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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oanalytic Exploration of a Psychopathic Character: A Case of Villanelle in ‘Killing Eve’
Psychoanal 2020;31:34-42
Published online April 30, 2020;  https://doi.org/10.18529/psychoanal.2020.31.2.34
© 2020 Korean Association of Psychoanalysis.

Hyesoon Kim1 and Young Min Choi2

1Sky Mental Health Clinic, Seoul, Korea
2Department of Christian Counseling, Torch Trinity Graduate University, Seoul, Korea
Young Min Choi, MD, PhD
Department of Christian Counseling, Torch Trinity Graduate University, 70 Baumero 31-gil, Seocho-gu, Seoul 06752, Korea
Tel: +82-2-570-7372, Fax: +82-2-570-7379, E-mail: cfccpc@naver.com
Received August 16, 2019; Revised April 6, 2020; Accepted April 7, 2020.
cc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Abstract
Artistic creations such as films or dramas comprise projections of the human psychic world. One can observe those dynamic worlds through the lens of psychoanalysis and can experience by proxy the challenging therapeutic situations therein. Amongst those challenges, there lies the concept of psychopathy. A leading character named ‘Villanelle’ in BBC America drama ‘Killing Eve’ is one example of a female psychopath with a devilish charm. This naughty assassin manifests key characteristics of psychopathy such as callousness, manipulation, lack of remorse and antisocial behavior. From the psychoanalytic perspective, Villanelle’s inability to form affectionate relationships stems chronically from her abused and abandoned history of early relations, apart from genetic factors, and it aggravates the derailment of her social life. Yet, her intriguing aspects exude from her incessant efforts to live a normal life and yearns for the attachment relationship with Eve, her counterpart character. Through the analysis of this character, we also examined the psychology of modern times. Some people may share many aspects with the character Villanelle, such as egocentricity, lack of empathy, inner voidness, etc. These psychopathic traits can be revealed as asocial qualities in typical relationships, even if not an overt psychopath. Therapists should thus understand the psychopathic personality or trait as a continuum, caution against the countertransference of condemnation, and consider the psychopathology of contemporary people.
Keywords : Psychopath · Antisocial personality · Psychoanalytic theory · Drama.
서 론

TV나 영화 등의 영상 매체는 인간의 욕망과 환상을 투영하여 허구의 세계를 창조하는 예술 수단으로, 현실과는 상당한 유사성과 괴리를 동시에 가진다. 모든 예술적 결과물은 창조자의 총체적 정신 세계가 투사되기에 이를 관찰함으로써 그 내면의 우주와 무한한 정신의 역동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일환에서 정신분석적 렌즈를 통해 예술 작품을 살펴보는 작업을 Freud(1916)가 시작하였으며, 상업 영화를 정신과적 교육에 사용하는 이점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졌다(Fritz와 Poe 1979; Hyler와 Moore 1996).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실제 임상에서 마주하기가 비교적 쉽지 않은 인물 혹은 집단에 대한 심리적 체험과 관찰을 대중적인 매체를 통해 시도해 볼 수 있다. 일례로 영상 매체의 극중 사이코패스적 인물에 의해 야기되는 정서적 반응을 통해 그러한 분석이 이미 간접적으로 시도된 바가 있다(Cerny 등 2014). 흥미로운 점은 사이코패스에 대한 정신의학의 연구와 실제 사례들이 천천히 축적되면서 이 집단의 이질성이 점차 드러나는 동시에, 여러 대중 영상 매체에서도 그간 그들이 가상의 인물로 끊임없이 등장해 왔다는 것이다. 또한 그 인물들의 서사가 발전함에 따라 성별이나 연령을 불문하고 그 양상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미치광이 혹은 은밀한 성도착자부터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엘리트 등 사이코패스적 인물들이 광범위하게 보여주는 캐릭터성 추세의 흐름에는 시대의 변화와 대중의 현실적인 심리가 점차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따라서 비교적 최신의 영상 매체에 등장하는 그러한 인물의 정신 병리와 심리 상태 분석의 시도를 통해 현대 대중 심리의 이해를 도모해 볼 수 있겠다.

본 논문은 드라마 의 등장인물 Villanelle을 통하여 사이코패스적 인물의 성격 병리와 정신 역동에 대하여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를 통하여 현대 사회인의 심리와 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는 2018~2019년 BBC America에서 방영하였으며 2020년에 세 번째 시리즈 방영을 앞두고 있는 시즌제 드라마로, Luke Jennings의 중편 소설 ⼀Codename Villanelle⼁을 원작으로 하여 시즌 1은 Phoebe Waller-Bridge가, 시즌 2는 Emerald Fennell이 각색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원작 소설이 아닌 각색된 드라마의 시즌 1~2에 국한하여 그 내용을 살펴보겠다.

본 론

등장인물의 삶

Villanelle은 러시아 태생의 20대 미혼 여성으로, 다수의 익명 의뢰인들로부터 청부 살인을 의뢰받아 유럽 전역을 주 활동 반경으로 하여 살아가는 암살범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살고 있는 그의 특기는 최소 5개국어 이상의 언어 구사력이며, 삶의 낙은 의뢰인들로부터 받은 거액의 금전으로 영위하는 부유하고 화려한 의식주, 자유분방하고 일회적인 성생활, 그리고 살인을 할 때에 죽어가는 피해자의 눈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비교적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보이는 관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사람은 의뢰를 전달해 주는 백발의 중년 남성 Konstantin뿐이다.

그러던 중 영국 런던의 MI5 요원 Eve가 유럽에서 다발적으로 관찰되는 유명 인사들의 살인 사건에 주목을 하면서 범인의 성별과 특성을 직감적으로 포착하고 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런던에서 남편과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던 40대(추정) 한국계 미국인 여성 Eve는 이 무법자를 잡겠다는 의지에 불타는 동시에 그의 대담성과 비범함에 감탄하며 점차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고 몰두한다.

분석 대상인 Villanelle의 과거나 성장 배경에 대해 드라마에서는 상세히 설명해 주지 않으나, 작품 내 등장하는 서류나 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몇 가지 단서를 추정해 볼 수 있다. 본명은 Oksana Astankova로, 1993년도에 출생하여a 어린 시절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알코올 사용 장애가 의심되는 아버지 아래에서 성장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폭력과 반사회적 행동을 보인 과거력이 있다. 이로 인해 약 8세 시절 소년원(Juvenile Delinquents Centre)에 수감되어 13세 무렵에 다시 사회로 복귀하였으나, 5년만에(약 18세 무렵) 남자 성인을 거세 및 살인하여 성인 교도소에 재수감된다. 거세 살인의 대상은 학교의 프랑스어 선생님 Anna의 남편이었다.

Anna는 Villanelle이 소년원에서 사회로 복귀하였을 때에 유일하게 관심과 사랑을 준 사람으로, 영유아 시절 어머니가 부재했을 Villanelle에게는 아마도 최초의 소망하는 모성상에 가까운 인물이었을 것이다. Villanelle은 Anna를 비교적 잘 따랐고 비싼 옷가지나 향수를 훔쳐 선물하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했으며, 후에는 더 나아가 Anna를 유혹하여 성적 관계를 맺고 비밀스러운 연인이 된다. 그러던 중 어느 날 Villanelle은 Anna에게, Anna가 남편을 사랑하는 이유는 고작 페니스 때문이라는 말을 하고, 여기에 대해 Anna는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농담조로 대답을 한다. 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 Villanelle은 Anna의 남편을 거세 살인한 뒤 Anna에게 자신이 한 일을 기쁘게 알리지만 Anna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다. 잔인한 범죄 행위에 대한 죄책감은 커녕 타인의 마음과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중심적인 관계 방식이다.

살인 행위로 Villanelle은 18세에 다시 성인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약 3~4년 후 의문의 조직이 그의 남다른 반사회적 과거력과 두드러지는 사이코패스적 특성에 주목하면서 서류상으로 감옥에서 사망 처리가 된다. 그리고 약 21세에 세상 밖으로 나와 일련의 훈련 과정을 거친 뒤 비로소 Villanelle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암살 활동을 시작한다. 그는 의뢰인이 누구인지, 왜 암살을 해야 하는지 그다지 궁금해하지도 않으며 단지 보수만 후하다면 양심의 가책 없이 게임처럼 자유롭게 살인을 한다. 의뢰를 받아 암살의 목표 대상이 정해지면 그때부터 Villanelle은 배우가 되어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변장을 한다. 그러고는 먹잇감을 궁지에 몰아넣는 사냥꾼처럼 타깃을 조종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살해한다. 당사자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이에 가늘고 긴 흉기로 대퇴 동맥을 찔러 출혈로 인한 사망을 유도하거나, 빈손으로 암살 대상의 파티에 잠입하여 독 주사가 든 머리핀으로 살인을 하는 등 그의 암살 장면은 매 회마다 엔터테이닝 요소가 될 만큼 기발하고 예술적이기까지 하다. 무엇보다도 Villanelle 자신이 이것을 업(job)이라 생각하며 그 누구보다도 즐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그 꼬리의 단서를 또 다른 등장인물 Eve가잡게 된다. 암살 미션 완수를 통해 일종의 성취감과 함께은밀한 과시욕을 가지고 있던 Villanelle은 영국의 정부 요원 들이 자신을 쫓고 있으며, 그 선두를 여성이 지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더구나 이 여성, Eve는 Anna처럼 숱이 많고 굽이치는 검은 머리를 가진 Villanelle의 이상형이다. Villanelle은 점점 더 Eve의 관심을 끌고자 현장에 일부러 Eve를 도발하는 듯한 흔적을 남겨놓거나, Eve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하며 나중에는 심지어 집에 찾아가기까지 한다. Villanelle은 자신을 치밀하게 탐구하며 접근하는, 뭔가 남들과 다른 Eve에 대해 자신과 정반대이면서도 어딘가 닮았다고 느끼면서 강렬하게 이끌리고 Eve 또한 그를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관심, 공포, 분노, 감탄 등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느낌을 가진다. 비록 잔혹한 사이코패스지만 그를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비인간화를 가중시키는 사회적 구조와 부조리로 인해 그 또한 그러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이 되어버린 일종의 ‘피해자’라고 생각하여, Eve는 그를 회유하려고도 노력한다. 하지만 둘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는 상당히 가학피학적이며, Villanelle은 끊임없이 Eve의 이드를 자극하고 종국에는 Eve가 Villanelle의 배를 칼로 찌르게 된다.

사이코패스적 특성

드라마의 첫 장면은 비엔나의 한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Villanelle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아이스크림을 음미하던 그는 건너편 다른 테이블에 자신과 마주보고 앉은 어린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입꼬리만 살짝 올려 다소 어색해 보이는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아이는 Villanelle에게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이내 다른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활짝 웃음을 짓는다. 아이의 눈길이 향하는 쪽에는 아이에게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어주며 매우 귀엽다는 듯이 눈웃음까지 짓는 카페 점원이 있다. 카메라의 시선은 점원의 웃음을 클로즈업한 뒤, 아이와 점원이 주고받는 사랑스러운 웃음을 무표정하게 관찰하는 Villanelle에게로 다시 향한다. 그리고 이내 Villanelle은 다시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점원의 미소처럼 이를 드러내며 아까보다 더 자연스럽게 활짝 웃어준다. 그제서야 아이 또한 웃는 얼굴을 되돌려준다. 그 얼굴을 확인한 Villanelle은 짐을 챙기고 일어나 카페 출구를 향해 가는데, 아이의 옆을 지나칠 때에 의도적으로 아이의 아이스크림 그릇을 아이의 가슴팍으로 밀어 넘어뜨리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띈 채 아이의 신음과 엄마의 놀란 목소리를 뒤로 하고 카페를 나간다. 탐나는 무언가를 소유하고 즐기는 아이에게 시기심(envy)을 느끼고 아이스크림을 엎음으로써 파괴 충동을 결국 행동화하였다. 증오(hate)는 나쁜 대상을 파괴하지만, 시기심(envy)은 좋은 대상을 파괴한다(Klein 1975).

이시퀀스에서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사람의 웃음(혹은 표정)이라는 것의 의미가 Villanelle에게 있 어서 남들과는 조금 다르거나 혹은 그 의미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Mahler(1963)의 분리개별화 과정에서 공생 단계의 사회적 미소를 떠올려 볼 수 있다(Spitz 1965). 두 번째는 어떤 범죄나 해악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적 통념상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은 장난을 이 주인공은 그것도 어린아이에게 망설임 없이 가볍게 한다는 것이다. Superego lacunae(Johnson 1949)의 일면이 엿보인다. 경쾌한 걸음걸이와 매력적이고 준수한 외양 등 생기 있는 여느 젊은이와 다르지 않은 Villanelle의 모습은 마치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개구지게 그려진다. 하지만 당시 그는 비엔나에서 러시아정치인에 대한 암살 의뢰를 완수하고 파리로 돌아오는길이었다.

이인물은 드라마 속에서도 ‘반사회적 사이코패스’라 일컬어진다. 먼저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진단을 비추어 본다면, Villanelle은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ition(DSM-5)의 진단 기준에서 A-6(재정적 의무 등 지속적 무책임성 관련)을 제외한 다른 모든 기준들을 만족시키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한다. 살인이나 폭력 등의 범죄 행위를 일삼는 ‘반사회성’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도덕이나 윤리 관념이라는 브레이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고전적 개념의 ‘사이코패스’에 부합한다. 현재의 정신과 영역에서 사이코패스라는 진단명을 붙일 수 있는 어떤 정립된 기준은 아직 없지만 그 특성의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로 널리 쓰이는 Hare(2003)의 Psychopathy checklist-revised (PCL-R)로 평가를 시도해 본다면 30점의 중증 수준으로 측정된다(Table 1). PCL-R은 평가자가 측정하는 척도로 Hare 등(1990)의 연구에서 그 신뢰도와 타당성이 확인되었으며, 요인 분석을 통해 2가지 요인으로 ‘이기적이고 무심하며 타인에게 무자비함(a selfish, callous, and remorseless use of others)’ 과 ‘만성적으로 불안정하고 반사회적이며 사회 일탈적인 생활 방식(a chronically unstable, antisocial, and socially deviant lifestyle)’이 제시되었다(Hare 등 1990). 전자의 경우, DSM의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진단 기준만을 고려할 때 간과될 수 있는 특징적인 대인 관계 양상과 관련된 측면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면모를 좀 더 살펴보겠다.

Profiles of Villanelle

PCL-R score 30
Current offense Serial murders (contract killing)
Early relations Brought up by alcoholic father
Had an affair with female French language teacher, after released from Juvenile
Delinquents Centre at age 13
Characteristics Female, mid-20s, highly intelligent, multilingual
Diagnosis 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with narcissistic personality trait
History of conduct disorder
Part objects Superficially charming
Manipulation and lying
Grandiose and bold move
Dehumanization
Lack of guilt and remorse
Self-regulation Hypervigilance
Agility under pressure
Planned or impulsive violence
Instant gratification of drives
Feelings Boredom and void
Amusing herself with pranks on others
Pursuing sensual pleasure
Defense Rationalization, dissociation, splitting
Projective identification
Idealization and devaluation

PCL-R: psychopathy checklist-revised


대상 관계

줄거리 부분에서 간략하게 언급했듯이 Villanelle이 거의 유일하게 정기적인 만남을 가지는 인물은 의뢰 전달자 Konstantin 한 명뿐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거나 서로 걱정한다는 말을 주고받는 등 비교적 특별해 보이기도 하며, 때로는 걱정하고 챙겨주는 부녀 사이처럼 그려지기도 한다. 그렇게 겉으로는 교감하는 것처럼 보 일때도 있지만 그들은 의뢰 전달이라는 업무를 위해 만나는 것 외의 사적인 만남을 가지지 않으며, Konstantin은 가족의 안위를 위해 심지어 Villanelle을 배반하기도 한다. 그리고 전달 사항대로 일이 이행되지 않을 때면 Villanelle의 목을 조르거나 서로 무기를 겨누는 등 상당히 양가적이고 가학적이기까지 하다. 둘 사이의 정서적 교류는 상당히 빈약하고 부분적인 동시에 서로를 수단으로써 착취하고 협박하는데, Villanelle이 이전에 친부와의 관계에서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는 가학적이고 착취적인 내적 대상 관계가 Konstantin과의 관계 속에서 되풀이되며 강화되는 일종의 반복 강박이라고도 볼 수 있다. Villanelle은 이 불안정한 관계가 상당히 익숙하고 거리낌 없어 보이는 와중에, Konstantin은 둘 사이에서 나름의 주도권을 가지고 Villanelle을 길들이고자 시도하기도 한다. 서로 신경전을 벌이다가도 이내 곧 다음 순간 서로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고 얼싸안는 등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모습에서 그가 자신의 가학피학적인 관계 방식을 전복시키고 새로운 관계를 이루어보고자 무의식적으로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 또한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이외 Villanelle의 모든 관계는 일회적이고 소비적, 혹은쾌락 지향적이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꾸준한 애정 관계는 전무한 것으로 보이며, 동성애 성향이 있는 한편 3인 성관계를 즐기기도 하는 등 말초적 쾌감의 추구에 있어서 적극적이며 일차적인 성적 쾌락에 퇴행적으로 몰입한다.

때때로 Villanelle은 마치 타인과의 의미 있는 유대감의 형성이 불가능한 인간처럼 그려진다. 노마드처럼 부유하며 항상 무엇이든 혼자하는 것에 익숙하지만 타인과 주고받는 감정이나 신뢰와 같은 유의미한 정서 자극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만성적인 공허감을 느끼는 한편, 종종 스스로도 이 공허감을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러고는 외부 세계에 대한 꾸준한 관찰을 통해 사회적 규준과 평범성을 마치 연기하듯 연습한다. 카페 점원의 미소뿐만 아니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를 따라한 뒤 타인 앞에서 그렇게 웃어 보기도 한다. 이렇게 텅 빈 내면을 채워 보고자 이웃의 청년과 만남을 가지며 ‘평범한 것들(normal things)’ 을 시도해 보지만 그의 다정다감한 모습을 비롯한 모든 안정적인 것들은 Villanelle에겐 단지 역치 이하의 의미 없는 자극일 뿐이다. 자기의 황폐함, 정체성 부재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Villanelle: I have real trouble telling the truth. I don’t understand the concept, actually, but… but somebody told me it was important, so, here goes.

Most of the time, most days, I feel… nothing. I don’t feel anything. It is so boring. I wake up and I think, “Again? Really? I have to do this again?” And what I really don’t understand is, how come everybody else isn’t screaming with boredom too?

I’m just trying to find ways of making myself feel something. More and more and more but… it doesn’t make any difference. No matter what I do, I don’t feel anything. I hurt myself, it doesn’t hurt. I buy what I want, I don’t want it. I do what I like, I don’t… I don’t like it. I’m just so bored.

-Killing Eve: Season 2, Episode 6(2019)

외부 세계와 자신의 자아를 향한 정서적 관계의 빈곤 혹은 부재에 대하여 Deutsch(1942)는 as-if personality라 하였다. 이들은 겉으로는 평범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as-if) 보이는 동시에 상대로 하여금 진실성이 결여된 느낌을 받도록 한다. 자기의 중심에서 풍겨 나오는 공허함, 황폐함은 일차적으로 어린 시절의 학대나 방임 등을 포함한 외상적 경 험의 해리에 기인할 수 있다. 외부 세계로의 적응을 위한 측면이라는 넓은 의미에서 Jung(1953)의 persona, Winnicott (1960)의 거짓 자기 개념과 비슷할 수 있지만, as-if person-ality는 공허한 자기의 생존을 위한 해리와 뒤이은 동일시, 모방의 방어로 인한 결과에 가깝다(McFarland Solomon 2004). 하지만 안정적인 진정한 자기의 정체성으로 이어질 수 없기 때문에 통합에 실패하고 Villanelle 또한 이를 겪으면서 자기 중심부의 공허감이 더욱 강화된다.

결국 Villanelle은 다시 일차 과정 사고에 따라 끊임없이 감각적이고 강렬한 자극, 즉각적인 충족만을 갈구한다. 쉽게 무뎌지는 감각으로 인해 또다시 지루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정신의 황폐화가 만성화된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은 커녕, 따분함을 제외한 자타의 내적 심리 상태와 도덕성을 지속적으로 인식하기에는 그것을 인내할 Villanelle의 자아 기능은 빈약하다.

Meloy(1988)는 반사회적 개인들이 발달하면서 1) 모든 관계와 정서적 경험으로부터 극심하게 격리되고, 2) 권력과 파괴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타인을 향하는 가학적 시도가 특징적인 대상 관계의 길을 걷게 된다고 하였다. Villanelle은 Anna를 통해 긍정 정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현실에 대한 왜곡된 인지와 비규범적인 행동으로 인해 관계는 비극으로 끝났다.

흔히들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라고 하면 무조건적으로 타인을 그저 착취와 자기만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지옥에서 온 악마가 연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제로 누군가 사이코패스로 의심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그가 항상 모든 면에서 사이코패스의 특징들을 100% 만족시킬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Kernberg(1998)는 반사회적 및 정신병질적 행동의 스펙트럼을 제시하여 이것을 일종의 연속선상에서 설명하였는데, 한쪽 극단의 시작은 온전한 사이코패스(pure psychopath)로 시작하여 ‘반사회적 인격 장애-악성 자기애 증후군-반사회적 행동이 동반된 자기애적 성격 장애-다른 성격 장애에서 보이는 반사회적 행동-반사회적 행동이 동반된 신경증적 성격 장애-신경증 증상의 일부로서 보이는 반사회적 행동’까지 이어진다. Villanelle 또한 많은 반사회적 인격 장애 환자들이 그러듯이 강렬한 욕망, 열등감, 통제에의 욕구 등 자기애적 경향을 보이는 냉혹한 암살자이자 감정적 교류가 어려운 사람이지만 Anna, Konstantin, Eve 등 부분적인 대상 관계나마 일부 가능하며, 나름대로의 약속이나 최소한의 규율을 지키기도 하는 등 흔히들 말하는 무법적인 극단적 사이코패스와는 약간 다르다. Kernberg의 연속선상에서 위치를 가늠하자면 아마도 악성 자기애 증후군 근처에 위치해 있을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발달 과정

Villanelle의 어머니의 사망 시점은 명확하지 않으나, 영유아시절부터 모성의 물리적 부재와 알코올 중독인 부성의심리적 부재로 인해 돌봄과 양육 제공이 부적절했거나 전무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8세 무렵부터 펜으로 다른 학생을 다치게 하는 등의 남다른 폭력성과 이로 인해 소년원에 수감되었던 과거력은 단순히 부모의 양육 형태의 추정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과도하고 무분별한 행동처럼 보인다. 이 경우에는 생물학적인 기질성을 전제로 하여 안정 애착의 실패가 촉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설명하면 이해될 수 있다. 성인기 사이코패스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진 소아의 callous-unemotional trait는 중등도 이상의 유전성을 가지며,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소아에서 이 특질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날 때에 다른 대조군에 비해 amygdala activity의 저활성을 보인다(Viding과 McCrory 2018). 이를 비롯하여 자율신경계의 저하된 반응성 등 그러한 기질적 소인이 Villanelle의 혈연 관계에서 공유되고 있거나, 혹은 본인의 그러한 타고난 특성에 의해 부모의 역기능적 양육 태도 가유발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Reiss 등 2000).

이러한 모든 환경은 그의 최초의 자기 형성에도 걸림돌이되었을 것이다. 타고난 잠재력에 반응하고 욕구를 충족시키고 진정시켜 줄 holding environment의 부재로 인해 존재의 연속성을 경험하지 못하고, 참자기의 통합과 holding soothing introject의 형성에 실패하였다(Winnicott 1965; Adler 1985). 결국 Villanelle은 자아 기능과 자기감을 적절히 키워나가지 못하고, 불완전한 자기와 대상의 상 그리고 병적인 자기애적 대상 관계를 형성함과 동시에 그의 강렬한 원초적 정동과 욕구는 진정되지(soothing) 못한 상태로 내면에 부유하게 되면서 성적/공격적 충동과 같은 원초적 욕구들이 자아에 통합되지 못하고, 즉각적인 만족을 위해 충동적 혹은 현실 원칙을 배제한 형태로 행동화된다.

병적인 자기애에 대하여 Kernberg(1970; 1974)는 초자아 통합 결여로 인해 발생한다고 하였다. Villanelle 또한 자아 이상(ego ideal)과 초자아의 통합을 이루지 못하였고, 아주 어린 시절의 발달 과정에서 부모상에 의해 내재화가 되었어야 할 통상적인 규범이나 금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 원칙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내밀한 충동을 그대로 행동화하면서 상대마저 자연스럽게 자신의 행위에 동참시킨 결과, 자신을 돌봐주던 Anna를 유혹하여 성관계를 가지게 된다. 이상적인 대상과의 연합이라는 무의식적인 환상 속에서 퇴행적으로 근친적 융합(incestuous symbiosis)을 시도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애초에 분리(separateness)에 대해 고려나시도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존(dependency)과는 다르다(Fromm 1964).

결국 초자아는 미분화된 상태로 자아의 경계를 넘나들며 심리 구조의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키면서 초자아-자아-이드 간의 고질적인 불안정성이 초래되었다. 강렬한 감정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Villanelle의 판단과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자아 기능의 퇴행이 일어나는 low level borderline structure이며, 이에 기초한 본능적인 자극 추구와 충동의 즉각적인 해소 욕구는 그의 전반적인 의식주 및 성생활을 통해 잘 나타난다. 극중 Villanelle은 특히 다른 인물들에 비하여 유난히 간식을 먹고 있거나 무언가를 맛보는 구강 경향성(oral tendency), 고가의 의류를 비롯한 여러 물건들을 다량 구매하는 소비 생활, 혹은 전형적이지 않은 성관계를 즐겼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종종 비춰진다.

대상 항상성과 애착 관계에 대한 욕구(need)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한 Villanelle의 내면에는 원초적이고 통합되지 않은 부분적인 대상 관계만이 내재화되었다. 자기애적인 대상 관계에서 자타의 경계는 불분명하며 대상과 자신의 분리는 허용될 수 없다(Rosenfeld 1964). 타인은 자신의 계획과 욕망을 위한 착취 대상에 불과하고, 어떤 식으로든 그 행위는 합리화된다. 무언가를 조종하거나 자기 방식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인해 행동화를 하게 된다.

그럼에도 Villanelle은 우수한 지적 능력, 타고난 기민성과 행동력으로 나름의 조절과 적응을 통해 자신의 반사회성을 필요로 하는 위치에서 사회의 유령처럼 살아가던 중 자신을 주시하는 Eve의 존재를 알게 된다. 자신이 누군가의 타깃이 되었다는 것, 집중을 받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과대감을 만끽하게 된 Villanelle은 마치 무언가 갈구하는 시선으로 Eve를 관음하듯 응시한다. 게다가 자신의 추적자는 알고 보니 Anna처럼 숯이 많은 검은 머리를 가졌으며, 똑똑하면서도 의외로 대담하여 자신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스스로와 같은 외부 대상이 사랑의 대상으로 선택되는 자기애적 대상 선택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Freud(1914)는 자기애적 대상 선택의 여러 유형에 그 자신이거나 과거에 자신이었던 것, 자신이 되고 싶은 것, 한때 자신의 일부였던 것에 대한 사랑이 있다고 하였다. Eve의 현실 적응적인 모습은 Villanelle과는 상당히 대조적인데, 직장 동료들과의 원만하고 친근한 관계 그리고 다정다감한 부부 생활 등 전반적으로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전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과대 자기를 점점 더 Eve에게 투사하는 Villanelle의 Eve에 대한 이상화 저변에 깔려 있을 강렬한 시기심(envy) 또한 의심해 볼 수 있다.

이후 끈질긴 추적 끝에 Villanelle이 살고 있는 파리의 아파트를 알아내어 찾아간 Eve는 화려한 옷가지와 화장품 그 리고 이색적인 장식품들을 보며, 무채색의 삶을 살고 있는 자신과는 다르게 내키는 대로 욕망에 따라 사는 듯한 그에 대해 어떤 분노와 파괴적 충동에 휩싸인다. Eve에게 있어서 Villanelle은 무의식 속의 억압된 또 다른 인격, 혹은 그림자와 같은 존재라고도 볼 수도 있다. Eve는 아파트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뒤 귀가한 Villanelle을 맞이하여 칼로 그의 복부를 찌른다. 그림자와의 첫 대면에서 기존의 균형이 상실되고 도덕적 판단과 그 어떠한 신념이나 확신은 모두 무효화되었다(Jung 1977). 이 사건을 계기로 둘의 관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데, Villanelle은 자신을 향한 Eve의 복잡하고 강렬한 애증을 깨닫고 기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Eve는 자신의 공격성에 스스로 경악하게 된다. 이 관계는 단순히 성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 너무나 다른 대상 및 대상 관계를 가진 두 사람이 만나 관심, 애정, 증오, 파괴, 가학과 피학 등 온갖 혼란스러운 투사의 장이 형성된다.

주목할 점은 둘의 관계가 진행되어 가면서 달라지는 Villanelle의 모습이다. Konstantin으로부터 Eve 때문에 물러진 것 같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며, 심지어 자신의 범행 현장에 Eve가 아닌 다른 요원이 출동하자 자신에 대한 Eve의 관심이사그라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좌절하고 마약을 한뒤 오열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잃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적어도 Eve와의 관계에서는 이전까지의 성격 병리가 부분적으로나마 옅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결국 종반부에서 Villanelle을 구하기 위해 그를 죽이려던 남자 조직원을 Eve가 도끼로 살해하는 충격적인 일이벌어진다. Villanelle은 Eve에게 “자랑스럽다, 이런 것을알려주고 싶었다”고 하지만 거부당한다. 자신의 사랑의 대상을 실망시키고 또다시 버림받게 된 Villanelle의 내부에서는 원초적인 자기애적 저항이 작동된다. Villanelle은 자신과 다른 상대의 감정과 내면, 무너져버린 자기애적 관계를 견디지 못하고 분노하며 Eve의 뒷모습을 향해 총을 쏜다. 남은 생을 하이드 씨로 사는 것 대신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한 지킬 박사처럼(Stevenson 1886) Villanelle은 의식과 무의식, 자아와 그림자, 외적 인격(persona)과 내적 인격(anima/animus)을 통합하지 못했다.

변화 가능성

Woody 등(1985)은 반사회성 인격 장애의 정신 치료 반응에서 관계 형성의 부재를 가장 부정적인 예측 인자로 꼽았다. 이론상으로 Kernberg(1998)의 스펙트럼에서 정신병질의 극단에 위치한 환자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인간 관계의 형성 능력이 전무한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코패스를 상 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임상에서 환자를 만나게 된다면 실제로 어느 한쪽 극단에 있기보다는 대부분이 연속선상의 다양한 자리에 위치할 것이다. Villanelle 또한 마찬가지다. 비록 그가 정신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Eve와의 관계를 통해 관찰되는 역동성을 통하여 그의 변화 가능성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애착 관계에 대한 소망

드라마 시즌 2에는 또 다른 사이코패스적 인물 Aaron Peel이 등장한다. 젊은 대기업 총수인 그는 암살자를 고용하여 무참하게 살인을 하고 그 촬영 영상을 보며 지루함을 달래는, Kernberg(1998)의 스펙트럼에서 Villanelle보다도 사이코패스의 극단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는 여동생 외에는 누구와도 유의미한 관계를 맺지 않으며, 타인과의 그 어떠한 신체적인 접촉마저 끔찍하게 여기는 결벽증과 만사를 자기 뜻대로 하려 한다. 그와 Villanelle은 소유욕, 가학성, 양심의 부재 등의 공통점이 있지만, 대상 추구의 방식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Eve: What do you want? Honestly. Don’t be a dick. Villanelle: Normal stuff. A nice life. Cool flat. Fun job. Someone to watch movies with.

- Killing Eve: Season 1, Episode 8(2018) Eve: You don’t feel anything?

Villanelle: I feel things when I’m with you. - Killing Eve: Season 2, Episode 7(2019)

비록 Eve에게 자기애적인 애정을 주는 Villanelle이지만, 그것은 결국은 대상과 어떻게든 관계를 맺고 그것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뻗어나온 것일 수 있다. Eve와 함께 알래스카로 떠나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둘이 함께 평범하게 살고 싶은 Villanelle의 소망에는 자아 이상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외적/내적 인격을 비롯한 전체 정신의 통합과 전체성에 대한 본능적인 지향성이 담겨 있다고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다만 아직까지는 사이코패스의 애착 추구에 관해 명확히 연구된 바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는 가정일 뿐이다.

스스로에 대한 부적절감과 심리적 고통

Villanelle은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대하여 우월감과 과시욕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이따금씩 평범함(normali-ty)을 갈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스스로가 ‘지루함’이라 표현하는 내면의 공허는 밑 빠진 독과 같아서 끝없이 새로운 자극을 받아도 그 갈증이 해소되지 않으며, 옆에서 이를 함 께 견디고 달래줄 사람도 없다. Meloy와 Gacano(1998)에 의하면 사이코패스가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은 6살 미만의 아이들이 경험하는 수준이며, 이러한 미숙함의 이유는 대상을 전체로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Reid(1986)Cleckley(1941)의 ⼀The mask of sanity⼁에 기술된 사이코패스의 병리가 타인에게 실망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그들 스스로에게도 고통과 슬픔을 안겨준다고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Gullhaugen과 Nøttestad(2011)는 PCL 척도상 중증 사이코패스로 선별된 11례를 검토하여 그들의 대상 관계를 비롯한 정신 역동적인 요소들과 심리적 고통(suf-fering)을 관찰하였는데, 그 결과 8례에서 심리적 취약성과 고통의 증거가 나타났고, 결론적으로 정신병질(psychopa-thy)과 심리적 고통이 서로 배타적이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사이코패스적 특징으로 인한 인간적 관계 형성의 어려움은 대상 관계의 부재가 아닌 인생 초기 관계의 황폐성이 되풀이되는 것에 기인한다. 공감 능력의 결핍은 공생 관계(symbi-otic relationships)에 대한 갈망으로 설명할 수 있다(Gullhaugen과 Nøttestad 2011). Kernberg(1975)의 이론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그들 삶의 대부분이 파괴적 자기에 의해 좌우되지만, 상대적으로 열세함에도 불구하고 간헐적으로 고개를 드는 현실적 자기에 의해 심리적 고통과 자아 이질성이 자각될 가능성도 있다.

결 론

사이코패스적 인물인 Villanelle은 자기 주도성, 거침없는 액션, 적극적인 욕망의 추구 등을 통해 관습적인 여성상의 탈피를 보여주면서 드라마의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만큼 분명 촘촘하게 설정되었음에도 허구의 인물이기 때문에 실제적인 정신분석적 접근에는 다소 한계가 있지만, 어느 정도 대중적 이목을 위해 매력적으로 창조된 이 인물을 분석적 관점에서 살펴봄으로써 현대 사회의 심리와 정신 병리를 유추해 볼 수 있었다. 특히 그에게서 관찰되는 자기중심적 사고, 공감 능력의 부족(Hong과 Ha 2018), 내면의 공허감, 말초적 자극의 추구 등은 현대인에게서도 쉽게 관찰된다. 나아가 염려스러운 점은 도덕적 해이, 내면의 규범과 초자아 역할의 부재 등의 면모가 최근의 집단적 디지털 성 착취 사건 등을 비롯한 대규모 범죄에서도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에 대한 정신분석적 이해는 시의성이 있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나 사이코패스에 대해서는 전통적으로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우세했으며 현재까지도 그러한 경향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얄궂게도 인격 장애 중에서도 가장 최초로 분류되었던 것이 바로 이 사이 코패스의 개념이다(Millon 등 2004). 그만큼 이 성격 특질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날 것, 혹은 원형적인 이드에 가장 근접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있어서 미지의 과제로 남아 있다.

분명 사이코패스적 특징은 상대로 하여금 절망하고, 비난하고, 심지어 위협까지 느끼게 한다. 하지만 만약 정말 사이코패스가 정서적으로 단절이 되어버린 상태라면 어째서 끊임없이 타인과 외부 세계를 향해 공격하고 도발하는 것일지 Meloy(2002)는 되물었다. 사이코패스적 특징의 대부분은 아주 어린 시절의 학대와 유기, 외로움의 경험에 기인하는 stranger selfobject와의 동일시가 그 뿌리라고 볼 수 있다(Grotstein 1982). 하지만 파괴적이고 극심한 학대와 유기는 ‘포식자와 동일시’로는 충분히 벗어날 수 없다. 궁극적으로 그런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그 자신이 ‘포식자가 되는 것’ 이다. 결국 그 자신이 파괴적인 포식자, 즉 악이 된다(Midgley 1978; Millon 등 1998). 이러한 동일시는 반사회적 행동뿐만 아니라 비사회적(asocial) 면모로서 일상적인 대인 관계에서 드러날 수 있다(Meloy 1988). 극단적인 사이코패스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연속선상의 다양한 성격 병리의 일부분으로 그러한 면모를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들 또한 개인의 심리적 관계에 대한 취약성과 고통을 다양한 수준으로 각자 경험하는 바, 치료자들은 스스로의 절망, 비난, 위협의 역전이와 현대 사회의 정신 병리에 대해 재고해 볼 기회가 필요하다.

Acknowledgments

None

Conflicts of Interest
The authors have no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to disclose.
Author Contributions

Conceptualization: Hyesoon Kim. Data curation: Hyesoon Kim. Methodology: Hyesoon Kim, Young Min Choi. Supervision: Young Min Choi. Writing—original draft: Hyesoon Kim. Writing—review & editing: Hyesoon Kim, Young Min Choi.

Footnote

a드라마 진행 시점상의 시대적 배경은 실제 현실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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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20, 3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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