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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for Cezanne in the Perspective of the Unconscious 1
Psychoanal 2019;30:50-61
Published online July 31, 2019;  https://doi.org/10.18529/psychoanal.2019.30.3.50
© 2019 Korean Association of Psychoanalysis.

Hyun Kwon Lee1 and Hye Ri Yoon2

1Lee Hyun Kwon Psychoanalytic Office, Seoul, Korea
2Yoon Hye Ri Psychiatric Clinic, Seoul, Korea
Hyun Kwon Lee, MD Lee Hyun Kwon Psychoanalytic Office, 27 Guuigangbyeon-ro, Gwangjin-gu, Seoul 05115, Korea Tel: +82-2-2138-7588, Fax: +82-2-2138-7589, E-mail: treeself@hanmail.net
Received April 5, 2019; Revised July 4, 2019; Accepted July 5, 2019.
cc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Abstract

Cezanne is the father of modern art. His place in the history of art is solid and contemporary art is also oriented in the direction of the art he has transformed. This article is the first integrated paper to attempt to explain Cezanne from an unconscious point of view and a basic study informing the beginning of the paper to be carried forward. I briefly describe Cezanne’s life, the change of his style of art, important concepts that Cezanne thinks of such as nature, sensation, color and how he works. On the basis of this, I reveal how that the art form of Cezanne changed through his relationship with Pissarro was related to the function of the ego, and the incompatible task Cezanne sought to pursue ‘eternal life in a changing landscape’ and ‘expressing living life within a solid structure’ can be explained as a structural model of the unconscious. This study forms a significant basis for explaining my papers on Cezanne in the future. The study of Cezanne will hold a meaningful position in the art history from the unconscious perspective.

Keywords : Cezanne · The unconscious · Art · Ego function.
서 론

세잔(1839~1906)은 근대 미술(modern art)a의 아버지다 (Gombrich 1995). 세잔 이후 그에 대한 수없이 많은 서적이 나왔지만 미술사나 예술 비평에서 그가 서있는 위치는 견고하다. 그의 작품들은 메를로 퐁티(Merleau-Ponty), 질 들뢰 즈(Gilles Deleuze),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 등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에게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는 근거가 되어왔으며, 메이어 사피로(Mayer Schapiro),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 등 세계적인 평론가들이 미술사에서 그의 변하지 않는 가치를 확인하였다. 사실 세잔이 살아있던 시기엔 그의 말년을 제외하고는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고, 그를 인정했던 사람들은 소수였다. 카미유 피 사로(Camille Pissarro),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등의 인상주의 화가들이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와 같은 소수의 문인들이 그의 진가를 알아봤을 뿐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자신의 예술을 위해 삶의 마지막까지 헌신한 그의 삶이 신화가 된 것처럼, 그의 작품들 역시 근대 미술사에서 새로운 신화의 시작과 중심에 서 있다. 동시대의 화가들이나 이후의 예술가들은 세잔의 회화를 시작으로 한다. 입체파의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나 야수파의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가 ‘그는 우리 모두의 아버지다’라고 한 말은 미술사에서 당연히 받아들이는 말이 되었다b. 이러한 많은 찬사들 중에 그의 작품에 대한 미술사적인 가치는 ‘20세기 미술사 대전환의 시발점’(Benedetti 2007)이란 어구로 명료하게 설명된다.

하지만 그의 미술사적인 업적에 비하여 정신분석적인 관점에서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분석한 저작은 많지 않은 듯 하다. 많은 저자들이 세잔을 논했지만 그에게 주된 초점을 두는 저작은 몇 개 되지 않고, 의미 있는 논문은 한두 개 정도로 여겨진다(Rizzuto 2002; Podro 1990). 여기서 Rizzuto의 저작은 42회 International Psychoanalytical Association 좌담회에서 많은 패널들이 각자 발표한 것을 정리한 것으로 무의식의 관점에서 가치 있는 내용들이 있으나 시간의 제한으로 그 넓이나 깊이에 아쉬움이 있다. 따라서 이 논문은 세잔을 주제로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무의식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다룬 첫 번째 논문일 것이다.

무의식적인 관점의 예술, 즉 미에 대한 내용들은 정신분석의 이론이 다양한 것만큼 그 맥락을 연결하고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프로이트 시기부터 문화와 예술, 사회 등에 적용하여 설명하려 시도했지만 이론과 경험의 기원은 언제나 임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의식의 이론이 인간을 이해하는 데 다른 이론들이 할 수 없었던 많은 기여를 해왔다는 사실과 예술의 주체는 인간이라는 점에서 정신분석적인 접근은 예술을 이해하는 데 가치 있는 관점을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Spitz (1985)에 의하면 정신분석의 이론이 예술 미학의 분야에서 적용되었던 분야는 크게 세 가지라고 한다. 이는 1) 예술가의 창조적인 작업과 경험의 기원, 2) 예술 작업에 대한 해석, 3) 예술을 접했을 때 미적 경험의 기원이다. 정신분석의 이론과 경험이 예술의 영역을 개척한 것은 프로이트의 저작이었다(Freud 1910). 프로이트는 지형학적인(topographic) 마음의 모델을 기반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의 회화를 분석하였다. 그는 이 지형학적 모델 시기(1900년 초~1923년)의 흐름에 맞게 예술적인 내용들은 인간의 리비도와 공격성 등이 가장된(disguised) 형식으로 표현된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프로이트는 예술 작품의 이미지와 꿈의 재현몽(manifest dream)을 유사하게 보고, 이미지 속에 억압된 본능적 내용들을 꿈의 잠재몽(latent dream)을 해석하듯이 정교하게 분석하였다. 이러한 방법은 예술가의 삶을 기반으로 하여 무의식적인 갈등과 작품을 연결시킨 병적학(pathography)적 방법으로 발전되었다. 두 번째 시기는 안나 프로이트(Anna Freud), 하인즈 하트만(Heinz Hartmann), 에른스트 크리스(Ernst Kris) 등에 의한 자아 심리학의 발전과 흐름을 같이한다. 이는 예술 형식(art form, style)c과 자아가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으로 자아의 자동(autonomous) 기능 및 여러 방어의 역할을 어느 정도 예술 형식이 담당을 한다. 세 번째 시기는 대상관계 이론가들의 체계의 적용이다. 마가렛 말러(Margaret Mahler),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 도널드 위니컷(D. W. Winnicott), 마리온 밀러(Marion Milner) 등에 의해 구축된 이론은 말러의 공생기(symbiosis)나 분리-개 별화 시기, 위니컷의 이행기 대상이나 현상(transient object, phenomena) 등 발달 초기 대상관계를 통해 예술을 이해한다. 이 모델에 따르면 미적인 대상(aesthetic object)은 자기 (self)와 외부 세계와 사이에서의 ‘중간 영역의 경험(intermediate area of experience)’을 재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예술 형식과 예술 내용은 서로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이 연결을 분리시키는 시도는 예술 작품에 있어서 미적 대상으로서의 자격을 빼앗는 것과 유사하다고 한다(Spitz 1985).

이러한 다양한 정신분석적인 이론 체계는 현상의 설명, 원인의 이해의 측면에서 그 어떤 이론이 설명할 수 없는 깊이 있는 시각을 공시적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관점은 작가와 작품의 개별적인 이해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통시적인 관점, 즉 미술사적인 흐름에 있어서 정신분석적 관점의 체계적인 적용은 아직 부족한 듯하다. 미술사의 흐름은 예술 양식사의 발자취이고, 그 양식의 유지와 변화의 이유는 많은 미술사가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저자는 이러한 예술 양식사의 관심에 정신분석적인 관점이 도움이 될 거라 가정하고, 이번 논문에서 시도하는 세잔에 대한 통합적인 분석은 그 근거와 토대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기존 전통 예술 시각의 틀이 해체되기 시작하는 근대 미술 시기를 기점으로 임상에서 경험하는 무의식적 내용들은 예술의 이름으로 억압의 힘에서 풀려 의식의 공간에 비교적 자유롭게 표현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역동적인 미술사의 흐름에 대한 무의식적 관점을 세 가지로 나누어 그 변화를 제시하고자 한다(Table 1).

Table 1은 미술사의 흐름을 양식, 공간과 대상, 이야기로 나누어 그 변화를 제시하였다. 이는 시대가 공유하는 시각적인 틀인 양식이 개인의 양식으로, 그 시대에 풍미하는 이야기, 즉 신화나 성경 등의 주제가 개인의 주제로, 회화의 공간이나 대상이 개별적인 공간이나 대상으로 변하였다는 것을 설명한다. 저자는 이 도식적인 변화 과정에서 개별적인 공간, 대상, 이야기는 정신분석의 경험의 산물인 무의식적인 관점이 중요한 설명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 구조는 본 논문 뿐만 아니라 앞으로 계획 중인 여러 예술가들의 분석에 적용하여 무의식적 관점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것이다.

저자는 무의식적 관점에서의 설명을 위해 위에 간략히 설명한 예술과 정신분석의 이론들에 첨가하여 초자아의 개념을 강화한 구조주의 모델(structural model)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제시할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예로 영국의 대표적인 화가인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에 대한 예비 논문에서 다룬 적이 있다. 베이컨 회화의 변화 과정에서 초자아는 처음에는 공간으로 경험되다가 다양한 초자아 대상으로 변화하며, 그의 무의식적 충동 역시 그 변화와 함께 한다고 주장하였다(Lee 2019).

위 통시적인 설명을 위해 정신분석 관점에서의 공시적인 분석 역시 중요하다. 통시적인 관점은 작가와 작품의 분석, 즉 공시적인 위치를 확인함으로써 가능하다. 이를 위한 자료들은 세잔의 명망만큼 상당하다.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비평이나 해석서가 주류를 이루지만, 임상가의 주된 관심인 세잔의 삶과 언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자료는 두 가지이다. 비록 손실이 되었지만 세잔이 교신했던 편지들의 모음(Cezanne 1995)과 세잔과 긴 시간을 함께했던 아들 나이의 요하힘 가스케(Joachim Gasquet)의 경험과 인터뷰는 세잔을 옆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이를 중심으로 세잔에 대한 많은 자료를 통합한 전기(Danchev 2012)와 평론가들, 미술 사학자들의 글을 참고하였다. 이 저작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료들과 세잔 회화에 대한 뛰어난 묘사, 이미 시도했던 심리적인 접근은(Schapiro 2004) 저자의 논리 진행에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자료는 그가 평생 동안 쌓아 올린 그의 수많은 작품들이다.

저자는 세잔에 대하여 본 글을 포함해 5편의 논문을 기획하고 있다. 진행을 하면서 다소의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후 이어질 논문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은 다음과 같다.

  • - 무의식적 관점에서 본 세잔 2: 세잔의 본능적 충동과 그의 회화를 중심으로

  • - 무의식적 관점에서 본 세잔 3: 생트 빅투아르 산을 중심으로

  • - 무의식적 관점에서 본 세잔 4: 그의 정물화를 중심으로

  • - 무의식적 관점에서 본 세잔 5: 들뢰즈의 <감각의 논리> 에서 기술한 세잔을 중심으로.

저자가 계획하고 있는 세잔에 관한 전체 논문의 가설은 임상에서 경험하는 무의식의 역동이 세잔의 삶과 이미지에 다층적이고 다양하게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잔 2에서 세잔의 성욕과 공격성이 그의 회화에 그의 시대적인 양식-초자아와 자아-과 결합하여 이미지에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할 것이며, 세잔 3은 그가 말년까지 붓을 놓지 않은 생트 빅투아르 산을 중심으로 그의 중요한 대상관계인 어머니와 아버지와의 관계를 탐구할 것이다. 세잔 4는 불안정한 내면 세계를 가진 세잔이 어떻게 정물화를 통해 무의식을 포함한 자신의 전체를 표현했는지 분석할 것이다. 세잔 5는 위의 분석 내용을 토대로 무의식적인 관점과 들뢰즈 철학을 비교하여 차이점과 공유되는 지점들을 탐색할 것이다.

본 논문은 위 글들에 대한 준비 논문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이를 위해 세잔의 삶, 세잔 회화의 양식과 변화, 그가 중시했던 주요 개념들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무의식적 분석을 본 논문에서 시도할 것이다. 따라서 이 논문의 내용들은 큰 목적을 향한 초기, 또는 중간 과정의 내용들이 많기 때문에 본 논문만 본다면 무의식의 논리에 연결되지 않는 잉여된 부분들이 많을 것이고, 연결되지 않는 가설들과 주장들로 인해 산만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사용되지 않는 재료들은 뒤에 이어질 논문들에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밝히고, 이러한 많은 소재와 개념들이 하나의 모자이크로 작용하여 저자가 그리는 큰 그림으로 완성 되기를 기대한다.

저자는 앞으로 세잔의 분석을 통해 무의식적 관점이 미술사를 설명하는 하나의 축이 될 가능성을 살펴볼 것이다. 그를 근대 회화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예술 작업의 존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세잔은 야심만만한 인물이었다. 그는 그의 동료들인 모네나 마네처럼 기존 전통의 집을 파괴하거나 보수한 것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자신의 집을 만들려고 했다. 그가 만든 땅에서 새로운 예술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의 이런 미술사적 위치를 무의식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은 충분히 시도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본 론

본론에서는 세잔의 간략한 생애와 그에 동반한 개인 양식의 발전 과정을 알아본 후 세잔이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들을 설명할 것이다. 이 중 지금 가능한 내용을 정신분석적 관점을 적용하여 분석하고, 미술사에서 설명이 어려웠던 세잔의 회화에 대하여 무의식적인 방법을 통해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볼 것이다. 또한 세잔이 그의 모티프(motif)e와 캔버스 사이에서 무의식적인 관점에서 어떤 관계를 하고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세잔의 간략한 생애

세잔은 1839년 1월 프랑스 남부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인 루이-오귀스트와 안-엘리자베스는 여동생 마리가 1841년 7월에 태어난 이후 1844년 1월 정식으로 결혼을 하였다. 1854년 6월에 세잔의 둘째 동생인 로즈만이 태어났다. 아버지 루이-오귀스트는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였지만 그의 탁월한 상업적 능력으로 많은 부를 쌓게 되었다. 모자 판매로 크게 돈을 벌었으며 후에는 은행을 운영하는 지역의 유지가 된다. 유복한 가정 환경은 세잔의 삶에 울타리가 되어 그가 생업의 걱정을 하지 않고 예술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이유가 된다. 세잔의 아버지는 아들이 법을 공부하기 원했으며 화가가 되는 것을 반대한다. 세잔은 법 공부를 시도했으나 결국 포기하고 화가가 되기 위해 1861년 파리로 떠난다. 그의 어머니 역시 세잔의 예술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평생 옆에서 그를 지지하였고, 세잔이 화가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아버지를 설득하였다. 하지만 그가 화가가 되길 꿈꾸며 파리행을 결정하게 된 것은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 (Emile Zola, 1840~1902)와의 낭만적인 경험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세잔과 졸라는 그의 중학교 시절인 1852년 만나 후에 건축가가 되는 바이유(Baptistin Baille, 1841~1918)와 함께 잊지 못할 우정을 쌓는다. 이 당시 세잔의 예민한 감수성은 졸라의 문학적 재능과 교감되었고, 이 시기의 강렬한 체험은 이후 세잔의 예술 작업에서 말년까지 반복되어 나타난다. 파리의 생활은 예술적인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화가로서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살롱전(salon)f의 거절은 일상이 되었고 세잔은 그때마다 낙담하고 분노한다. 1870년 초 인상주의 화가 피사로와의 만남과 교류는 그의 예술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는 파리에 종종 들르지만 그의 고향 엑상프로방스에 정착한다. 그가 지냈던 일상의 장소나 만났던 평범한 사람들은 그의 모티프가 되어 작품이 된다. 말년에 그의 작품은 당시 화가나 화상들에게 알려지고 큰 전시도 하게 되지만 그는 그의 고향에서 자신만의 예술에 전념한다. 그에 대한 명성이 높아지지만 세간의 이목을 끊고 그는 1901년 엑스의 북쪽 로브(Lauve) 언덕 위에 도시와 생트 빅투아르 산이 보이는 작은 집에 홀로 거주하며 그의 마지막 예술 세계를 완성한다. 그는 1906년 야외에서 풍경을 그리던 중 폭풍을 만나 의식을 잃고 쓰러져 발견되었고, 결국 그해 10월 22일 폐렴으로 유명을 달리한다. 당시 그는 대작 <대수욕도(The Large Bathers)>, 정물화들을 손에 놓지 않았다.

세잔의 회화 양식의 발전 과정

앞서 기술한 대로 그는 표면적으로는 부유한 가정에서 예술에만 전념한 삶을 살았지만, 그의 내면은 언제나 폭풍과 같은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에 관한 대부분의 책은 그의 심리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후속 논문에서 하겠지만,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묘사하는 세잔의 심리적인 부분은 ‘극단적이다’, ‘여자에 대해 심한 불안을 느낀다’, ‘피해 사고가 있고 종종 망상적으로 된다’, ‘분노 조절 이 어렵다’ 등이다. 이해받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태도는 분노와 존경이 공존한다. 이는 세잔이 평생 아버지의 경제적인 그늘 안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세잔의 이런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 대해 사회적인 불안정을 지적하기도 한다(Lewis 2000). 실제 세잔이 살았던 시기는 프랑스에 전쟁 (보불 전쟁, 1870~1871)과 정치사회적 불안이 극심했다.

어떠한 이유든지 세잔의 이러한 불안정한 심리는 그의 작품에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었고, 그를 분석한 많은 책들은 그의 회화와 그의 불안정한 심리를 연결하였다.

그는 분명 회화와 자신을 밀착시켰기 때문에 그의 회화 발전 과정은 하나의 명료한 선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또한 그는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풍경화, 인물화, 정물화, 수욕도 (Bathers) 등 다양한 분야를 반복적으로 그렸고, 그 장르마다 과거의 기법들이 혼합되었기 때문에 단순한 도식적 흐름으로 정리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따라서 그의 양식의 변화를 설명하는 저서들은 주로 저자들의 주관에 따라 시기적, 장르적으로 설명하였다. 이러한 추세에도 미술사가들이 인정하는 대체적인 변화의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이를 시기적으로 설명하기 편리하게 나눈 분류가 있어(Bernabei 2013) 이를 기반으로 나누고, 양식의 변화를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 하나씩만 예시하고자 한다.

1872년 이전: 감정의 추구

이 시기의 회화는 격렬한 감정이 그대로 이미지에 표현되는 시기다. 이 시기의 작품에서 세잔은 강렬한 붓의 흐름과 쿠르베(Gustave Courbet, 181~1877)로부터 영향을 받은 팔레트 나이프(palette knife)를 이용해 어두운 색 위주로 거칠게 그의 격렬한 감정을 표현하였다. 예로 드는 회화 (Figure 1)는 세잔이 보불 전쟁 때 군 회피를 하고 도피 중인 장소에서 그린 것이다. 거친 붓의 흐름, 어두운 색 위주의 색채, 안정적이지 못한 구도는 세잔이 느끼는 암울하고 불안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하다. 이는 강렬한 감정이 캔버스에서 내면의 공간을 형성한 대표적인 예로,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한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보다 10여 년 이른 것이다(Schapiro 2004).

1872~1877: 빛과 색채의 발견

세잔과 피사로와의 만남은 극적이다. 누구도 세잔의 가능성을 몰라주는 시기였으나 피사로는 달랐다. 그는 세잔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집에서 살도록 권하였고, 당시 인상주의 화가들처럼 야외에서 그림을 함께 그렸다. 세잔의 팔레트는 점점 밝아졌으며 빛과 색을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최초의 인상을 간직하는 것이 중요한 인상주의 기법은 감정과 붓이 직접 연결된 세잔에게 감정에서 벗어난 객관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세잔은 풍경을 관찰하게 되었고, 붓의 두께는 얇아지고 터치는 많아지고 중첩된다. 이러한 변화로 그의 감정적 충동은 가라앉고(Lewis 2000), 세밀한 붓의 획(stroke)은 감각의 리듬을 획득한다. (Figure 2)는 이러한 세잔 양식의 변화가 두드러진 회화이며 세잔이 직접 사인한 몇 개 되지 않는 그림이다. 세잔은 이런 인상주의 기법을 피사로를 통해 받아들이고 거기에 자신의 미술 세계의 가능성을 심어 놓는다. 그는 인상주의가 주장하는 현실의 순간적 포착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와 동시에 현실 세계의 영원성을 획득하려 하였다(Benedetti 2007). 이는 시간의 흐름 속에 변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영원성을 추구하려는 양립할 수 없는 과제이다.

1878~1887: 구조적 응집성(Structural coherence)

세잔은 인상주의의 기법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초기작들에서 보였던 격렬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인상주의의 기법 속에 흡수가 되어 정리된다. 세잔의 작은 붓의 획은 그의 감각이 되어 색채로 표현되었고, 그 색채의 조화와 구축은 캔버스 안에서 ‘질서와 균형’을 찾게 되었다. (Figure 3)는 이 시기의 세잔 양식을 대표한다. 실제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의 시각 (multiple perspectives)을 적용하여 기존 시각체계인 원근법을 무시한다. 세잔의 관심은 어떻게 캔버스 안에서 작은 붓의 단위로 그리드와 같은 촘촘한 구성(grid-like composition)을 이룰 수 있을까였다. 그가 피사로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의 회화를 ‘카드놀이(playing card)’로 비유한 것과(Cezanne 1995), 릴케가 그의 회화를 ‘각자의 점들이 서로를 알고 있는 듯하다’고 표현한 것은 이를 뒷받침해 준다(Lewis 2000).

1888~1906: 구축적인 종합(Constructive synthesis)

이 시기는 위의 시기와 같은 흐름에 있으며 위에서 설명한 ‘질서와 균형’의 양식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오히려 그가 말년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생트 빅투아르 산의 작업은 촘촘한 구조적 응집의 힘이 느슨해진다. 이 시기는 세잔과 세잔의 회화가 더욱 밀착된 시기다. 그는 자연과 감각, 색채에 대한 개념을 확신하고 이를 회화에 적용시킨다. 즉 그는 회화에서 ‘나’를 이루어 나간다. (Figure 4)는 과거 촘촘한 구조에 감각과 색이 하나가 된 붓의 획들이 이완되고 흐트러진다. 그의 감각은 색채로 변화되어 화면의 조직에 들어갈 자리에 ‘스스로’ 앉는다. 그의 격렬한 감정이 구조의 힘을 해체하기 시작한다. 붓질은 다시 거칠어졌고 색채는 어두워진다. 그가 풍경을 어떻게 인지하는지(perception) ‘전체적’으로 느껴진다. 초기의 내면적인 불안정이 그대로 나타나지만 그것은 구조와 체계 안에 있고, 불안정과 안정이 동시에 공존한다. 이는 그의 아래 말이 그의 회화에서 어떻게 성취되었는지 보여준다.

“카오스는 더이상 자연법에 따라 신에 의해 질서를 부여 받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그림을 통해 그것이 이루어진다” (Gasquet 1991).

그는 불안정한 자연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의 불안정한 충동이 투사된 공간, 그리고 그 아래에서 작동하는 균형과 질서의 심리 구조를 동시에 그린 것이다.

세잔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 개념

자연(Nature)

인간이 자연(nature)을 이해하는 방법은 인간 문명의 흐름과 함께한다. 현상으로 인지되는 자연의 존재는 인간의 생존에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신화나 철학, 과학은 당시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대한 시대의 답이었다. 즉 인간은 그 시대 풍미했던 집단의 신화나 철학, 종교에 기대어 이 자연을 이해하고 예측하였으며, 회화는 그 시대가 이해하는 자연에 대한 관념을 시각화하였다. 따라서 이런 자연에 대한 이해의 관점에서 미술사는 한 집단이 그 세계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역사적인 설명의 흐름이다(Gombrich 1960). 중세 미술에서는 신에 의한 관념이 회화를 지배했다면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은 원근법이 회화에 적용됨으로써 인간의 시각이 회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시대적으로 결정된 집단의 관념이 개인의 시각을 지배함을 설명한다. 그러나 세잔은 시대의 시각이 지배하는 자연을, 즉 회화를 ‘개인’의 시각으로 변하게 했으며, 그것을 개별적인 이미지로 표현하였다. 사실 세잔과 어울렸던 인상주의 화가들도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원근법을 자신만의 기법으로 변화시켜 표현 했지만, 그 규칙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세잔에게 자연은 현상 너머 본질적인 것이었다. 풍경은 시간의 흐름에 변화하거나 사라진다. 하지만 세잔은 자연에 ‘언제나 동일한 것(Nature is always same)’, ‘영원한 것(eternity)’의 속성을 부여하였다. 세잔이 이해하는 예술가는 변화하고 사라져가는 풍경에 자연의 영속성을 부여하는 존재이다(Gasquet 1991). 또한 세잔에게 자연은 자신과 평행한 것 이며, 완전한 울림(perfect echo)을 줘야 하며, 감각을 통해 존재에 완전히 새겨져야 하는 것이다(Gasquet 1991). 세잔과 자연은 단순히 같다는 등가물의 관계가 아니라 지속적 교류를 하는 관계이며, 세잔 자체가 그가 규정한 자연이 되고자 했다.

세잔의 자연에 대한 집요한 탐구는 대단한 것이었다. 화가로서 위치에 오른 이후 그의 주된 관심은 자연이었다. ‘변하고 사라지는 풍경’에 자연에 대한 ‘영원성’을 함께 표현하는 것, 이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는 그의 삶이 다할 때까지 붓을 놓지 않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한 그의 집착과 함께 표현된 그의 그림들에 대하여 많은 설명이 제시되었지만 충분하지 않으며 때로는 자가당착으로 들리기도 한다(Gombrich 1995).

감각(Sensation)

세잔에게 자연은 ‘감각’으로 읽혀져야 한다. 즉 시각을 포함한 오감이 자연에게서 느껴져야 하고, 그것이 그의 캔버스에 그대로 표현되어야 한다(Gasquet 1991). 여기서 언어 개념의 정리가 필요할 듯하다. 감각의 개념은 사용하는 집단이나 지역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세잔이 사용한 개별적인 의미 이전에 그의 모국인 프랑스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동아출판사 프라임 불한 사전 참조).

  • 1) 감각, 느낌, 감

  • 2) 감동, 격한 감정, 파문, 센세이션

의학적인 개념인 오감에 감정(emotion)이 포함되며, 이는 세잔이 그의 그림을 설명할 때 감정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과 상응한다. 그가 화가로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innocently) 복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연이나 대상을 기존 관념을 통해 상상하고 그리는 것이 아닌 그것을 배제한 상태에서 작가의 감각만을 사용하라는 뜻인 듯하다. 즉 그는 기존 전통의 관념을 배제하고 그의 감각만으로 그리고자 했다. 이런 맥락에서 화가로서 자신에 대해 뇌 없는 동물(brainless animal)이나 원시인, 식물만큼 마음이 없는 상태(mindless as a vegetable)가 되고자 하였다(Gasquet 1991).

이는 그가 자연이나 대상을 바라보고 그렸을 때 감각이 중요한 것처럼, 다른 화가들의 그림을 비판할 때 역시 감각은 중요한 기준이다. 대부분의 그림에 감각의 사용 유무는 절대적이다. 그가 좋아하는 틴토레토(Tintoretto, 1518~1594), 유진 들라크루아(Eugene Delacroix, 1798~1863), 니콜라스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은 모두 세잔의 관점에서 감각적이다.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생명력(life), 피부로 느껴지는 느낌, 감정이 전달됨, 운동(movement) 등 살아있는 인간의 느낌이다. 반면에 아래 <대화 1>에서 프랑스의 정물화 화가 장바티스트시메용 샤르댕(Jean-Baptistie-Simeon Chardin, 1699~1779)에 대하여 설명할 때, 그의 회화에서는 살아 있는 감각이 직접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을 한다.

<대화 1>

…오브제는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 그들은 살아있음을 멈추지 않는다. … 샤르댕은 오브제의 공기를 처음 느끼고 그렸던 사람이다. … 그는 오브제 주변에 있는 가장 작은 미립자나 미세한 감정의 먼지의 환경을 인지하였다. 하지만 약간 건조하고 많이 경직되어 있다. … 이것은 싸여진(enveloping) 빛에 의한 반사이다. 일반적인 빛에 의한 반사… 그것은 싸여 있다(envelope). … 이것이 그의 정물화(still-life)가 더이상 나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는 이유이다…(Gasquet 1991).

이 대화에서 세잔이 샤르댕의 정물에 대하여 싸여진(enveloping)이라 반복 표현한 것은 감각이 직접 느껴지지 않는 다는 의미인 듯하다. 저자의 의견도 유사한데, 샤르댕의 작 품은 미의 극한 즐거움을 주지만 그 즐거움의 기원이 실제 체험된 감각 위에 기존 ‘관념의 아름다움’을 덧입힌 듯한 느 낌을 준다.

아래 <대화 2>는 세잔의 감각적 경험이 예술적으로 어느 지경까지 확장되는지 보여준다. 세잔은 그의 감각을 통해 정신분석에서 설명하는 자아 이상과의 체험을 한다. 이는 뒤의 논문에서 자세히 밝히겠지만, 세잔 무의식의 초자아적인 요소가 그가 경험하는 공간과 대상에 투사되어 결합되는 무의식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지금은 그 시작되는 지점이 그가 말하는 ‘감각’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대화 2>

…감각이 최고의 지점까지 풍부해졌을 때 모든 창조물과 조화가 된다. 자연의 요동침이 해결이 되어 뇌의 깊은 곳에 자리를 잡는다. 우리의 코와 귀, 입, 눈의 감각은 동등하게 감각되어 운동한다. 내가 믿기로는 예술은 자연이 주는 영광, 즉 종교적일 수 있는 우주의 감정(universal emotion)을 경험 하게 한다…(Gasquet 1991).

감각에 대한 위 내용들을 간략히 정리하면, 세잔에게 감각은 우선 하나의 통로 역할을 하는 듯하다. 이는 오감을 말하는 의학의 개념과 일치한다. 단지 세잔에게 중요한 것은 이 오감이 그가 모티프를 접할 때 가장 최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오직 감각의 표면만이 그의 모티프인 자연과 오브제 사이에서 만나 표현되어야 한다. 이로 인해 촉발되는 많은 감정, 기억, 관념, 기존의 양식, 종교, 신화와 같은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다. 세잔은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우선 최대한 배제한 채 그의 감각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이 지점은 철학의 부분에서는 경험주의 철학의 시작이며, 예술로는 개별성의 토대이고, 신화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신화의 시작점인 배꼽(umbilicus)이다.

세잔이 말한 감각의 개념은 이후 앞으로 이어질 그의 작업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감각으로부터 시작되어 확장되는 그의 작품은 이후 세잔 자체가 된다. 그의 불안정한 대상관계나 현실 인지, 다양한 무의식적 환상은 그가 직접 경험하는 감각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감각과 그의 시간의 흐름은 무의식적 내용들과 교류하면서 하나의 작품이 된다. 어쩌면 프로이트가 감탄을 하면서 말했던 무의식을 공부하지 않고도 작품 속에서 표현하는 작가들(Freud 1907)의 무리에 세잔이 포함될지 모른다.

색채(Color)

세잔의 작업이 자기를 구성하고 완성시키는 단계에서 색채는 세잔에게 가장 중요한 표현 수단이 된다. 오브제와 자연을 그의 감각으로 느낀다면 그 내용물은 캔버스에 ‘색채’로 표현 된다. 즉 감각과 색채는 인지(perception)와 표현(expression) 의 관계에서 등가물로 이해된다. 아래의 대화는 세잔이 작업하는 과정을 세잔의 용어로 구체적으로 적은 것이다. 이 글에서는 앞에서 다루었던 자연과 감각이 어떻게 세잔 내면 세계와 조응하여 세잔의 색채로 표현되는지 명료하고 극적으로 말해준다.

<대화 3>

…옅은 안개가 낀 날, 나는 새로 태어난 세계에서 숨을 쉰다. 나는 예민해지고 압도된 채 색채의 단계적 차이(gradation)를 자각하게 된다. 나는 마치 무한함이 주는 음영에 빠진 듯 느낀다. 그 순간 나와 나의 그림은 하나가 된다. … 다음 날 아침 점점 지리학적인 구조가 나에게 선명해지고 나의 그림에서 평면의 층들이 그들 스스로 정립이 된다. … 모든 것들이 있어야 할 장소에 있다. 외곽선은 옅어지고 경계가 흔들린다. 붉은 땅의 덩어리가 깊은 심연에서 나타난다. 나는 나 자신을 풍경에서 거리를 두고 그것을 본다(to see it). 첫 스케치에 있었던 지리학적인 선들, 즉 땅의 기하학적 구조에서 나를 떼어낸다. 어떤 감미로운 느낌이 나에게 다가온다. 이는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진액과 같은 느낌이고, 이는 다름아닌 색채(color)다. 이는 아이를 출산하는 것과 유사하다. … 색채로 이루어진 논리가 어두침침하고 딱딱한 기하학적 구조를 몰아낸다.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된다. 나는 보고 있다. 지리학적인 기초, 이 전에 했던 작업, 세계를 그렸던 드로잉이 색채의 조각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그것은 자연의 재해에 의해 붕괴된 것이다. 대재앙이 그것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생명이 숨을 쉰다. 새로운 무대가 시작된다. 이것이 (나에게) 사실(real)이다. 그 어떤 것도 나에게서 벗어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밀집되어 있지만 동시에 유동적이고 자연스럽다. 오직 색채만이 지금 이 순간 존재한다…(Gasquet 1991).

그가 처음 그렸던 공간의 스케치-지리적인 현실-는 그가 그의 그림에 몰입된 후에 약해지고 흔들린다. 그 현실적인 선들은 내면의 것들로 인해 그 자리를 양보하고, 그 자리를 색채가 채운다. 그 색채는 철저히 세잔 내면에서 저절로 나오는 것이다. 세잔은 이것을 출산으로 비유한다. 이는 세잔이 설명하듯 살아있는 생명 그 자체이며, 우주와 만나는 지점이다(Gasquet 1991). 이는 마치 세잔이 체험한 공간이나 대상을 생명력 있는 색채로 표현하고자 하는 듯하다. 이러한 세잔의 자연의 인식과 이를 통한 색채의 표현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따라서 세잔의 자연, 즉 현실적인 공간이나 대상의 인지는 무의식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세잔이 몰입한 자연은 철저하게 자기화된 공간이고 이는 개별화된 무의식적 감정이나 내용물이 투사된 공간이다. 그에게 있어 색채는 투사된 공간이나 대상이 완전히 자기화되었을 때 스며나오는 자신만의 표현 양식이다. 따라서 표현된 색채 역시 살아있는 세잔 자신이 된다.

세잔이 표현하는 색채는 하나의 붓 터치로 표현된다. 이는 자신의 감각으로 인해 ‘인지된 것들(perceptions)’의 부분이자 등가물이다. 이는 앞서 잠시 설명했지만 인상주의의 붓 터치와는 다르다. 인상주의 화가의 붓이 시각적인 인상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라면, 세잔의 것은 자신의 감정과 그 너머의 것을 담은 하나의 저장소인 것이다. 세잔은 이 자신만의 양식을 무의식적 환상에도 적용하였다. (Figure 5)가 하나의 예로, 이는 이어질 논문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겠지만 자신만의 색채로 무의식적 대상이나 공간을 그렸다는 점을 여기서 먼저 이야기한다.

세잔이 자신의 색채로 자연이나 대상, 무의식적 환상을 구축하려 했다면, 이는 감각/색채를 통해 무의식을 포함하는 자신을 회화로 구조화하는 시각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이는 세잔의 그림이 많은 책들에서 격자무늬 같은 구성(grid-like composition), 구조적인 일관성(structural coherence), 구축적인 종합(constructive synthesis), 내적인 견고함, 내적 균형과 질서, 역동적인 평형(dynamic equilibrium) 등으로 표현되는 이유일 것이다. 아래 <대화 4>는 세잔의 작업 과정에서 색채가 어떻게 캔버스에 구축되는지 세잔의 언어로 이해가 될 것이다.

<대화 4>

…사방 어디에서 그림을 위한 색채와 톤(tones), 음영 (shade)을 선택한다. 나는 그것을 어떻게 그릴지 정하고 조합한다. … 그것들은 선을 만든다. 그것들은 나의 사고와 상관없이 오브제-바위들이나 나무들-가 된다. 그들은 볼륨을 형성하고 가치가 된다. 내가 그것들을 인지한 대로 만약 이러한 볼륨들과 가치들이 내 캔버스에 평면과 색채의 조각들과 상응한다면, 나의 캔버스에서 내 눈앞의 것들이 서로 손을 잡고(joins hands), 견고해진다. … 만약 내가 그림을 그리는 중에 어떤 작은 방해가 있거나 내가 잠시 주의가 벗어났다면, … 모든 그림은 이로 인해 산산조각이 난다(Gasquet 1991).

세잔은 자신의 캔버스에서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하나의 촘촘한 조직체를 만들고자 했다. 이와 동시에 그는 그의 감각으로 ‘살아있는’, ‘생명이 있는’ 그림을 추구하였다. 언뜻 보기에도 이 두 가지 방향은 양립할 수가 없다. 기계와 같은 알고리즘의 사회에서는 생명의 증거인 감정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세잔에게 감각의 등가물인 색채는 그래서 중요하다. <대화 3>에서 색채는 (전통의) 기하학적 구조를 해체한 뒤 비로소 생성되고 <대화 4>에서는 그 색채가 유기적인 구성과 역동적인 평형을 이룬다. 즉 그는 색채/감각만으로 이 세계를 구조화하려 했다. 이는 전통적인 외적인 구조가 아니라 세잔 내면의 질서와 균형, 즉 무의식적인 힘과 구조의 평형일 것이다.

세잔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

세잔의 캔버스는 세잔 자신의 모습이다. 세잔에게 자연은 나 자신의 부분이고 감각은 그것을 느끼는 통로이며, 색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표상하는 방법이다. 그에게 예술이란 오직 자신의 감각으로 느낀 것들을 캔버스에 입히는 것이다. 위 내용을 종합하여 간략하게 도식적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자연, 대상 ⇔ (감각) 작가 ⇔ (색채) 캔버스

앞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이 도식에서 저자는 그의 모티프와 작가 사이에서 의식/무의식적인 교류(unconscious communication)가 이루어지고, 이를 세잔은 색채를 통해 캔버스에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관념이나 상상이 아닌 그의 감각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어쩌면 가설일 수도 있는 이 주장에 대한 근거는 뒤에 이어질 논문을 토대로 설명할 것이다. 지금은 현재 논문의 내용을 이어 가기 위해 이에 관련된 몇 가지 그림을 소개하고 이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Figure 6)는 여성을 두려워하는 세잔의 불안이 그가 즐겨 읽었던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1821~1880)의 소설 <성 앙투안의 유혹(1874)>의 이야기 속에서 표현된 것이다. 그림 속에서 나오는 여성의 유혹에 무기력한 사람은 바로 세잔 자신일 것이다. 아마도 그는 이러한 그림과 같은 무의식적 환상을 반복적으로 느꼈을 것이고, 실제의 삶도 역시 그러하였다. 또한 그가 생트 빅투아르 산과 함께 죽는 시기까지 반복해서 그렸던 남녀 수욕도(bathers) 연작(Figure 5 포함) 역시 그의 어릴 적, 청소년 의식/무의식적 환상과 소원을 이미지 안에 구체화한 것이다

다음 <대화 5>의 부분에서 역시 세잔이 위 도식 중 ‘자연, 대상=(감각) 작가’의 부분에서 무의식적인 교류(unconscious communication)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래 대화는 세잔이 책의 저자(Joachim Gasquet)의 아버지(Henry Gasquet)에 대한 초상화를 그리면서 저자에게 그 과정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대화 5>

…너는 캔버스 안의 나의 붓에서 너의 아버지(Henry Gasquet)와 나의 피가 섞이는 것을 느낄 것이다. … 거기에는 내가 재창조하는 신비한 교환(mysterious exchange)이 있고 너 스스로 그것을 인지할 것이다. 내가 위대한 화가라면… 모든 붓의 획은 나의 캔버스에서 살아있는 숨을 쉬게 될 것이다(Gasquet 1991).

세잔이 말한 자신과 대상이 피가 섞이는 비유와 신비한 교환(mysterious exchange)의 의미가 임상에서 경험하는 무의식적 교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그의 캔버스 안에 그가 그리는 오브제의 살아있는 생명을 부여하길 원했을 뿐만 아니라 오브제와의 깊은 관계성-피가 섞일 정도-을 추구하였다. 이러한 관계성의 인지와 표현은 그 깊이의 층에 있어 무의식적 교류의 가능성을 그의 회화들과 함께 충분히 가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무의식적인 관점에서의 두 가지 견해

지금까지 간략하게 세잔의 삶, 예술 양식의 변화 과정, 그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관념들을 다루었다. 비록 제한적이지만 이 본문의 내용을 토대로 현재 가능한 무의식적 관점에서 두 가지 의미 있는 분석을 시도할 것이다.

첫째, 세잔 양식은 피사로를 만난 후 그의 회화 양식이 급격히 변했다고 하였다. 이전 작업에서 보였던 강렬한 감정과 본능적 충동을 표현한 거친 붓의 흐름은 인상주의의 가늘고 중첩된 붓의 획으로 바뀌었고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채는 밝아지고 가벼워졌다. 세잔이 파리의 생활에서 거절과 좌절, 이로 인한 분노와 우울의 삶을 살고 있을 때 피사로는 세잔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피사로는 세잔을 직접 지도하였지만 그의 인상주의 방법을 강요하지 않았다. 어쩌면 세잔이 인정했듯이 그에게 피사로는 ‘이상적인 아버지’였는지 모른다. 그의 예술적 양식은 단순하게 인상주의를 접했을 때가 아닌 ‘피사로와의 만남’, 즉 피사로와의 관계를 통해 깊이 영향을 받았다. 이는 발달 과정에서 아이가 부모를, 분석의 과정에서 환자가 치료자를 의식/무의식 중에 동일시(identification)하는 것과 유사하다. 세잔이 피사로를 통해 정신분석에서 이루어지는 동일시의 과정인 자기 표상(self representation) 및 행동, 성격구조의 형성의 변화(Auchincloss와 Samberg 2012)까지는 미치지 못했을 수 있으나, 예술의 관점에서는 분명 세잔의 격렬한 감정과 어두운 색채는 피사로의 ‘인상주의의 방법’을 통해 그 무게가 가 벼워졌다. 즉, 예술적인 형식(form)이 작가의 내용(contents)-격렬한 감정-을 품었다. 형식이 내용을 수용한 것이다. 이 예술적인 형식의 기능을 자아의 기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크리스(Kris 1955)가 이드 충동과 자아의 기능을 설명하면서 ‘구조의 활동(structure of the activity)이 (이드 충동의) 중성화 과정(process of neutralization)에 영향을 준다’고 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또한 아래의 인용 글은 예술적 과정들이 자아의 기능과 밀접하게 관련됨을 시사한다.

…몬드리안(Mondrian)의 구조에 대한 관심, 폴록(Pollock) 의 서예와 같은 선을 통한 자유로움과 절제… 이러한 예술가들의 작업에서 (창조적) 기술과 테크닉의 방법들은 (본능적 충동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즉 자아의 기능과 연관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한 것 같다…(Spitz 1985).

두 번째 논의할 내용은 세잔이 행한 양립 불가능한 과제의 도전에 대한 무의식적인 이해이다. 저자는 이에 대하여 앞서 세잔이 캔버스에서 1) ‘변하고 사라지는 풍경’에 자연에 대한 ‘영원성’을 함께 표현하는 것, 2) ‘견고한 구조를 구축’하면서 ‘살아있는 생명’을 표현하는 것으로 말하였다. 특히 1)의 질문에서는 자연에 대한 세잔의 관념 및 자아 이상과의 관련성을 말하였고, 2)에 대하여는 그의 감각과 색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저자는 여기에서 세잔이 ‘견고한 구조를 구축’함에 있어 평생 따르고자 했던 푸생(Nicolas Poussin, 1594~1665)과의 관계를 대략적으로 말하고자 한다. 세잔은 푸생을 예술의 아버지로 여기고 평생 그를 따라가고자 했으며(Gasquet 1991), 자연에 대하여 푸생의 작업을 다시 하고자(re-do Poussin) 원하였다(Lewis 2000). 세잔에게 있어 피사로가 미술 방법의 아버지라면, 푸생은 예술 전체의 영역에서 아버지인 것이다. 푸생은 미술사에서 신고전주의를 확립한 프랑스 화가로 그는 합리주의적 미학을 바탕으로 형식과 내용의 균형을 중시하며, 형식의 통일과 조화를 그의 회화에 구현하였다. 같은 양식으로 간주되는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 1748~1825)나 장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Jean-Auguste Dominique Ingres, 1780~1867)에 대한 세잔의 평가는 가혹했기 때문에(Gasquet 1991), 단순히 세잔이 신고전주의의 관념을 차용한 것은 아니다. 그는 푸생의 회화에서 그가 말하는 ‘감각’이 느껴진다고 하였다(Gasquet 1991).

세잔이 추구했던 캔버스 안에서 색채의 구조적 구축은 푸생의 회화를 전범으로 한다. 즉, 푸생은 화면 전체를 보았을 때 전경, 오브제, 배경이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를 이루려 하는, 보이지 않는 형식적인 틀의 제공자인 것이다. 이런 구조 의 안정적 조건하에 세잔의 감정과 본능적 충동은 자유롭게 표현되기 시작한다. 여기에 정신분석의 경험만이 제공할 수 있는 관점이 있다. Sandler(1960)에 의하면 안정감의 느낌 (feeling of safety)은 단순히 불안이나 불편함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자아의 처리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하였다. 그는 자극에 대한 인지물(perceptions)을 해결할 때 이를 해결하는 자아 능력을 강조함으로써 안정감을 이해한 것 같다. 어쩌면 세잔에게서 푸생은 이러한 자아의 기능으로서의 안정감에 대한 틀의 예시를 제공한 예술가인지 모른다. 물론 본능적 충동을 조절하는 초자아의 중요성 역시 빠지지 않지만 이어질 논문에서 통합적으로 다룰 것이다.

저자는 위 설명을 종합하여 무의식의 구조적 모델(structural model)을 통해 앞서 말했던 세잔의 모순되어 보이는 과제를 무의식의 관점에서 이해할 가능성을 설명하겠다. 이 설명을 Table 2에 간략하게 도식화하였다.

세잔이 변하는 풍경과 변하지 않는 자연을 동시에 추구한 것과 살아있는 생명, 불완전함과 동시에 견고한 구조와 균형을 캔버스에 구현하려 한 것은 이드, 자아, 초자아로 인간을 무의식의 역동으로 설명한 구조 모델로 이해될 수가 있다.

결국 세잔의 과제들은 인간 모두의 과제이며 임상에서 체험하는 무의식의 역동 그 자체인 듯하다. 이는 인간의 개념을 무한히 확장시켰던 프로이트의 업적처럼, 세잔의 열정과 그 결과물인 회화는 미술사에서 인간의 영역을 무한하게 확장시킬 가능성을 열어주지 않았을까? 물론, 위의 저자의 주장은 결론이 아니라 가설의 성격이 짙다. 이 가설의 설명을 위해 세잔이 남긴 많은 회화, 그에 대한 수많은 저작들, 다양한 이론들에 무의식의 이론이 연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는 저자에게 앞으로의 과제를 던져주는 듯하다. 하지만 세잔이 했던 유명한 말인 이 모순된 의미를 정신분석적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나는 인상주의를 무엇인가 견고하고 영원하며 뮤지엄에 있는 예술처럼 바꾸고 싶다”(Gasquet 1991).

결 론

세잔은 근대 예술의 아버지다. 저자의 계획은 “세잔이 어떻게 근대 예술의 아버지가 되었는가”와 “세잔이 왜 근대 예술의 아버지인가”에 대한 질문을 무의식적 관점으로 설명하는 것이었다. 이 논문은 앞으로 본격적인 분석을 위한 큰 틀과 그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목적으로 하였다. 따라서 여기서는 세잔의 삶, 양식의 발전사, 그가 중요시하는 개념들, 그의 작업 과정을 간략하게 알아보았고, 위 내용을 기반으로 무의식적인 관점에서 몇 가지 의미 있는 연결을 시도하였다. 그 첫 번째는 세잔의 예술 양식 변화 과정 중 피사로와의 관계가 중요한 변화를 초래하였고, 이는 피사로를 통해 습득한 인상주의 기법이 그의 초기 격렬한 감정적 흐름을 담는 그릇, 즉 예술 형식의 역할을 하였으며 이를 자아의 기능과 연결시켰다. 두 번째는 세잔의 예술 세계에서 양립할 수 없는 과제로 알려진 ‘변하는 풍경 속에서 영원함을 추구하는 것’, ‘견고한 구조 내에서 살아있는 생명을 표현하는 것’이 인간의 무의식을 설명하는 구조주의 모델(structural model)로 설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저자는 이 논문의 서문에서 무의식적 관점에서 바라본 미술 양식사를 세 가지로 분류하여 그 역동적인 변화를 가정하였다. 이는 근대 회화가 캔버스 내에서 1) 시대적인 양식이 개별적인 양식으로, 2) 시대적인 공간이나 대상이 개별적인 공간이나 대상으로, 3) 시대적인 이야기-성경, 신화-가 개별 적인 이야기로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 논문에서 1)에서 말한 양식의 변화가 자아의 기능과 밀접하게 관련됨을 말하였고, 2)의 대상과 공간의 개별적인 변화는 그가 말하는 감각과 색채의 사용, 그리고 견고한 구조의 필요성을 통해 대략적으로 설명하였다. 하지만 그것과 무의식과의 연결성은 부족하다. 3)에서 말한 이야기의 변화는 거의 설명하지 않았다. 특히 이 부분은 무의식적 환상의 역할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이러한 부족한 부분들과 결여된 근거들은 앞으로 계획된 논문들로 채워 나갈 것이다.

세잔에게 감각과 색채는 위 모든 설명의 전제 조건이다. 세잔의 캔버스는 오직 그의 감각을 통하여 색채로 표현된다. 따라서 이미지로 견고하게 구축된 색채들의 블록들은 그가 원했던 균형과 조화로운 심리적 균형의 산물이다. 따라서 세잔에게 공간과 대상은 자신의 내면/무의식이 투사된 공간과 대상이다. 이렇게 세잔의 캔버스는 시간의 흐름 속에 감각된 인간 세잔의 모습 자체이다. 어쩌면 그에게 예술이란 자신의 살아있음과 존재를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임상에서 피분석가가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언어로 표현하는 것과 유사할 수도 있다. 의식 아래 심연을 추구하는 분석의 경험은 세잔의 작업 과정이 그 깊이에 무 의식 교환(unconscious communication)의 가능성을 말하였다. 그리고 이 시작점이 역시 세잔의 감각이라고 가정할 때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말하는 듯하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현재 논문의 한계성은 이 논문의 위치로 인해 명확하다. 첫째, 많은 자료를 나열했지만 그 자료 들을 저자가 주장하는 무의식적인 관점으로 엮지 못한 부분이 많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 시도한 몇 개의 분석 재료가 되지 못한 많은 자료와 관념들로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저자는 무의식적인 관점 중 구조적인 관점을 강조해 말했지만, 그의 개인력과 이드, 자아, 초자아의 연결은 느슨하다. 따라서 이 논문은 하나의 전체적인 틀이 이어지지 않은 문장 들의 모음으로 읽혀질 수도 있다. 둘째, 이 논문은 질문을 많이 하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답은 미흡하다. 따라서 몇 가지 답을 하였지만, 해결이 되지 않는 질문들 때문에 다소 공허한 글로 보일 수 있다. 저자가 위 한계성들에 대하여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역시 이 논문은 다음 논문들을 위한 준비의 성격이며, 전체 논문의 서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 연결되지 않은 내용들이 후속 논문에서 무의식적인 관점으로 다양한 층과 위치에서 이어지고, 미완의 질문들이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이해될 것이라는 약속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논문의 한계성은 세잔 논문 전체를 위한 필요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논문은 앞으로 이어질 세잔 논문에 대한 기초 조사와 틀을 제공하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논문을 포함한 앞으로의 연구는 세잔이 문을 연 근대 이후 미술사에 무의식적 관점이 의미 있는 설명을 할 것이며, 인간 전체를 다루는 정신분석이 인간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무한히 확장하는 예술에 중요한 이해의 틀이 될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다.

Conflicts of Interest

The authors have no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to disclose.

Author Contributions

Conceptualization: Hyun Kwon Lee, Hye Ri Yoon. Investigation: Hyun Kwon Lee. Methodology: Hyun Kwon Lee. Project administration: Hyun Kwon Lee. Writing—original draft: Hyun Kwon Lee. Writing—review & editing: Hyun Kwon Lee, Hye Ri Yoon.

Figures
Fig. 1.

L’Estaque, Melting Snow, 1870-1871, 73×92 cm, private collection.


Fig. 2.

The House of the Hanged Man, Auvers-sur-Oise, 1972-1973, 55×66 cm, Musee d’Orsay, Paris.


Fig. 3.

The Gulf of Marseilles seen from L’Estaque, 1878-1879, 59.5×73 cm, Musee d’Orsay, Paris.


Fig. 4.

Mont Sainte-Victoire, 1902-1906, 64.8×81.3 cm, Philadelphia Museum of Art (Gift of Helen Tyson Madeira, 1977).


Fig. 5.

The Large Bathers, 1900-1906, 210×250.8 cm, Philadelphia Museum of Art (Purchased with the W. P. Wilstach Fund, 1937).


TABLES

Change of art in the perspective the unconscious

Art of erasdMordern to contemporary art
Art styleStyle of the erasIndividual style
Space, objectSpace and object of the erasIndividual space and object. esp. unconscious space and objects
Story (narrative)Narratives of erasIndividual story or narrative. esp. unconscious fantasy

A psychoanalytical understanding of two incompatible tasks in Cezanne’s paintings

Cezanne’s two incompatible task and psychoanalytical understandinga. Phenomena and realityb. Pursuing
1) Cezanne’s landscapeChanging landscapeUnchanging nature, eternity
2) Cezanne’s paintings (canvas)Unstable, life, aliveSolid structure, balance and harmony
Psychoanalytic understandingEmotion and instinctual drive (id)Ego and superego

Cezanne’s task is to achieve a and b at the same time in 1) and 2), respectively


Footnotes
a주로 20세기에 들어와서부터 제2차대전 전까지 생겨난 새로운 미술의 제 유파(諸流派), 제 동향을 총괄적으로 말한다. 인상파 이후 혹은 세잔 이후를 가리킬 때도 있으며, 더 좁게는 전전(戰前)의 아방가르드(전위예술)를 가리키는 때도 있다. 모던 아트에 대해서 제2차대전 후의 미술은 현대미술(컨템퍼러리 아트 contemporary art) 이라 불러 구별하는 경우가 많다(미술 대사전 참조 1998, 한국사전 연구사).
b‘세잔이 근대 예술의 아버지다’라는 의견은 서양 미술사에서 정론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이 이유에 대하여는 서양 미술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통해 세잔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인을 함으로써 이해 될 수 있으므로 이 짧은 지면으로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다. 하지만 실제 이론이 아니라 회화의 관점에서 마티스와 피카소가 인정한 부분으로 쉽게 이해가 간다. 저자의 의견으로는 회화가 크게 내용과 형식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때, 내용의 관점에서 프랑스의 표현주의인 야수파의 시작이자 거두인 마티스나, 형식의 해체에 선두주자인 피카소가 세잔을 존경하고 그들 회화의 전범으로 삼았다는 점은 세잔이 근대 회화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짐작할 수
c예술 형식(art style, form)의 정확한 정의는 다양한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여기서는 빙켈만(Johann Joachim Winckelmann)이 말한 작품의 형식적인 통일이라는 개념에 따른다. 이는 개인적인 양식인 작가 개성적인 표현 방식이나 집단 특유의 공통된 표현 방식에 기반한 시대 양식 및 민족 양식, 지역 양식, 유파 양식 등이 있다 (세계 미술 용어 사전 1999, 월간 미술). Form과 style은 여러 책에서 혼동되게 사용되나 ‘예술의 형식과 내용’과 같이 내용(contents) 과 사용되는 형식은 주로 form이 쓰인다. 이는 길고 복잡한 철학적 역사가 있다. 예술과 관련된 정신분석의 주요 책들 역시 이에 따르 는 듯하다. ‘본능적인 내용(instinctual contents)이 작가의 창조적 형식(form)으로 표현된다’는 문장이 한 예이다.
d시대의 예술은 서양 미술사에서 흔히 알려진 그리스,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등의 흐름으로, 그 시대 예술가들은 시대나 지역의 공통적인 양식으로 작품을 제작하였다.
e‘움직이게 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motivum’에서 유래한 용어로서 일반적으로 예술 창작 혹은 표현의 제작 동기, 동인, 원동력을 뜻한다. 원래는 창작 과정에서 그 활동의 동기를 만들어 주는 사물 또는 예술적 착상에 있어서의 대상적 계기를 의미하지만, 미술에서는 예술가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작품을 창작하게 하는 대상이나 체험, 표현의 의도가 유발되는 테마나 소재를 가리키기도 한다(세 계 미술 용어 사전 참조 1999, 월간 미술).
f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었던 국가가 주관하는 전시를 의미한다. 낙선전은 1863년 이후 살롱전에서 낙선한 작품들을 모아 따로 한 전시이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많이 전시되었고 사회의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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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19, 3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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