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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coming Trauma and Growth: Based on Film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Psychoanal 2019;30:70-77
Published online July 31, 2019;  https://doi.org/10.18529/psychoanal.2019.30.3.70
© 2019 Korean Association of Psychoanalysis.

Byoung-Uk Kim1 and Seog Ju Kim1,2

1Department of Psychiatry, Samsung Medical Center, Seoul, Korea
2Department of Psychiatry, School of Medicine, Sungkyunkwan University, Seoul, Korea
Seog Ju Kim, MD, PhD Department of Psychiatry, School of Medicine, Sungkyunkwan University, 81 Irwon-ro, Gangnam-gu, Seoul 06351, Korea Tel: +82-2-3410-3583, Fax: +82-2-3410-0050, E-mail: psychical@hanmail.net
Received March 24, 2019; Revised April 24, 2019; Accepted May 17, 2019.
cc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Abstract

Adolescence requires many developmental stages including the ability to integrate changes in relationship to oneself and to others. Friendship plays an important role in adolescence.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is a film about the growth of a boy who overcomes a traumatic past of sexual abuse and loss through relationships with his friends. The authors analyze people in the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and explores the influence of early childhood trauma on developmental stages and the role of inter- personal relationships during adolescence. Early childhood sexual abuse and loss can cause psychological trauma and have a negative impact on subsequent living. Adolescents are confronted with the task that requires a major reworking of all aspects of earlier development, in the process of exposing and amplifying pre-existing psychopathology. Especially it’s a more painful experi- ence for those who have past psychological trauma. But it may be an inevitable process to overcome trauma and grow. In conclu- sion, we can see that interpersonal relationships play a significant role in supporting each other’s growth and development during adolescence.

Keywords : Trauma · Growth · Adolescent · Friends · Development.
서 론

흔히 청소년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정신분석적으로도 청소년기는 많은 정신역동적 변수들과 발달 과제들을 마주해야 하는 시기이다. 신체적·성적으로 성숙한 몸을 받아들이기, 부모로부터의 신체적·심리적인 분리, 능동적 성 생활 정립, 직업에 대한 준비 등의 과제가 있다(Blos 1962). 이러한 발달 단계상 특별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인간 상호 간 필요성 덕분에 청소년기에는 또래관계가 중요해지며 우정이 대인관계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Colarusso 1992). 반대로 부모와의 관계는 잠복기 때와 달리 불편해지고, 심리적으로 독립하며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이차 분리-개별화 과정’이 이루어진다(Blos 1967). 이처럼 청소년기란 자기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통합하는 능력을 발전시키는 시기라고 정의할 수 있다(Erikson 1956).

최근 많은 청소년들이 우울감과 동반된 자해 및 자살 사고를 주소로 내원하는데, 그중 상당수가 성적·신체적 학대나 학교 폭력, 따돌림 등의 문제로 인한 심리적 외상의 경험이 있다(Klonsky와 Moyer 2008; Brunstein Klomek 등 2016). 자아 기능이 아직 미숙한 아동 및 청소년기에 겪은 심리적 외상은 부정적인 영향력이 더 크며, 청소년기 이후에도 일생에 걸쳐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친다(Gaensbauer와 Jordan 2009). 특히 성적 학대는 발달 단계 퇴행, 학습 능력 발달 저하, 정상 성적 발달 방해, 친밀감 형성 장애, 대인관계 신뢰 및 안정감 감소, 사회적 위축 등 다방면에 걸쳐 정상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Colarusso 2010).

상실도 정신분석학의 중요한 개념으로 상실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적절한 애도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면 상실은 심리적 외상을 유발하여 이후의 삶에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HChoi와 Ha 2018). 아동 및 청소년기의 상실은 더 큰 심리적 외상이 될 수 있으며 다양한 정도로 정상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

저자들은 위와 같은 심리적 외상과 상실이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기반하여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초기 아동기 외상과 청소년기 대인관계의 정신역동에 대해 논하려 한다. 이를 위해 영화 ‘월플라워(Wallflower)’를 텍스트로 하여 심리적 외상과 상실을 겪은 한 청소년이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사례를 다룰 것이다. 영화는 실제 분석 사례는 아니지만 인간의 행동과 동기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활발한 응용 정신분석적 연구의 소재가 되어 왔다(Gabbard 1997). 본 논문에서는 영화에 드러난 발달 단계나 심리적 외상의 정신분석적 의미를 분석하고 등장인물들을 정신분석적으로 조명하는 방법을 통해(Ha 2003), 청소년기 발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본 론

영화 월플라워(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는 Stephen Chbosky가 1999년 출간한 동명의 원작 소설이 바탕이다. 원작 소설은 출간 이후 10년 이상 미국 청소년과 대학생 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로 손꼽혔다. 미국 공영 설문조사에서 ‘역대 최고의 성장소설 100권’ 중 16위에 올랐으며 고전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의 계보를 잇는 성장 소설로 평가받기도 했다. 영화는 소설 원작자 Stephen Chbosky가 직접 각색 및 연출을 맡아 Logan Lerman(찰리 역), Emma Watson(샘 역), Ezra Miller(패트릭 역)를 주연으로 2012년에 개봉했다. 영화 역시 미국과 전 세계에서 흥행했으며 2013년 국내에도 개봉했다. 제목인 ‘월플라워’는 ‘파티 등에서 아무도 말을 걸거나 춤을 신청하지 않아 벽 앞에 서 있기만 하는 인기 없는 사람’을 뜻한다.

영화의 줄거리

영화는 주인공 찰리가 고등학교 1학년 첫 학기에 들어가기 전 익명의 친구에게 편지를 쓰면서 시작한다. 편지에는 찰리가 한 해를 힘들게 보냈고 입원치료를 받았음이 드러나 있다. 찰리는 내향적인 고등학교 신입생으로, 마음에 맞는 친구를 사귀고 평화로운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쉽게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해 혼자 점심을 먹고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며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 영어 선생님 빌로부터 ‘너는 참여하는 법을 배워야 되겠구나.’라며 조언과 위로를 받기도 한다. 어느 날 찰리는 낙제 받았던 공작 수업을 다시 듣는 상급생 패트릭에게 좋은 인상을 받는다. 풋볼 경기장에서 패트릭을 만난 찰리는 용기를 내어 다가가 먼저 말을 건넨다. 이후 패트릭의 이복 남매인 샘과도 만나고 경기 후 댄스 파티에서도 마주치게 된다. 평소처럼 벽에 붙어 사람들을 지켜만 보고 있던 찰리는 즐겁게 춤추는 샘과 패트릭을 발견하고 용기를 내어 중심 플로어로 나아간다. 그를 발견한 패트릭과 샘이 손을 잡고 같이 춤을 추면서 찰리는 처음으로 댄스 파티에 ‘참여’하는 경험을 한다.

이후 패트릭의 초대로 찰리는 처음으로 친구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간다. 그곳에서 샘과 패트릭의 친구인 밥, 메리, 앨 리스, 크레이그 등을 만난다. 호스트였던 밥이 장난으로 권한 대마 브라우니에 취한 찰리는 그날 밤 처음으로 여러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주목받는 순간을 경험한다. 취한 찰리는 이성으로 호감을 느끼는 샘에게 녹색 눈동자가 아름답다는 이야기와, 친한 친구 마이클이 작년에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샘은 찰리가 오랫동안 홀로 외로웠을 거라며 패트릭에게 이야기를 전한다. 패트릭은 아웃사이더로 지내던 찰리에게 ‘넌 그저 지켜보고, 너만의 방식으로 이해하지. 넌 월플라 워(wallflower)야.’라고 하며 모두에게 찰리를 위한 건배를 제의한다. 샘 또한 ‘부적응자들(misfit toys)의 섬에 온 걸 환영해.’라고 인사하며 찰리를 그들의 친구로 받아들인다.

찰리는 샘과 패트릭 그룹과 어울리며 점차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그러면서 샘을 좋아하는 마음은 점점 커졌다. 그런데 샘은 못난 남자친구를 되풀이해서 사귀었고, 지금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대학생 크레이그와 사귀고 있었다. 찰리는 어린 시절 자신을 많이 사랑해주었지만 나쁜 남자들과의 잘못된 관계로 힘들어하던 헬렌 이모의 모습을 샘에게서 발견한다. 찰리는 선생님 빌에게 왜 사람들은 자신보다 못난 사람을 사랑하는지 묻는다. 그는 ‘우리는 자신이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만큼만 사랑받을 수 있단다.’라고 답한다. 찰리는 성적이 우수한 우등생으로 샘의 대학 진학을 위해 그녀의 공부를 도와준다. 샘은 찰리의 도움으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고 패트릭도 공작 수업 시간에 낙제를 면하며, 졸업을 향해 가는 과정 속에서 셋은 함께 기뻐한다.

찰리의 생일인 크리스마스 이브 전, 친구들은 크리스마스 를 함께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그들만의 파티를 한다. 몰래 서로에게 선물을 주는 행사인 ‘시크릿 산타’에서 찰리는 샘과 패트릭, 메리, 앨리스, 밥 모두에게 그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선물을 준비하여 감동을 준다. 찰리 역시 자신의 ‘시크릿 산타’였던 패트릭으로부터 작가들이 입을 만한 영국식 수트를, 샘의 방으로 초대되어 그녀로부터 타자기를 선물받는다. 그리고 샘은 11세에 아버지의 상사와 첫 키스를 했다는 과거와, 자신을 나쁘게 대하는 사람들과 성관계를 갖곤 한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찰리는 헬렌 이모의 이야기를 꺼내며, 지금까지는 이모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고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이어 샘은 네가 처음으로 키스하는 사람이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찰리에게 키스를 한다.

친구들은 ‘록키 호러 픽쳐 쇼(Rocky Horror Picture Show)’ 공연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한 번은 갑자기 쇼에 오지 않은 크레이그의 역할을 찰리가 훌륭하게 대체하게 된다.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경험을 통해 찰리는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자존감도 높아지게 된다. 이후 같이 공연한 메리에게 고백을 받은 찰리는 처음으로 연애를 하게 된다. 그러나 메 리의 명령하고 구속하는 태도에 힘들어하던 찰리는 친구들 과 ‘진실과 도전’ 게임을 하던 중에, ‘이 방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에게 키스를 하라.’는 도전에 샘에게 키스를 한다. 이에 메리뿐 아니라 샘과의 관계도 깨어지고 당분간 떨어져 있는 게 좋겠다는 패트릭의 조언에 따라 찰리는 다시 홀로 지내게 된다.

메리와 샘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끼며 외롭게 지내던 찰리는 밥을 통해 패트릭의 소식을 접한다. 게이였던 패트릭은 풋볼 팀의 인기 스타 쿼터백 브래드와 몰래 사귀고 있었는데, 브래드의 아버지가 이를 알게 되면서 둘의 관계가 끝났다는 것이다. 어느 날 식당에서 브래드의 친구들이 패트릭에게 시비를 걸고 브래드 또한 그를 부정하며 게이라고 욕을 하는 일이 생긴다. 화가 난 패트릭이 주먹을 날리고 결국 상대방들에게 심하게 폭행을 당하게 된다. 샘이 말리기 위해 뛰어들지만 밀쳐 나가떨어진다. 그때 찰리가 뛰어들어 무리를 때려눕히고 패트릭을 구해내는데, 찰리는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후 샘이 나타나 패트릭을 구해줘서 고맙 다는 인사를 하며 찰리는 다시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다.

드러나는 과거의 외상

영화의 후반부 대학 입학을 위해 샘이 떠나기 전날 밤, 찰리는 샘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키스를 하고 성관계를 가지기 직전 찰리는 알 수 없는 불편한 느낌을 자각하고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한다. 그날 밤 꿈속에서 찰리는 어릴 적 헬렌 이모의 손길이 샘이 자신에게 했던 것과 같았다는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다음 날 샘이 떠나고 찰리는 혼란스러운 감정들 속에서 힘들어한다.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반복적으로 자신 때문에 이모가 죽은 것 같다고 묻는다. 헬렌 이모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린 찰리에게 ‘생일 선물을 가지고 올게.’라고 속삭이고, 음반을 챙겨 운전해 오던 길에 교차로에서 트럭과 충돌하여 사망했다. 무의식 깊은 곳에 억압되어 있던 유년기의 기억, 정리되지 못한 감정과 생각들이 촉발되고 질주하며 찰리는 공황 상태에 빠진다. 이후 누나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과 가족들에 의해 어릴 적 이모의 사망 후 치료받았던 병원으로 재입원하게 된다.

영화의 엔딩

입원 후 찰리는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을 통해 억압된 기억과 마주한다. 찰리의 부모님도 의사로부터 성적 학대 사실을 전해 듣고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가족과 친구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돌봄 속에서, 시간이 흐른 뒤 찰리는 안정된 모습으로 퇴원한다. 이후 집으로 찾아온 샘과 패트릭을 반갑게 맞이하고 세 친구는 함께 차를 타고 나간다. 영화의 초반부 샘이 트럭 뒤에서 양팔을 벌리고 목을 뒤로 젖힌 채 음악을 크게 틀고 터널을 지나며 자유로움을 느끼는 장면이 있다. 마지막에는 샘과 키스를 나눈 찰리가 트럭 뒤로 가서 더욱 커진 음악을 듣고, 터널을 빠져나오며 넓게 펼쳐지는 도심의 야경 속에서 양팔을 벌리며 자유를 느낀다. 찰리의 ‘We are infinite.’라는 대사와 함께 David bowie의 ‘Heroes’ 음악이 이어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초기 외상이 아동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

트라우마 사건 발생 당시 찰리는 오이디푸스기(3~6세) 연령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모의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성적 학대를 통한 과도한 자극은 오이디푸스기 남자아이의 유아기 성성 (infantile sexuality)을 자극하고 혼란스러운 강력한 성적 느낌과 생각, 공상, 거세불안 등을 유발했을 것이다. 때문에 핵심 성 정체성이 발달하고 성적 호기심이 커지는 이 시기에는 아이를 유혹도 처벌도 하지 않는 중립적인 태도가 중요한데 (Colarusso 1992), 헬렌 이모의 부적절한 행동은 찰리의 심리적 균형을 깨뜨리고 정신사회적 발달의 위기를 초래했다.

학대자가 친근한 가족이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헬렌 이모는 찰리에게는 긍정적 대상이었다. 다른 가족들이 크리스마스 이브가 생일인 찰리에게 선물을 하나만 줄 때, 이모는 생일 선물과 크리스마스 선물을 따로 두 개의 선물을 주었다. 이모는 부분적으로는 찰리에게 공감과 격려를 제공하고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자기대상(selfobject)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Kohut 1984). 그러나 헬렌 이모의 여러 남자들과의 반복되었던 과거사, 어린 찰리 앞에서 울고 있던 모습, 손목에 있던 자해의 흔적이 영화에 드러난 것을 고려할 때, 안정적으로 자기대상 기능을 제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클라인(Klein 1946)은 유아가 사랑과 증오의 충동을 통해 내적 대상(internal object)을 형성하면서 처음 세상을 경험하는 방법을 편집-분열적(paranoid-schizoid) position으로 설명했다. 아이에게는 생후 초기에 좋은 대상(good object) 과 나쁜 대상(bad object)의 두 가지 부분-대상(part-object) 이 존재한다. 나쁜 대상을 파괴하려는 충동에 의해 좋은 대상이 손상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강한 피해 불안(persecutory anxiety)을 야기한다. 이런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아는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을 최대한 멀리 격리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분리(splitting)의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시간이 지나며 아이는 둘로 갈라놓았던 부분-대상을 하나의 전체-대상(whole-object)으로 통합하려 한다. 그러면서 우울적 (depressive) position이 시작되고, 한 대상 안에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이 같이 묶이면서 양가감정(ambivalence)을 경험 하게 된다. 그 결과 예전의 편집-분열적 position의 부분적이지만 확실하고 안전하던 평형 상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나쁜 대상에 대한 공격성이 결국 좋은 대상을 파괴할 수 있다는 공포와 이로 인한 불안감을 클라인은 ‘우울 불안(depressive anxiety)’이라 명명하였다(Ha 2005).

어린 찰리는 헬렌 이모에게 사랑과 증오의 양가감정을 가지며 우울 불안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런 이모가 자기 생일 선물을 가지러 다녀오는 길에 사망한 일은 찰리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이모를 사랑하지만 죽었으면 좋겠다는 무의식적 소망이 실재적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상화된 대상의 파괴와 그에 따른 커다란 죄책감은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에 너무 거대한 문제다. 외상을 겪은 소년의 자아는 생존을 위해 억압, 분리, 격리, 해리 등의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총동원한다. 이에 찰리의 자아는 분열되고, 외상 경험 및 전후의 기억과 이모에 대한 부정적 감정은 무의식 속으로 억압되거나 다른 인격으로 해리되었으며, 이모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과 감정만을 의식 수준에 남겨놓게 되었다. 이는 헬렌 이모에 대한 정상적인 애도 과정을 방해하였고, 이후로 찰리는 자신의 생일이자 이모가 사망한 날인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을 때마다 과호흡과 공황발작 또는 해리 증상을 겪는다.

콜라루소(Colarusso 2010)는 그의 저서에서, 아동기 성적 학대가 어떻게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지 각 발달 단계 별 사례 연구를 통해 기술하였다. 주인공 찰리와 같이 청소년기에 있으면서 오이디푸스기 혹은 잠복기 무렵 성적 학대를 경험한 세 소년의 사례도 제시되었는데, 아동기 외상은 다방면에 걸쳐 이들의 발달에 심각한 해를 가했다. 외상기 억이 감정적 고통, 불안, 공포를 일으킬 때마다 그들의 심리적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억압, 분리, 격리, 해리와 같은 강력한 방어기제가 사용되었다. 세 소년 모두 찰리와 같이 과거 외상과 관련한 해리적 경향이 있었다. 실제 여러 연구에서 기억상실을 포함한 해리 증상은 초기 아동기 성적 학대의 경험과 유의한 관련이 있음이 나타났다. 외상을 경험한 연령이 어릴수록 해리 증상이 심했으며(Chu 등 1999), 이러한 자아의 취약성은 자해, 자살 행동, 성적 공격성 등 위험 행동을 포함한 이후의 정신 건강 장애와도 관련을 보였다(LKisiel과 Lyons 2001).

세 소년 모두 사건 이후 수 년간 악몽에 시달리고 홀로 있는 것을 두려워하며 부모나 형제와 같이 자려고 하였다. 또래 아이들 및 선생님과 같은 부모 외의 어른들과 어울리는 정상적인 잠복기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고 신체적·정서적으로 퇴행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취약해진 자아와 미성숙한 방어기제의 사용은 잠복기의 중요한 발달 과제인 호기심과 학습능력을 저해했다. 이전에 비해 학업 능력이 떨어졌고, 이후에도 학업 단계를 따라가는 것이 계속 어려웠다. 지속적인 대인관계 어려움이 있었으며, 부모가 보기에 우울하고 위축되어 보였다. 성장하면서 자신이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것을 더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을 때 수치심을 느끼고, 밝혀지기 전까지는 학대를 당한 사실에 대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러한 신체적·정서적으로 퇴행하는 경향은 청소년기까지 지속되었다. 청소년기에도 과식 및 그에 따른 과체중 과비만으로 자신감을 잃고, 쉽게 화를 내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의 충동적·공격적 행동으로 또래들과의 사이는 더 멀어지게 되었다.

대인관계를 통한 회복

이처럼 심리적 외상은 청소년기의 정상 발달을 방해하고 대인관계와 우정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찰리 역시 세 소년의 사례와 같이 위축된 정동을 보이고 친밀한 대인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영화 속 찰리가 식당에서 패트릭을 폭행하는 무리들을 때려눕히고 그를 구해냈을 때, 찰리는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며 불안해한다. 자신의 공격성을 불안해하고 공포스러워하는 찰리의 모습이며, 해리의 방어기제가 사용되었다. 이는 적개심을 가졌던 대상 이 죽음에 이르게 되었던 과거 상실의 경험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찰리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고 싶어한다. 이러한 모습은 클라인이 이야기했던 본능적인 회복(reparation) 충동을 떠올리게 한다. 클라인은 아이가 내적인 좋은 어머니 (inner good object)상을 파괴하게 될 때 사랑으로 다시 어머니를 복구해 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고 하였다(Yu 2005). 또한 우울적 position에서는 편집-분열적 position에서 더 큰 피해 불안을 야기했던 악순환에 빠진 것과 달리, 회복환 상(reparative fantasy)에 근거한 낙관과 희망을 가질 수 있 다고 보았다(Ha 2005).

찰리는 마이클이라는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서 한 단계의 회복과 성장을 경험했을 수 있다. 외상 후 극복 과정과 보호 요인에 대한 최근의 연구들에서, 친구들과 가족으로부터의 사회적 지지 및 학교에 대한 만족감이나 괴롭힘당하지 않는 것과 같은 요인들이 회복력(resilience)에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Schaefer 등 2018; Khambati 등 2018). 마이클이 찰리에게 어떤 대상(object)으로서 기능했을지 명확히 드러나진 않지만 친한 친구였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 친구가 자살로 사망한 사건은 찰리에게 다시 한 번 커다란 발달적 위기 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견디어내고, 고등학교 진학 후 적응을 위해 노력하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자아 강도가 찰리에게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지지적인 가족들로 인한 안정된 환경도 추론 가능하다. 다만 초기 아동기의 더 큰 외상이 만들어놓은 깊은 균열은 아직 자아에 통합되지 못한 채로 분열되고 억압되어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찰리가 새로 사귄 친구들인 샘과 패트릭은 타인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로워 보인다. 하지만 스스로를 불량품(misfit toys)으로 여기며 각자의 약점과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샘은 매번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남자들과 구질구질한 관계를 이어간다. 패트릭은 언제나 쾌활하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내보이지만 성 정체성을 감추고 쉽게 털어놓지 못하며 자유롭게 연애하지 못한다.

찰리와 패트릭: 우정과 동성애

패트릭은 찰리가 고등학교 진학 후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었던 대상이자 처음 사귄 친구다. 찰리를 처음 댄스 파티에 참여하게 이끌고, 친구들과의 사적인 파티에도 초대하였다. 언제나 밝고 쾌활한 모습의 그이지만 성적 소수자로 성 정체성을 감춰야 하는 고통은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않는다. 파티에서 찰리는 패트릭과 그의 연인 브래드와의 관계를 우연히 알게 된다. 브래드의 요구로 그들의 연인 관계는 철저히 비밀이었고, 찰리도 비밀을 지키기로 한다. 패트릭은 성 정체성과 관련하여 억압된 성적 욕구와 존재감 때문에 외면적으로는 더욱더 자유분방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했을 것이다. 낙제되어 재수강하는 공작 수업 시간에 패트릭은 웃기는 분장을 하고 선생님을 흉내 내어 신입생들에게 웃음을 준다. 또한 선생님이 자기를 ‘패티-케이크(patty-cakes)’라고 부르자 ‘패트릭이라고 부르지 않을 거면 nothing이라고 부르세요.’라고 대답한다. 억압된 존재감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된 표현이다. 이후 친구들이 ‘아무것도 아닌 애(nothing)’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친한 친구들이 있고 연인과의 관계도 안정적인 시기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오히려 더 당당하게 친구들과 ‘록키 호러 픽쳐 쇼’ 공연의 주인공으로 무대에서 자기의 매력을 마음껏 표현한다. 그러나 브래드와 헤어지고 호모라고 놀림당하는 시기의 패트릭은 우울하고 불안정하며 위축되어 있다. 실연의 슬픔과 외로움 속에서 방황하던 패트릭은 동성애자들이 관계 상대를 찾아 배회하는 공원에 찰리와 같이 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곁에서 공감해주는 찰리에게 얼떨결에 키스를 한다. 이후 미안해하며 울먹이는 패트릭을 찰리는 당황하지 않고 달래며 곁을 지켜주었다.

발달 과정상 잠복기 후기 아이는 환상에 대한 몰입에서 점점 빠져나와 실제 세계의 대상을 향하고 이에 사회적 관계가 훨씬 중요해진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는 부모와 교사 뿐 아니라 비슷한 또래들을 동일시하기 시작한다. 동성 간의 또래 집단은 성 정체성을 강화하고, 오이디푸스기 대상과 관련한 갈등을 대신하며, 오이디푸스기 대상과 멀어지는 기회를 제공한다. 학교와 집단 활동은 전치된 혹은 승화된 방식으로 새로운 리비도적 만족의 근원을 찾게 한다(Tyson과 Tyson 1990). 이러한 또래 집단과의 관계는 청소년기에 더욱 중요해지는데 이는 ‘이차 분리-개별화 과정’과 관련이 있다. 이 과정의 중요한 측면은 초기 유아기 형성되었던 부모 대상 표상에 대한 ‘탈이상화(deidealization)’이다(Blos 1967). 그 과정에서 청소년은 내적 지지를 잃고 공허감을 느끼며, 고통스러운 소외감과 대상 갈망(object seeking)이 뒤따른다. 이에 욕동을 만족시키고 공허감을 없애며, 자존심을 유지하기 위해 또래와 어울리게 된다. 또래 집단은 청소년이 초기 유아기적 대상 결속과 관련된 내적 갈등을 해결하려고 할 때 판단하기보다는 지지해 준다. 이 시기에 이상화된 감정은 부모로부터 부모의 정서적 중요 부분을 일부 획득한 가장 친한 친구에게로 옮겨간다. 이러한 친구관계는 과도기적이며, 의존적인 아이가 자율적인 어른으로 옮겨 가도록 촉진한다. 가장 친한 친구와의 관계는 대개 쉽게 알 수 있으며, 정서적 투자(emotional investment)도 매우 강렬하다. 동일시를 통해서 친구의 어떤 자질이 내재화되고 그 발달 목적이 제공되고 나면 그 관계의 중요성은 감소되거나 완전히 사라지고, 종종 유사한 강도와 기간을 가진 또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 이렇게 겉보기에 동성애적 애착은 시기 적절한 것이며, 이성 애적인 강렬한 사랑과 열병으로 대표되는 성인기의 성성 (sexuality)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의 선구자다(Tyson과 Tyson 1990; Colarusso 1992).

영화 속에서 연인이었던 브래드마저 또래 친구들에게 휘말려 자신을 부정하자 패트릭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린다. 건장한 풋볼 선수들에게 심한 구타를 당하는 패트릭을 찰리가 구해내는 장면은, 파티에서 어두운 가장자리 벽에 서 있던 찰리를 패트릭이 댄스에 참여시켰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찰리와 패트릭의 관계는 어느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다른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해주는 것이 아닌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다. 찰리가 위축되고 퇴행적 모습을 보일 때 패트릭은 긍정적 대상으로 기능하여 찰리의 자아를 보조하는 치료적 역할을 하며, 패트릭이 위축되고 퇴행적 모습일 때는 찰리가 패트릭의 자아를 지켜주었다. 서로는 서로를 동일시하며 각자의 성숙한 부분을 내재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패트릭의 리비도는 찰리에 대한 동성애적 애착과 갈망으로 나타나나, 이는 곧 의식 수준에서 방어하여 우정의 형태로 전환하게 된다. 찰리는 패트릭에게, 패트릭은 찰리에게 때로는 긍정적 대상으로, 때로는 동일시와 내재화의 대상으로, 때로는 안아주는 환경(holding environment) 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찰리와 샘: 외상의 재경험과 회복

샘과 패트릭은 샘의 어머니가 패트릭의 아버지와 결혼하며 이사를 온 뒤 남매로 함께 살게 된 사이이다. 패트릭이 그랬듯 샘 역시 찰리를 그들의 그룹으로 맞이한다. 찰리는 샘에게 이성으로서 호감을 느끼고 성적 욕구를 느낀다. 두 사람이 첫 키스를 할 때 찰리는 헬렌 이모 이후 처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샘이라고 말했다. 샘은 찰리의 무의식에서 헬렌 이모와 같은 위치를 차지한다는 표현이다. 샘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대학 입학을 위해 떠나기 전날 밤 찰리를 만난다. 그리고 왜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았냐며 마음을 표현한다. 찰리도 샘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둘은 키스를 나누고 성관계를 가지려 한다. 이때 찰리는 묻혀져 있던 헬렌 이모와의 외상적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아동기 성적 학대의 외상 경험은 앞서 논의된 것처럼 처리 과정에서 억압 및 해리적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성적 성숙을 경험하면서 점차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거나 의미하는 바를 깨닫게 되기도 한다. 결국 찰리는 샘에게 성적 자극을 받게 되자 무의식 속에 있던 외상 기억 및 이모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죄책감이 한꺼번에 떠올라 공황 상태에 빠진다. 헬렌 이모는 찰리에게 사랑과 증오의 양가감정과 우울 불안을 일으키는 대상이었다. 그런 이모의 죽음으로 찰리는 공격성을 안전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편집-분열적 position으로 퇴행하여 분리의 방어기제를 사용하였다. 공격성, 죄책감, 불안과 함께 찰리의 리비도 또한 같이 억압되었다. 이후 이모를 가족으로 좋아했던 감정만 의식 수준에 있었는데, 샘이 찰리의 리비도를 자극하면서 함께 묶여 있던 공격성, 죄책감, 불안이 의식 위로 떠오른 것이다.

패트릭을 구했을 때 찰리는 해리 증상을 경험하고 자신의 공격성을 두려워하며 불안해한다. 이때 샘이 나타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관계를 회복하면서 찰리는 불안에서 벗어나 다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된다. 과거 외상 기억에 압도되어 공황에 빠진 찰리가 입원치료를 받는 동안, 샘은 찰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사랑하지만 파괴되었던 대상인 이모와 달리 샘은 찰리와 함께 있다. 샘을 통해 찰리는 과거 외상을 재경험하지만, 동시에 분열되었던 이모라는 사랑하는 대상(loved object)을 통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 었다. 우울적 position에서의 불안, 즉 우울 불안은 사랑하는 대상에 관한 것으로(Yu 2005), 이는 공격성의 억제와 조절이 가능해지고 대상을 회복(reparation)하면서 극복하게 된다(Ha 2005). 영화의 엔딩에서 찰리는 샘과 함께 키스를 나누면서도 불안과 해리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찰리는 리비도를 공격성, 죄책감, 불안과 분리하고 보다 잘 통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모의 죽음은 찰리의 발달을 저해했지만, 샘과의 관계를 통해 외상 경험을 재구성하고 우울적 position에서 회복과 성장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샘 역시 복잡한 과거가 있다. 샘의 어머니는 무능한 아버지를 버리고 잘난 새아버지를 만났다. 그녀는 11세에 아버지의 상사와 첫 키스를 했다. 나이 든 사람과의 키스는 샘이 오이디푸스기 갈등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보여준다. 긍정적인 아버지상의 부재와 아버지를 버린 어머니에 대한 감정은 샘이 명확한 이성상을 수립하기 어렵게 한다. 아버지에 대한 열망과 어머니에 대한 경쟁심을 가진 상태에서 아버지의 상사와 키스를 하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이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게 된다. 이러한 키스는 불량품(misfit toy)인 나 자신이 초래한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과 죄책감이 든다. 죄책감은 결국 샘을 자기 학대로 이끈다. 샘은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남자들과의 관계에서 피학적 모습으로 자신을 처벌한다. 여기에 변화를 준 것이 찰리다. 샘은 처음으로 가학적이지 않게 자신을 대하는 남자인 찰리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 이는 찰리 역시 샘과 비슷한 정신역동이 있어 서로 동일시가 가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샘은 상처받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는 찰리와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이 더 이상 처벌받지 않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찰리와 빌 선생님: 자아 이상의 형성

찰리가 고등학교 첫날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게 된 사람은 영어 선생님 빌이다. 그는 학교생활에 소극적인 찰리에게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볼 것을 격려한다. 또한 빌은 찰리의 문학적 재능과 섬세한 감성을 알아보고, 관심을 갖고 좋은 책을 권하고 글쓰기를 가르쳐준다. 빌은 친구도 가족도 아닌 처음으로 찰리와 가까워진 어른이다. 빌은 작가로서 책을 쓰고 고급 영어를 가르치는 이상적인 역할 모델(role model)이기도 하다.

블로스(Blos 1974)는 청소년 발달 과정의 결과를 새로운 정신구조인 ‘자아 이상(ego ideal)’의 형성이라고 하였다. 자아 이상은 인격의 일부분이며, 개인의 미래에 기대 가능한 최대값을 포함한다. 일부 임상가들은 자아 이상을 초자아의 한 부분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블로스는 성인기의 성성 (sexuality), 친밀한 관계, 직업 성취 등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청소년기의 초자아를 수정하고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부모의 유아적 이상화와 이미 초자아에 내재화된 부모의 ‘아이’에 대한 기대치를 축소시키고 새로운 기준 세트로 대체해야 한다. 새로운 세트에는 청소년의 성적 및 정신적 성숙, 야망, 목표, 그리고 근친 상간과 무관한 친구, 애인, 스승의 영향력 등을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탈이상화(deidealization)’ 과정에서 청소년은 이상적인 부모 대상을 대체할 수 있는 역할 모델을 필요로 한다 (Colarusso 1992).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작가가 되고 싶은 찰리에게 빌은 이상적인 역할 모델로 기능한다. 선생님 빌과의 내재화와 동일시를 통해 찰리는 외상으로 인해 정체되었던 발달을 재개시키고 자아 이상의 형성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역할 모델과의 동일시를 통한 회복은 정신치료 과정, 특히 지지적 정신치료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또한 빌과 찰리의 관계 역시 어느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다른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해주는 것이 아니다. 학기를 마치며 찰리는 빌에게 자신이 만났던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감사를 표한다. 빌도 자신은 글쓰기보다 가르치는 걸 더 잘하 는 것 같다며 다음 학기의 만남을 기약한다. 이처럼 찰리를 가르치고 이끌어주는 과정을 통해 빌 역시 보람을 느끼고 자존감을 강화한다.

대인관계를 통한 성장

앞서 찰리와 패트릭, 찰리와 샘, 찰리와 빌 선생님과의 관계에 대한 분석에서 논의한 것처럼 이들의 관계는 상호 보완적이다. 스턴(Stern 2004)은 인간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며, 어머니나 양육자에 의한 예민한 정서적 조율의 결과인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을 바탕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는 코헛(Kohut 1984)이 말한 자기대상 (selfobject)에 대한 필요성과도 연결된다. 자기대상이란 타인을 반사하고 이상화하며, 근사성을 갖기를 요구하는 자기 (self)의 필요에 반응하여 그러한 역할을 실행하는 다른 사람을 통칭한다. 자기의 성장과 발달이라는 관점에서 ‘타인’이란 자기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대상이며, 우리의 자기대상에 대한 요구는 성장해가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 지속된다. 신체적 생존을 위해 산소를 필요로 하듯이 정서적 생존을 위해 우리는 주위에 자기대상을 필요로 한다. 패트릭, 샘, 빌은 모두 자기대상으로 찰리의 심리적 붕괴를 막고 생존과 회복 그리고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하였다.

결 론

지금까지 영화 ‘월플라워’를 텍스트로 하여 초기 아동기 외상이 발달 단계에 끼치는 영향과 이를 극복하고 성장해 나감에 있어 청소년기 대인관계의 역할을 조명해 보았다. 작품에서 주인공 찰리와 샘을 통해 묘사되는 것처럼 초기 아동기 외상, 특히 성적 학대의 경험은 다방면에서 발달 과정을 침하고 평생에 걸쳐 그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 그러한 영향 은 파티에서 아무도 말을 걸거나 춤을 신청하지 않아 벽 앞에 서 있기만 하는 인기 없는 사람을 뜻하는 ‘월플라워(wallflower)’라는 제목으로도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파티는 인간 관계, 세상, 인생 등 ‘월플라워’들이 충분히 참여하지 못했던 모든 것들을 은유(metaphor)한다.

그러나 그들은 벽에서 등을 떼고 걸어나와 무리 속에 섞여들어 타인에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듣고, 춤을 신청하고 함께 춤을 추면서 자신들의 정신적 외상을 극복하고 성장해나 간다. 물론 샘과 찰리의 관계에서 보듯이 청소년기의 대인관계를 통해 과거의 외상 경험이 의식에 다시 떠올라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이 역시 외상의 극복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 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주인공 찰리와 주요 등장인물들과의 관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상호주 관성을 바탕으로 한 대인관계가 어떻게 서로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지 그리고 심리적 외상의 악화와 회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Conflicts of Interest

The authors have no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to disclose.

Author Contributions

Conceptualization: Byoung-Uk Kim, Seog Ju Kim. Supervision: Seog Ju Kim. Writing—original draft: Byoung-Uk Kim, Seog Ju Kim. Writing—review & editing: Byoung-Uk Kim, Seog Ju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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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19, 3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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