손가락을 들어올리자 붉은 핏방울 하나가 빠르게 피어나고 있었어. 둥글게, 더 둥글게. 손가락을 입 속에 넣자 마음이 편안해졌어. 선홍빛 색깔과 함께. 이상하게도 들큼한 맛이 나를 진정시키는 것 같았어.

두 번째로 집은 불고기를 우물거리다가 당신은 입에 든 걸 뱉어 냈지. 반짝이는 걸 골라 들고 고함을 질렀지.

뭐야 이건! 칼 조각 아냐!

일그러진 얼굴로 날뛰는 당신을 나는 우두커니 바라보았어.그냥 삼켰으면 어쩔 뻔했어! 죽을 뻔했잖아!

왜 나는 그때 놀라지 않았을까? 오히려 침착해졌어. 마치 서늘한 손이 내 이마를 짚어준 것 같았어. 문득 썰물처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미끄러지듯 밀려 나갔어. 식탁이, 당신이, 부엌의 모든 가구들이. 나와, 내가 앉은 의자만 무한한 공간 속에 남은 것 같았어.

다음 날 새벽이었어. 헛간 속의 피 웅덩이. 거기 비친 얼굴을 처음 본건.

남편이 기억하지 못하는 이 아침 식사 중 일어난 에피소드는 남편의 기준에 최선을 다해 따랐던 영혜의 삶에 균열을 가져온다. 남편은 자신의 시간에 맞추지 못하면 화를 내고, 영혜는 ‘목덜미가 뜨거워질 정도로’ 다급해진다. 자신의 손가락이칼에 베어도 말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남편은 자신이 먹고 있는 불고기에 들어간 칼 조각으로 인해 분노한다. 아내의 노력이나 고통은 말을 하지 못하고, 남편의 기준과 고통만 언급된다. 이런 분위기는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지고, 아내가 느껴왔던 사회 구조에 내포된 폭력성은 무시된다. 이는 현 시대를 설명하는 남성중심의 사회, 즉 가부장적인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매뉴얼은 영혜의 삶에 (무의식 중에) 내재화되어 있었다. 즉 자아 동조적(ego syntonic)인 것이다. 이것이 아침의 에피소드를 통해 균열이 나게 된다. 가부장적인 삶의 구조에 봉사하게 내재화되어 있던 영혜의 삶이 무의식의 지점에서 무너지는 것이다. 이 순간은 이런 전통적 사회 구조에 내재되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폭력이드러나는 순간이며, 영혜는 그 구조에서 분리가 되었던 것이다. 즉 자아 동조적인 구조적 삶이 자아 이질적(ego dystonic)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작가는 이 순간을 <인용문3>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입에서 발견된 조각난 칼에 분노하는 남편의 모습에 영혜는 아래와 같이 반응하였다(Han 2007).

왜 나는 그때 놀라지 않았을까? 오히려 침착해졌어. 마치 서늘한 손이 내 이마를 짚어준 것 같았어. 문득 썰물처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미끄러지듯 밀려 나갔어. 식탁이, 당신이, 부엌의 모든 가구들이. 나와, 내가 앉은 의자만 무한한 공간 속에 남은 것 같았어.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하는 듯한 영혜의 심리 묘사이다. 여기서 ‘서늘한 손’은 <채식주의자>와 유사한 시기에 집필된 <그대의 차가운 손>의 상징과 연결된다. 여기서 차가운 손의 의미는 ‘정동(affect)이 결핍된, 상처로 가득한, 사회화된 껍데기 같은’ 손의 의미이다. 그 손이 이마를 짚어줌, 즉 차가운 접촉은 구조에 적응했던 껍데기와 같은 삶의 대면(confrontation)의 순간이며, 이 같은 삶에서 균열이 되는 시작을 의미한다. 그 외피가 무너짐으로 존재는 흔들리고 살았던 공간은 부서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와 비슷한 경험을 영혜의 언니인 인혜가 <나무 불꽃>에서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 아침 사건을 이해하면 <인용문 3>의 꿈을 대략적으로분석할 수 있다. ‘왜 고기를 거절할까’에 대한 의문을 이 꿈의 단서만으로 전부 이해할 수 없다. 대부분 꿈의 분석이 그렇듯 그 뿌리가 어릴 적 경험에서 올라오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위 아침의 사건이 무의식에 억압되었던 고기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깨웠다는 점이다. 그러한 무의식의 구분은 꿈 속에서 확연히 구별된 주인공이 서있는 어두운 공간과 고기를 구워먹는 소풍의 공간으로 표현된다. 이는 앞서 전날 영혜가 경험했던 껍질과 같은 사회화된 삶에서 멀어짐을 의미한다.

그가 채식주의자가 된 것은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나 고기를 혐오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의식 안에 축적된 갈등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갈등에서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헛간 속의 피 웅덩이. 거기 비친 (분열된 나의) 얼굴’이다. 이 분리된 자기 표상은 앞서 말한 ‘가부장 사회 구조에 봉사하기 위해 고기를 먹고, 고기 음식을 만들었던 나’를 ‘그 껍질, 사회 구조에서 벗어난 내’가 바라보는 장면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한 구별에 대한 인식이 영혜를 구원하지 못한다. 두 분열된 자기 표상 모두 해결해야 할 많은 상처, 갈등과 결핍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이 꿈에서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것은 ‘사회 구조가 영혜의 무의식에 내재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영혜는 고기를 먹고 고기 요리를 강요하는 가부장적 대상이나 구조를 향하여 분노할 수 없다. 어떤 이유인지-이는 뒤에 밝혀질 것이다- 그 분노하는 대상이 자신의 무의식의 심연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혜는 위의 해결될 수 없는 무의식의 문제로 인해 더 심해진 가슴의 답답함, 악몽으로 인한 불면, 육식을 거부하는 채식주의자의 증상이 변하지 않는 가부장의 사회 구조와 심리적 평형(psychic equilibrium)을 이루어 살얼음 걷듯 살아가게 된다.

2) 이러한 불안한 균형을 무너뜨리는 사건은 사장단 회식이다. 아내보다 직장에서 자신의 모습이 중요한 남편은 아내에게 압력을 가하지만 영혜는 ‘채식주의자’와 그 집단에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고집한다. 자본과 권력의 껍질만 있는 사장단 부부들에게 그녀는 이상하고 불편한 존재였고, 남편은 자신을 도와주기는커녕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된 아내에게 화가 난다. 그 분노를 지금까지 참고 있었던 아내의 모습에 대하여 장모, 처형에게 고자질을 하며, 아내의 모습에 사과를 받는다. 영혜는 다시 한 번의 꿈을 꾸고, 꿈과 연결된 어릴 때의 기억을 자유연상을 하듯 말한다(Han 2007).

<인용문 4

다시 꿈을 꿨어.

누군가 사람을 죽여서, 다른 누군가가 그걸 감쪽같이 숨겨줬는데, 깨는 순간 잊었어. 죽인 사람이 난지, 아니면 살해된 쪽인지, 죽인 사람이 나라면, 내 손에 죽은 사람이 누군지, 혹 당신일까, 아주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아니면 당신이 날 죽였던가…… 그럼 그걸 감춰준 사람은 누구일까. 그건 분명히 나나 당신이 아닌데. …… 삽이었어. 그것만은 확실해. 커다란 흙 삽으로 머릴 쳐서 죽였어……

이번 꿈이 처음이 아니야. 무수히 꿨던 꿈이야. 술에 취하면 예전에 취했을 때 기억이 나는 것처럼, 꿈 속에서 지난 꿈 생각이 나. 수없이 누군가가 누군가를 죽였어. 가물가물한, 잡히지 않는…… 하지만 소름 끼치게 확고한 느낌으로 기억돼.

이해할 수 없겠지. 예전부터 난, 누군가가 도마에 칼질을 하는 것 보면 무서웠어. 그게 언니라 해도, 아니 엄마라 해도. 왠지는 설명 못해. 그냥 못 견디게 싫은 느낌이라고 밖엔. 그래서 오히려 그 사람들한테 다정하게 굴곤 했지. 그렇다고 어제 죽인 사람이 엄마나 언니였다는 건 아니야. 다만 그 비슷한 느낌. 오싹하고, 더럽고,끔찍하고 잔인한 느낌만이 남아있어. 내 손으로 사람을 죽인 느낌, 아니면 누군가 나를 살해한 느낌, 겪어보지 않았다면 결코 느끼지 못할…… 단호하고, 환멸스러운. 덜 식은 피처럼 미지근한.

무엇 때문일까,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져. 내가 뭔가의 뒤편으로 들어와 있는 것 같아. 손잡이가 없는 문 뒤에 갇힌 것 같아.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여기 있었던 걸 이제야 알게 된 걸까. 어두워. 모든 것이 캄캄하게 뭉개져 있어.

이번 꿈과 연상은 <인용문 2>의 꿈과 유사하다. 억압된 어릴 적 기억과 환상이 꿈으로 반복되었고, 전날의 일을 통해 활성화된 것이다. 꿈 내용을 통해 추측해 볼 때, 아마도 어머니와 언니와 관련된 자극, 즉 남편의 편에 서서 영혜를 비난하는 듯한 언니나 어머니의 자세로 인한 듯하다. 어머니나 언니 역시 남편이 입고 있는 남성 위주의 가부장 제도에 봉사하는 대상이었다. 전날의 에피소드를 통해 자극된 어머니나언니를 향한 분노는 <인용문 2>의 꿈처럼 내재화된 자기표상으로 향하게 된 것이며, 이 사건으로 구조에 적응된 ‘어머니/언니 대상’과 분열되어 자아 동조적인 ‘나’가 자아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즉 집단에서 적응하기 위해 동일시되어 내재화된 내 안의 ‘어머니/언니 대상’은 이 일로 인해 분리되어 심한 자기 혼란감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균열은 영혜의 무의식에서 <인용문 2> 꿈에서 보였던 ‘분열된 내재된 가부장적 대상의 분리’에서 ‘가부장적 대상에게 적응한 여성의 분리’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조용해 보이는 영혜의 겉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내면에서는 무의식 깊이 내재되어 있는 (가부장 구조의) 아버지, 어머니 대상의 분리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3) 이러한 폭발 직전의 내면의 균형을 깬 것은 남편의 섹스로 인한 침범이다. 이후 남편이 본 것은 상의를 벗고 많은 감자를 감자 칼로 깎고 있는 아내의 기이한 모습을 본 것이다. 아내는 허기가 져서 먹고 싶다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을 한다. 아내는 남편의 내러티브와 구별된 잔인하고 퇴행적인 꿈, 백일몽, 이에 관련된 기억을 말한다(Han 2007).

<인용문 5>

꿈에 누군가의 목을 자를 때, 끝까지 잘리지 않아 덜렁거리는 머리채를 잡고 마저 칼질을 할 때, 미끌미끌한 안구를 손바닥에 올려놓을 때, 그래서 깨어날 때. 생시에, 뒤뚱거리며 내 앞을 지나가는 비둘기를 죽이고 싶을 때,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 땀이 맺힐 때, 내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때. 다른 사람이 내 안에서 솟구쳐 올라와 나를 먹어버린 때. 그때……

입안에 침이 고여. 정육점 앞을 지날 때 나는 입을 막아. 혀뿌리부터 차올라 입술을 적시는 침 때문에.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와 흘러내리려는 침 때문에.

……내가 믿는 것은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로는 아무것도 죽일 수가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야위는 거지. 이젠 더 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지. 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인용문 5>에서 꿈은 분노가 만드는 잔인한 무의식적 환상이다. 분노는 포식자와 동일시된 대상이 자기(self)를 지배하여 마치 영혜가 육식을 즐기는 잔인한 대상이 된 듯하다. 이는 정신분석의 임상과 이론에서 보이는 공격자와의 동일시(identification with aggressor)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이유는 앞서 말했듯 남편의 강압적인 섹스이다. 영혜의 입장에서 남편의 침범적인 섹스는 억압된 리비도의 근원을 건드린 듯하다. 어머니의 젖가슴은 발달의 단계에서 리비도의 첫 대상이자, 젖의 공급으로 삶의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생명이며(Freud 1905), 사랑/정동의 공급처이다(Winnicott 1971). 그의 이어지는 독백에서 젖가슴은 아무도 죽이지 않고 해치지도 않지만, 이제 더 이상 둥글지 않고 야위어 가며 날카로워진다고 한다. 즉 사랑의 보유고이자 공격성을 완충하는 젖가슴(breast)의 역할이 사라져 점점 공격성이 지배하는 모습이된다. 리비도의 첫 대상인 어머니 젖가슴의 기능이 점점고갈되어 가므로 이를 대체할 파생물로서 (무의식적으로) 많은 감자를 선택한다. 식이 장애 환자에서 정동의 결핍, 즉 허기짐은 실제 먹는 것으로 채우려고 한다. 따라서 쌓아 놓은 감자는 영혜의 외재화된 정동의 결핍을 나타내는 듯하다. 그리고 이 장면은 무의식의 공격성이 내포되어 서늘한 느낌이다. 상의를 벗은 모습은 뒤에 스스로 리비도/에너지를 받는 나무/생명의 모습으로 되어가는 예고편의 역할을 한다.

4) 영혜의 심리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네 번째 자극은 아버지가 중심이 된 가부장 집단의 폭력이다. 가부장 구조에 적응한 가족들은 아버지의 행동에 다양한 방법으로 지지하고, 영혜에게 자신들이 내재화한 구조에 다시 들어오라고 회유, 협박을 한다. 그 정점은 아버지로 귀결된다. 결박 당한 영혜에게 실제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는 남편의 전 세대 가부장을 상징한다. 월남전에서의 살인을 자랑하듯 말하며 아이들에게 폭력을 함으로 자신의 힘과 기준을 강요하였다. 따라서 아버지는 남편과는 다른 실제 폭력으로 영혜를 자신의 뜻대로 하려고 한다. 이러한 폭력에 영혜는 자신의 손목을 긋는 충동적인 행위로 자신을 방어한다.

이 사건에 대한 남편의 객관적인 내러티브와는 달리 영혜는 이 사건을 통해 9살 때의 고통스런 기억을 소환한다. 자신의 집에서 기르는 백구가 영혜의 다리를 물었고, 아버지는 ‘달리다 죽은 개가 부드럽다’며 오토바이에 묶어 달린다. 피를 토하며 죽는 백구를 어린 영혜는 ‘나쁜 놈의 개. 나를 물어?’라며 눈을 부릅뜨며 비참하게 죽어가는 개를 바라본다. 이후 잔치가 벌어진다. 그 장면을 영혜의 독백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Han 2007).

<인용문 6>

……그날 저녁 우리 집에선 잔치가 벌어졌어. 시장 골목의 알만한 아저씨들이 다 모였어. 개에 물린 상처가 나으려면 먹어야 한다는 말에 나도 한 입을 물었지. 아니, 사실은 밥을 말아 한 그릇을 다 먹었어. 들깨 냄새가 다 덮지 못한 누린내가 코를 찔렀어. 국밥 위로 어른거리던 눈, 녀석이 달리며, 거품 섞인 피를 토하며 나를 보던 두 눈을 기억해. 아무렇지도 않더군,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

네 번째 에피소드와 9살 때의 기억은 아버지의 폭력이 어떻게 육식으로 이어졌는지 연결된다. 자신의 다리를 물은 백구를 향한 어린 영혜의 분노는 ‘아버지의 분노’와 동일시된다. 잔인하게 죽어가는 백구를 향한 감정적인 연민을 부정해야 했으며, 백구를 죽이는 ‘아버지’는 자신의 분노를 풀어주는 의존할 대상으로 여겨야 하는 것이다. 정당하다고 여겨지는 분노로 인해 감정은 부정되고 억압된다. 그리고 그 분노는 바로 어린 영혜와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짐작되는 백구의 잔인한 죽음을 정당화하고 백구를 먹는 행위로 이어진다. 감정의 부정, 생명의 경시, 죽음의 정당화……. 이러한 흐름은 가부장 제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의 전형적인 모습이며, 어린 영혜는 이 구조의 주인인 ‘아버지’의 대상을 동일시하여 내재화했던 것이다. 이 무의식적인 연결의 줄기들에 아마도 깊은 의존과 사랑, 그리고 처벌에의 불안 등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따라서 영혜에게 ‘육식’은 가부장 사회 구조의 주인인 아버지 대상의 폭력이 응축된 상징이다. 폭력/공격성은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깊게 뿌리 박혀있고, 영혜가 답답해 하는 가슴은 그 폭력성이 육화된 ‘고기’ 가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영혜는 자신의 내면화된 폭력성의 영상을 고통스럽게 대면하고 있는 것이다.

5) 영혜의 다섯 번째 자극은 가부장 제도 안에 적응한 어머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어머니 대상에 대한 균열은 이사건으로 분리가 되는 듯하다. 거짓말을 하더라도 끈질기게 흑염소를 영혜에게 먹이려 하는 어머니 행동의 배후에는 가부장 제도의 주인인 아버지가 있고, 영혜의 감정, 생각, 즉 존재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속이면서까지 먹인 흑염소를 게워내고, 가져온 흑염소를 버린 영혜에게 아깝다고 하며 세상이너를 잡아먹을 거란 어머니의 말은 가부장 구조에 완전히 편속되어 있는 어머니의 상이다. 이런 어머니의 상은 <그대의 차가운 손>, <질주>에서 재연되었다.

이러한 어머니의 모습에 대한 영혜 내면의 내러티브는 절망적이다. 이를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다(Han 2007).

<인용문 7>

저 여자가 왜 우는지 나는 몰라. 왜 내 얼굴을 삼킬 듯이 들여다보는지도 몰라. 왜 떨리는 손으로 내 손목의 붕대를 쓰다듬는지도 몰라.

손목은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아픈 것은 가슴이야. 뭔가가 명치에 걸려있어. 그게 뭔지 몰라. 언제나 그게 거기 멈춰있어. 이젠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덩어리가 느껴져. 아무리 길게 숨을 내쉬어도 가슴이 답답하지 않아.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있는 거야. 틀림없어.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되었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한 번만, 단 한 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 캄캄한 창 밖으로 달려 나가고 싶어. 이러면 이 덩어리가 몸 밖으로 뛰쳐나갈까. 그럴 수 있을까.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쉬게 할 수 없어.

그동안 먹은 육식의 생명들이 명치에 그대로 쌓여있다. 물질은 소화되어 없어졌지만 내면화했었던 가부장 구조의 폭력은 그대로 ‘덩어리’로 남아있는 것이다. 여기서 어머니 대상은 점점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인용문 5>에서 어머니 젖가슴이 상징하는 공격성의 완충 기능은 소멸되어 가고, 실제 어머니는 예상대로 그 폭력을 배가하였다. 아무도 도울 수 없고, 살릴 수 없고, 숨쉬게 할 수 없다는 마지막 절규는 그가그나마 미약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현실 세계의 무너짐을의미한다. 또한 그가 끝까지 붙잡았던 것은 바로 그를 마지막까지 좌절시켰던 어머니 대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영혜는 이제 광기의 공간, 비현실의 세계에 존재하게 된다. 남편이 바라본 병원 분수대 벤치에 앉아있는 영혜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가슴을 드러내고 상처를 핥고 있으며 오른 손은 이빨 자국과 혈흔이 있는 죽은 동박새를 붙잡고 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 전통적인 결말이 없는 끝맺음은 한강 소설 플롯의 특징이며, 불완전한 만큼 이 장면은 인상적이며 압축된 느낌이다. 특히 내러티브 맥락에서 벗어난 듯한 죽은 동박새를 쥐고 있는 모습은 인상적인 만큼 의아하다. 저자는 이 부분의 분석을 위해 전 논문(Lee와 Yoon 2020)처럼 이전 저자의 소설을 참고하려고 한다. ‘여주인공이 쥐고 있는 새’의 모티프는 그의 단편 소설<철길 흐르는 강> 내러티브에 등장한다. 아버지 폭력으로 결국 자살을 하는 어머니. 어릴 적 그 어머니와 함께 갔었던 성당 현관 유리문에 부딪혀 죽는 박새를 여주인공은 성장해서도 주머니 속에 늘 넣고 다녔다. 여기서 박새는 가부장제도에 갇힌 ‘내재화된 어머니 대상’을 상징한다. 즉 박새는 무의식적으로 여주인공이며 내재화된 어머니, 그리고 실제 어머니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채식주의자> 내러티브와 만난다. 즉 죽은 동박새는 영혜의 내면에서 소멸된 어머니 대상이며, 영혜 자신이기도 하다. 또한 작가는 ‘포식자에게 뜯긴 듯한 거친 이빨 자국, 붉은 혈흔’에서 포식자가 누구인지 모르게 적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위 내러티브를 통해 추정하면, 포식자는 바로 아버지 대상이자, 영혜 내면에 존재하는 내재된 아버지 대상, 또는 실제 아버지나 가부장의 구조이기 때문일 것이다. 난해한 시나 회화처럼 작가는 이 마지막 장면에 무의식의 다양한 역동으로 설명되는 다층적인 요소들을 응축하였다.

3.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채식주의자>소설을 보았을 때, 영혜의 증상과 변화는 다섯 번의 외부 자극과 다양한 무의식적 요소들이 반응하여 타협 형성된 결과물이다. 위 분석을 토대로 이 변화의 흐름을 무의식적인 요소들로 나누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공격성: 위에서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영혜의 분노는 외부 대상이나 사회 구조로 향하기보다 안으로, 즉 나로 향한다. 또한 내재화된 주요 대상과의 동일시로 인해 분노의 표현 방식은 (무의식적으로) 대상의 방식을 따른다(공격자와의 동일시). 이렇게 나와 타자가 혼재된 상태에서 동일시한 대상들의 좌절은 그 내재된 대상과의 분리가 단계적으로 일어난다. 증상으로서 채식주의자, 많은 감자를 깎는 모습, 병원 벤치에서의 모습 등은 이 분노가 증상 형성에 중요한 층으로 작용한다.

2) 리비도: 이 소설에서 리비도적 대상의 위치를 서서히배제시킨 듯하다. 이는 아마도 구조화된 남편/아버지/어머니의 폭력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구조화된 폭력 공간은 견고하고 영구적이다. 따라서 영혜는 이런 구조에서 남편, 아버지, 어머니의 순서대로 대상으로부터 오는 리비도 공급을 포기하고, 대신 자신이 생명/리비도의 공급처가 되기 위해 채식주의자, 감자를 깎는 모습, 병원 베란다에서 상의를 벗고 햇빛을 받는 모습 등의 증상으로 변화된다. 이런 변화의 끝은 <나무 불꽃>에 나왔듯 자신이 나무가 되어 뿌리를 대지에 두고 햇빛과 비를 맞으며 스스로 살아가는 모습이다.

3) 방어(defense): 채식주의자가 된 것은 <몽고반점>에서영혜가 처형에게 고백했듯 육식을 포기하면 고기에 관련된 답답함의 증상, 악몽을 꾸지 않을 거란 기대감이었다. 즉 채식주의자의 선택은 자신을 보호하고 심한 내적 갈등을 피하기 위한 방어 역할을 하는 것이였으며,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서 벗어나는 우선적인 방법이었다.

4) 초자아 처벌: 이 소설에서 나타나는 초자아는 위 내재된 폭력의 주체이기도 하다. 새도마조히즘(sado-masochism)과 유사한 내적 구조에서 가혹한 초자아는 많은 분석에서 밝혀지고 있다(Novick과 Novick 2004). 또한 영혜의 증상과 퇴행된 여러 모습은 사회 구조와 연결된 초자아의 입장에서 보면, 그 구조의 기준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인 모습이며, 이는 외부나 내면의 초자아의 처벌-죄책감이나 실제 처벌-로도 이해될 수 있다.

결 론

연작 <채식주의자>에서 <채식주의자>는 영혜를 중심으로 가부장적 사회 구조를 대표하는 인물인 남편, 아버지, 어머니가 영혜 내면의 균형을 흔드는 자극을 주고, 이에 반응한 영혜의 무의식이 채식주의자 등 다양한 증상을 만들어내는 내러티브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저자는 영혜의 증상과 변화가 다섯 가지 구조의 폭력성이 영혜의 무의식적인 요소인 공격성, 리비도, 방어, 초자아 등과 반응하여 타협 형성된 결과물이라고 분석하였다. 그리고 <채식주의자> 내러티브는 <몽고반점>, <나무 불꽃>으로 확장되어 사회 구조에 내재된 폭력성을 의식의 담론 공간에 노출시킨다. 이러한 작가 설정의 의도는 무의식 중에 다층적으로 내재된 공격성/폭력성을 대면(confrontation)시키고, 그 기원을 추적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한강 소설의 플롯이 정신분석적 치료 과정과 평행하다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실제 임상에서 대면과 해석의 과정은 언제나 저항이 따르듯, 이 과정의 작가의 언어, 즉 전반적인 텍스트는 고통스런 느낌을 준다. 결론적으로 저자의 내러티브 내용, 플롯, 텍스트는 정신분석의 실제 임상과 여러 측면에서 유사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문학과 임상은 분명히 다르며, 이 소설에서도 고려해야 할 지점이 있다. 즉 실제 임상에서 피분석자와 무의식의 고통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분석가와의 신뢰, 즉 치료자와의 동맹(therapeutic alliance)이 필수적이다(Auchincloss와 Samberg 2012). 이는 무의식의 고통에 들어가기 위해 피분석자가 분석가와 다양한 긍정적인 전이 및 실제 관계로 견고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소설가 한강은 어떻게 무의식의 심층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은 정확한 답을 하기 어렵지만, 작가가 이 소설 근저에 적은 소설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소설가는 내면/외부에 존재하는 대상/구조의 압도하는 폭력성의 노출을 위해 대상의 긍정적인 부분을 이미 살려두었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장편 소설은 <검은 사슴, 1995>, <그대의 차가운 손, 2002>이다. 이에 대하여 저자가 자세한 분석을 후속 연구에서 할 예정이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검은 사슴>의 주인공은 결핍된 어머니 대상을 찾아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다룬 것이고, <그대의 차가운 손>은 가부장 구조의 껍질을 벗는 힘겨운 과정을 통해 아버지 대상의 긍정적인 부분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들은 비록 정신 분석의 과정에서 치료자의 역할로 보기에 미흡하지만, 임상의 과정에서 피분석자가 분석가와의 긍정적인 경험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그러한 관계의 줄을 통해 무의식의 심층에 들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채식주의자>의 설정이 다층적으로 내재된 공격성/폭력을 노출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압도하는 공격성이 대상을 완전히 파괴하기 전에 긍정적인 부분을 미리 분리시켰을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대상과 사회 구조는 어떤 관계에 있을까? 저자는 서문에서 가설 “폭력성/공격성은 대상이나 사회구조에 (무의식적으로) 내포되어 있고, 그 대상과 구조의 인간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내재화된다.”를 분석의 축으로 사용한다고 하였고, 그것을 기반으로 소설을 분석하였다.

대상과 사회 구조/집단의 무의식적 관계의 열쇠는 사회나 문화를 무의식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때 중요하다. 프로이트 역시 이 부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그의 저작에 통찰력 있는 관점을 제시하였다. 이 논문에서도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가남편, 아버지, 어머니에 대표하여 내재화되었고, 영혜 역시내재화된 구조가 단계적으로 분리됨을 경험하였다. 즉 영혜가무의식에서 경험한 남편이나 아버지, 어머니 대상의 분리는 가부장적 사회 구조의 분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 구조/집단과 한 개인과의 중요한 관계는 <몽고반점>, <나무 불꽃>에서 더 자세하고 심층적으로 나타나고 해체되고 있다. 저자는 후속 연구에서 사회구조/집단과 개인과의 무의식적 관계를 자세히 밝힐 예정이며, 아래 프로이트의 인용문을 통해 그 관계에 대한 중요성을 나타내고자 한다.

인간 존재로 성장해 나가는 아이가 부모에 의존하여 사는 긴 유아기의 침전물로서 자아 속에는 하나의 특별한 기관, 초자아라 이름을 얻는 기관이 형성되는데, 여기서 부모의 영향은 지속된다…… 부모의 영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부모의 개인적 존재만이 아니다. 부모에 의해 이어지는 가족, 인종 및 민족 전통의 영향과 부모가 대변하는 각각의 사회적 환경의 요구도 작용한다. 마찬가지로 초자아는 개인 발달의 과정에서 나중에 나타나는 전승자와 부모의 대체 인물 편에서 오는 기여도 받아들이는데, 그것은 교육자, 공공의 모범, 사회에서 숭배되는 이상과 같은 것이다 (Freud 1938).

내재된 폭력적 사회구조는 초자아의 부분적인 모습일 수 있다. 작가는 외부 사회 구조와 내부 성격 구조에 서로 상응하며 존재하는 폭력성을 소설적인 설정을 통해 알려주었다. 마치 시의 언어를 연상하게 하는 작가의 응축된 언어나 관념의 깊은 두께는 임상에서 경험하는 무의식과 함께 교류한다. 저자는 본고를 통해 동시대 문학이나 예술 미학의 이해에 무의식적인 경험이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확인하였고, 추후에도 연관 연구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장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None

Conflicts of Interest

The authors have no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to disclose.

Author Contributions

Conceptualization: all authors. Investigation: Hyun Kwon Lee. Methodology: Hyun Kwon Lee. Project administration: Hyun Kwon Lee. Writing—original draft: Hyun Kwon Lee. Writing—review & editing: all authors.

Footnote

a 여기 1 부분에서 1), 2), 3), 4), 5)는 화자로서의 남편의 내러티브에서 저자가 생각한 영혜의 내면에 균열을 주는 다섯 가지 외적자극을 편의상 구분한 것이다. 그리고 뒤에 영혜가 화자인 2 부분에서 표시한 1), 2), 3), 4), 5)와 시기적으로 평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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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20, 3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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