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는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가능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디지털에 의존하는 시대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더 빠르게 나르고 저장하고 취급할 수 있게 되었다. 마트에 가는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장을 보고, 집에 도착하기까지 기다릴 필요없이 출퇴근 길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집안 가전제품을 제어해 미리 집안일을 시작할 수 있다. 친구의 생일선물을 고르기 위해 백화점에 들르고 만남을 약속하는 대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선물을 고르고 버튼을 누르면 선물이 배송된다. 전철과 버스 안 탑승객, 또는 길을 걸어가는 군중들 모두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스마트폰에 빠져 있기 바쁘다.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은 디지털 환경을 태어날 때부터 접한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Prensky 2001). 디지털 원주민 세대에게는 스마트폰을 대표로 하는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세상과 교류하는 것이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사이버 공간(cyberspace)과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주는 익명성과 물리적 거리감이 낯설기보다는 편안하게 여긴다. 뒤늦게 디지털 환경을 접한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에게는 가혹하지만 아날로그를 향한 그리움은 잠시 접어두고 디지털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따라잡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는 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우위 선점은커녕 한 끼 식사 주문조차 하지 못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은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유행으로 더욱 가속화됐다. 2022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에서 범유행 감염병으로 지정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는 2019년 시작되어 여러 도시에서 수많은 감염자를 발생시키며 도시 봉쇄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개인의 외출과 이동을 최소화하도록 했고, 회사는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로 전환하고, 학교는 문을 닫고 화상교육으로 대체했다. 감염병에 노출되어 격리라도 되면 그야말로 모든 일상생활은 비대면으로만 돌아가야 했다. 비단 업무만이 아니라 만나지 못하는 가족과 연인, 친구들 사이를 연결해 주는 도구로서, 화상회의 플랫폼 사용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보편화되었고 더욱 정교하게 개발됐다.
그렇다면 정신분석적 치료에는 디지털 전환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을까? 물리적 만남이 제한된 시기 동안 일부는 자의적으로 또 일부는 비자의적으로 비대면 분석/치료의 경험이 쌓이게 되었다. 비대면 분석/치료는 각각 치료자와 내담자 측에 어떤 경험이 됐는지, 장단점은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임상 측면과 수련 측면에서 치료자들은 어떤 태도로 디지털 전환에 임해야 할지,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상담에 대한 연구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전통적인 대면(face-to-face) 치료에 대조되는 의미로, 비대면, 원격(remote or tele-), 인터넷(internet), 온라인(online) 치료 등 다양한 용어로 기술된 바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보다 포괄적으로 포함할 수 있는 ‘비대면’으로 일괄 기술하겠다. 1999년에 이미 대면과 컴퓨터를 사용해 상담한 치료 효과를 비교한 연구가 시도된 바 있다(Cohen과 Kerr 1999). 24명의 내담자는 대면 또는 컴퓨터를 통해 상담자와 진행하도록 배정되었고, 상담자들은 어느 쪽에 배정이 되더라도 동일하게 치료 요소(identifying, exploring, working through)를 적용하도록 했다. 한 세션을 마친 후, 두 군은 비슷한 수준으로 불안이 감소했고, 세션 만족도, 상담자의 전문성, 흡인력, 신뢰감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2002년에 보고된 연구는 80명의 내담자를 대상으로 세 가지 방식으로 시행된 정신치료(대면, 화상회의와 유사한 비디오 형식, 전화와 유사한 오디오 형식)를 비교했다(Day와 Schneider 2002). 다섯 세션의 치료 이후 치료 동맹, 세션의 결과, 만족도 등을 평가했는데, 비대면 방식에서 대면방식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유일한 차이점은 치료 과정에서 나타났는데 비대면 방식에서 내담자들의 참여도가 더 높다는 것이었다.
한편 비대면 방식에 대해 지지와 우려의 목소리가 모두 있었다(Pozzi Monzo와 Micotti 2020). 특히 2010년과 2012년 사이에는 주로 전화를 이용한 비대면 치료에 대해 음성과 언어에만 의지한 채 비언어적 신호없이 깊은 작업이 가능할지에 대해 토론이 있었다(Hanly와 Scharff 2010). 특히 시각적 자극이 없어 거울신경세포가 작동하지 않는 점에 대한 지적과 분석의 근간인 정서 조율(affective attunement), 저항에 대한 작업, 전이와 역전이의 사용 등이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Scharff (2012)는 시각적 자극이없는 만큼 다른 감각(음성)이 더욱 활성화되어 소통 채널을 대신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고화질의 화상회의나 영상통화가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다. 시각이 더해진 화상 방식에서는 장점이 더욱 클 것이다. 거울신경세포 덕분에 감각 간의 교차 통신이 가능해 비대면 치료 중에도 다른 감각들을 활성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Pozzi Monzo와 Micotti 2020).
한편 Cattaneo (2017)는 과거의 논쟁들이 주로 ‘물리적 부재’와 ‘세팅의 변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Cattaneo는 내담자가 비대면 방식에서 더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를테면 내담자는 안정적인 공간을 마련하고 디지털 도구가 잘 작동하는지 그리고 공간과 인터넷이 잘 보호되고 있는지에 대해 직접 책임진다. 물론 정신분석적 치료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치료자에게 있으며 치료자-내담자 간의 비대칭 관계는 변하지 않지만 말이다.
Békés 등(2020)의 연구에 따르면, 비대면 방식이 불가피했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기간을 거친 이후 오히려 치료자들의 비대면 방식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되었다. 저자들은 190명의 미국과 유럽 소재 분석가를 대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범유행 발생 전과 후에 각각 설문조사를 시행해 비대면 방식에 대한 분석가의 인식 변화를 연구했다. 응답자 중 81%가 응답 전 전화 치료 경험이 있었고 56%가 온라인 치료 경험이 있었다. 감염병 범유행 발생 이전에 시행한 조사에서는, 비대면 방식이 대면 방식에 비해 확실히 덜 효과적일 것이라고 35%의 분석가가 응답했고, 어느 정도 덜 효과적일 것으로 51%가 응답했고, 14%는 동등한 수준의 효과로 답했다. 감염병 범유행 발생 이후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보였는데, 이제는 11%만이 확실히 덜 효과적이라고 답했고, 63%인 대다수가 어느 정도 덜 효과적이라고 답했고, 25%가 동등한 치료 효과 수준으로 답했다. 또 66%-70%의 대부분 분석가가 비대면 방식에서도 대면 방식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자신의 분석 역량을 펼칠 수 있고 자신감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비대면 방식에서도 대면 방식만큼 진실하고(64%), 내담자와 정서적으로 연결되고(41%), 치료자-환자 관계가 여전히 견고하다고 답했다(64%).
67% 분석가들은 비대면 방식에서 평상시 대면 방식보다 자신을 더 드러낸다고 답했고, 40.5%는 경계가 느슨해질 것(loosening of boundaries)을 우려했다. 25.8%는 물리적으로 환자 앞에 존재하지 못하는 것을 보상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고 답했다. 한편 내담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53%가 긍정적, 29%가 중립적, 26%가 부정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주목할 점은 치료효과와 치료역량 그리고 치료자-환자 관계에 대해 대부분 분석가(절반 이상)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비대면 방식이 훨씬 피로하다고 말했다(75%).
흥미롭게도 이런 비대면 방식에 대한 인식은 연령과 치료 경험 연수와는 관련성이 없었다. 연령은 비대면 방식의 기술적 어려움과도 상관관계가 없었다. 또 의외로 젊은 치료자들이비대면 방식에 대해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어려움을 보고했다: 1) 환자에게 공감, 2) 공감을 표현, 3) 환자와 연결된 기분을 느낌, 4) 적절한 치료 환경 확보, 5) 세션에 집중. 저자들은 이에 대해 가능한 이유로 젊은 치료자들의 가정 상황을 꼽았는데, 젊은 치료자들은 가정 환경에서 비대면 치료를 제공하는 동시에 가족에 대한 책임을 균형있게 지켜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봤다. 예를 들어, 어린 자녀를 가진 치료자들은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을 집안에서 찾기 어렵고, 환자에게 집중하고 공감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인 능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한편, 과거 비대면 방식의 치료나 훈련 경험이 있는 경우가 비대면 방식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연관이 있었다.
한 편 면담을 찾는 내담자의 입장에서 시행한 연구들도 있었다. Rochlen 등이 2004년 시행한 설문 분석에서 응답자들은 대부분 온라인 상담보다 대면상담을 선호했다(Rochlen 등 2004a). 다만 응답자 중에 실제로 온라인 상담을 받아본 경험은 아무도 없었다. 미국 소재 아시안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로, 온라인 방식보다는 대면 방식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Chang과 Chang 2004). 저자들은 대면 방식이 더 익숙한 형식인 점, 그리고 온라인 방식에 대해 제기되는 윤리적 그리고 보안과 관련된 문제점 등을 가능한 원인으로 꼽았다.
내담자에 대한 연구들은 아직 부족한 실정으로 더 많은 추가적인 연구들이 필요하다. 예를들면 비대면 방식 정신분석/정신치료로 가장 혜택을 볼 수 있는 집단들을 조사하면 다른 결과를 보일 수도 있다(비대면 방식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인식). 이를테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동의 제한, 시간과 거리의 제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떨어진 곳의 주민, 외국 이주와 언어적 장벽으로 현지 치료자를 만나기 어려운 자, 낙인이나 창피함으로 치료자를 대면으로 만나기 꺼려지는 자등이 있을 것이다.
2004년에 출판된 종설 논문에서 온라인 치료의 장단점과 적응증에 대해 포괄적으로 기술한 바 있다(Rochlen 등 2004b). 이중 이메일 치료를 중심으로 기술한 내용 일부는 실시간 이루어지는 원격 정신치료에 더 이상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논문에서 기술한 대부분 비대면 정신치료의 장단점은 화상 연결을 이용한 원격 정신치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장점으로는 첫째, 편리성과 접근성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신체적 장애 등으로 이동이 불편한 자, 외딴 지역에 살아 치료자를 만나기 어려운 자, 또는 낙인이나 창피함 등으로 치료자를 찾아오기 어려운 자 등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making the best of a bad job). 둘째, 탈억제(disinhibition)도 종종 거론되는 장점이다. 탈억제는 인터넷 행위에서 빈번하게 관찰되는데, 사회적 마스크 없이 행동을 하기 때문에 더 거침없고 주제에 직결해서 말을 하게 될 수 있다. 셋째, 디지털 원주민인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 익숙한 방식이라는 장점이 있다. 익숙한 도구를 적용해 접근하기에, 치료를 보다 친근하게 경험하고 자신감 있게 임할 수도 있다. 넷째, 치료자 친밀감 형성에 어려움이 있는 내담자에게는 사이버 공간과 보호적 거리 덕분에 오히려 치료자와의 유대 형성을 긍정적으로 도울 수 있다. 그 외에도 내담자의 불가피한 이주나 장기 여행 중 치료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단점으로는 첫째, 내담자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둘째, 자살 위험을 포함한 즉각적인 중재가 필요한 상황에 물리적으로 대처가 불가능한 점이다. 셋째는 치료자가 그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나타나는 영향력을 뜻하는 ‘Pauli effect’가 없다는 것이다. 넷째, 접촉을 쉽게 끊을 수 있는 내담자에 대한 분석가의 권한 감소가 제시된 바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디지털을 이용한 정신분석/정신치료를 적용하지 말아야 할 금기를 잘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이를테면 자살위험, 경계성 수준의 인격, 불안정한 대인관계 등).
여러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정신분석/정신치료도 치료적 결과를 충분히 낼 수 있다고 의견이 모아지는 것으로 보여진다. 전통적인 대면 방식의 치료가어려운 시기 또는 어려운 대상자에게는 비대면 방식이 유효한 대안이 될 것이다. Marzi (2023)는 비대면 방식은 단지 대면 방식을 시행하기 어려울 때만 활용하는 응급 대체용품이아니라, 전통적인 대면 정신분석과 함께 운용할 수 있는유용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또 Lemma와 Caparrota (2014)는 ‘분석적 듣기(analytic listening)’가 분석 작업을 가이드하는 가장 값진 도구’라는 원칙(central principle)을 다시금 강조하며, 내담자와 분석가의 “관계”가 여전히 분석작업의 중심을 차지하며 세팅의 변화가 그들의 의식적 무의식적 측면에서 면밀히 관찰되고 있다면, 새로운 의사소통 기술은 분석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Antonino Ferro가 한 인터뷰에서 지적한 것처럼, 진화하는 분석은 변화하는 세계에 참여하며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분석이다. 진화하는 기계에 비유한다면, 자연스레 어떤 기능들은 쓸모없어져 사라지고 어떤 기능들은 진화하여 옛것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Pozzi Monzo와 Micotti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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